연합뉴스국민의힘이 자체적인 '계엄 특검법'을 당론으로 발의하기로 결정하면서, 17일 '내란 특검법'을 반드시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더불어민주당과 협상이 성사될지 주목된다.
둘 사이의 최대 쟁점은 '내란 선전선동'과 '외환죄', 즉 윤석열 정부가 북한을 상대로 고의적으로 국지전 등을 획책하려 했다는 '북풍 공작' 의혹에 대한 특검 수사 여부다.
"최악보단 차악"…'대법원장 추천' 與 특검, '외환죄'·'내란 선전선동'은 불포함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16일 의원총회 뒤 기자들과 만나 "비상계엄 특검법을 여당 108명 의원 전원이 서명해 당론 발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 경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경쟁적으로 수사하고 있어서 특검이 사실상 필요하지 않다"면서도 "민주당이 거대 의석을 바탕으로 위헌적이고 독소조항이 가득한 특검법을 발의해 통과시키려 한다. 최악의 (야당) 법보다는 차악이 낫다는 생각에서 자체 특검법을 발의하기로 의원들이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양측은 일단 특검 후보 추천권에 대해서는 접점을 찾았다. 국민의힘 측 특검법은 대법원장이 후보 3명을 추천하고 대통령이 그 가운데 1명을 임명하기로 했다. 대법원장이 후보 2명을 추천하기로 하고 그 중 1명을 대통령이 임명하는 야6당의 특검법안과 크게 다르지 않다.
국민의힘 측이 '독소조항'이라고 주장하는 부분은 크게 2가지로, 외환죄와 내란 선전·선동죄다.
권 원내대표는 "우리나라의 정상적인 대북정책과 정상적인 군사활동을 마치 범죄 행위처럼 묘사했기 때문에, (해당 내용을 수사 대상으로 포함한) 민주당이 발의한 특검법엔 우리 의원들이 동의하지 않으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여기에 여야가 이견을 보이고 있는 특검의 규모와 수사 기간 등도 협상의 변수가 될 수 있다.
여당은 북한에 대한 우리 군의 군사활동이 '정당한 대응'이었다며, 이를 수사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는 인식을 깔고 있다. 내란 선전·선동죄 혐의에 대해서도 '일반 국민들을 대상으로 광범위한 수사가 가능하다'는 반대론이 공식적인 입장이다.
이뿐만 아니라, 내란 선전·선동죄가 수사 대상에 포함된다면 12.3 내란 사태를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한 국민의힘 의원과 당원 등을 상대로도 특검이 수사할 수 있다는 계산 또한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협상 가능하나 시간끌기 안 돼"…한밤중 협상해서라도 '오늘' 처리하겠다는 민주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민주당 측은 국민의힘이 문제삼고 있는 모든 내용에 대해 열어놓고 협상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협상을 빌미로 한 '시간끌기'는 절대 안 된다며 '17일 본회의 처리'를 강조하고 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날 우원식 국회의장을 만난 뒤 기자들과 만나 "내일(17일) 오전 11시 양당 원내대표가 만나 협상을 시작하고, 결과를 특검법 의결에 반드시 반영하겠다"며 "국민의힘은 내일 오전 중에 발의하겠다고 하는데, 최대한 협의해서 특검법 처리를 이끌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특검법 협상 및 본회의 처리 시한에 대해서는 "내일 자정까지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특검법 발의 내용이 복잡하지 않아 오늘 1시간이었으면 끝났을 텐데 국민의힘이 여전히 지연 전략을 쓰고 있다는 게 드러난 게 아니겠느냐"며 "내일 오전에 국민의힘이 진정성 있게 테이블에 앉을지는 회의적이지만 최선을 다해 회동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오후 2시까지 특검법에 대한 여야 합의가 이어지지 않으면 본회의를 정회해서라도 계속 협상을 해 최종 합의안을 끌어내겠다는 내부 방침을 세웠다.
앞서 노종면 원내대변인도 "다음주까지 2~3일 더 협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할 수 있는데, 절대 불가능하다"며 "설 연휴가 있고, 트럼프 미 대통령 사절단으로 의원 7명이 미국에 가기 때문에 하루의 차이가 1주일의 차이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이 이같이 빠른 '합의 처리' 방침을 세운 이유는 내란죄 관련 주요 인사들에 대한 기소가 이미 이뤄졌고, 특검이 출범하기 전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 기한이 만료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체포된 뒤 구속영장이 발부되더라도 20일 내로 기소가 이뤄져야 하는데, 체포적부심 기간을 제외하더라도 다음달 초면 해당 기간이 만료된다.
여기에 더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특검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재의표결에 또다시 시간을 소모하게 된다.
지난 10일 김석우 법무부 장관 직무대행(차관)이 대법원장 추천 방식에 대해 "가장 기본적인 문제점(위헌성)은 해소된다"고 발언하긴 했지만, 밤까지 '끝장 협상'을 해서라도 여야 합의 처리를 강조하는 이유다.
다만 당내에선 외환죄 특검 수사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만만찮아 변수가 될 수 있다.
민주당 내란특위 외환유치죄 진상조사단장 정동영 의원은 "북풍·외환을 유도해서 계엄 명분인 전시·사변·그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를 유발하려 했던 의도는 윤석열과 김용현을 수사해야 밝혀진다"고 말했다.
이어 "내란죄도 엄중하지만, 그보다 몇 배나 천인공노할 범죄인 외환죄를 밝혀내기 위해선 내란 특검법이 신속하게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