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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고]의학교육 정상화를 위한 대안을 찾아서

    • 2025-01-17 11:36
    연합뉴스연합뉴스
    우리는 사지선다, 오지선다로 답을 고르는 것에 익숙합니다. 하지만 인생은 사지선다나 오지선다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알 것입니다. 의학교육 정상화를 위한 해답을 찾아야 한다고 합니다. 아마도 해답은 객관식이 아닌 어려운 주관식에 창의력과 인내심이 곁들어진 고차 방정식이 될 수 있습니다. 실마리를 풀려고 하면 할수록 더 엉키게 되어 알렉산더처럼 실을 잘라서 단칼에 해결하고 싶을 수 있겠지만 합의와 인내, 승복을 통하지 않으면 결론을 내리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변방의 평교수로 살아가고 있어서 그 누가 귀를 기울여줄지는 모르겠으나 구체적인 해결 방안이 잘 제시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곧 새 학기가 다가오고 있어서 걱정과 노파심에 어설픈 훈수라도 두어보려고 합니다. 2026년 의과대학 정원은 1천명 정도로 감축하고 2025년 의예과 신입생이 신학기에 대거 휴학을 해도 승인을 해주는 방안이 있습니다. 2024년에 의예과로 입학한 3천명의 휴학생이 2025년 상반기에 복학하고 2026년에 입학하는 4500명의 학생 중 3500명 정도가 휴학을 하면 2025년에는 4천명의 의예과 1학년 학생만 교육을 하면 됩니다. 2026년에는 휴학생 3500명과 신입생 1천명을 합하여 4500명을 교육해야 할 수 있는데 이 중에서도 갭이어 활동 지원, 반수, 군대 입대 등 다양한 방법을 찾아서 500명 정도를 줄이면 4천명 정도에 대해서 교육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2027년에는 3500명의 의예과 학생을 선발하면 2025년, 2026년, 2027년 동안의 평균 신입생 수는 그 이전의 한해 3천명과 동일합니다. 2028년 이후의 의과대학 정원은 의사 정원 추계위원회와 같은 전문위원회를 만들어서 합리적이고 과학적으로 조정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핵심 쟁점은 2025년 신입생이 휴학을 많이 해줄 것인가입니다. 확답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의과대학 학생회에서 의예과 신입생들에게 현재 상황을 전달하고 방안을 논의할 것 같다는 이야기는 있습니다. 대학 본부나 교수들이 나서서 휴학을 유도하기는 어려울 것이나 학생들이 스스로 논의를 통해 결정한다면 불가능한 방법은 아닐 수 있습니다. 누가 휴학을 할 것인지 결정을 하기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우선 1학년 1학기에 휴학을 금지하는 대학의 학칙을 개정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자발적으로 휴학하려는 학생을 확인하고 자발적 휴학생이 적을 경우에는 추첨을 통해 휴학생을 결정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을 것입니다. 추첨이 말이 되느냐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네덜란드는 시험과 추첨을 혼합한 방식으로 의대생을 선발하고 있습니다.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으로 유명한 마이클 샌델 교수도 '공정하다는 착각'이라는 저서에서 일정한 수학 능력을 가진 경우에는 유명 대학의 신입생 선발 방식에 추첨을 도입하는 방법이 있다는 제안을 하기도 했습니다. 또 다른 쟁점은 2026년도에 1천명만을 선발하면 올해 고3 학생과 그 학부모들이 크게 반발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안타깝지만 더 안타까운 일들이 많이 벌어지는 상황이어서 이해를 구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그리고 의대·의전원 비상대책위원장과 의사협회의 일부 회원은 2026년에는 의과대학 신입생을 뽑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오래전 이기는 하지만 동경대는 신입생 전체를 모집하지 않은 적도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쟁점은 국민이 이해할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지난 일 년 동안 국민에게, 제자에게, 동료에게 송구했습니다. 국민이 있기에 의사도 있고 남의 노력과 희생이 있기에 우리의 평안도 있는 것입니다. 나의 아픔이 가장 크게 느껴지고 나의 억울함이 가장 속상하고 남의 티끌은 보이지만 나의 들보는 안 보이는 것이 사람의 마음일 때가 있습니다. 그래도 의사는 환자의 아픔을 최대한 공감하고 생명 앞에 겸손하고 현실도 중요하지만 희생과 봉사의 마음도 잊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마음을 잊지 않고 노력하면 국민도 이해해 줄 것입니다. 새 학기가 시작되기 전에 더 좋은 방법과 대안들이 제시되고 합의되어 어려운 국내 상황으로 힘드신 국민의 마음에 조금이라도 온기가 돌게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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