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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의 미래요? 그냥 서울 가고 싶죠" 그럼에도 남은 이유[어쩌다, 지방?]

"남해의 미래요? 그냥 서울 가고 싶죠" 그럼에도 남은 이유[어쩌다, 지방?]

편집자 주

저출산·고령화…지방 소멸 위기 속 청년마저 지방을 떠난다. 최근 10년간 비수도권에서 수도권으로 옮긴 2030 청년은 약 60만명. 그런데 지방 '이탈' 흐름에 역행하는 청년들이 있다. 그들은 지방에서 가능성을 발견했고,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간다. 어쩌다 떠난 중앙, 왜 지방이었을까? 노컷뉴스가 그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어쩌다, 지방?]⑤

2017년 '친구 따라' 남해에 온 안지원(33세) 씨는 2년을 못 채우고 다시 서울로 갔지만, 3년 뒤 다시 남해행을 택했고 지금까지 정착해 살고 있다. 남해=최보금 기자2017년 '친구 따라' 남해에 온 안지원(33세) 씨는 2년을 못 채우고 다시 서울로 갔지만, 3년 뒤 다시 남해행을 택했고 지금까지 정착해 살고 있다. 남해=최보금 기자
▶ 글 싣는 순서
①"강남역 가듯 목포 맛집 가요"…강진 사는 新청년들
②"왜 다 서울로? 울분이 찼다" '소멸 위기'로 사업하는 청년
③넥타이 '질끈' 서울내기가 400평 다래 농사 짓게 된 사연
④전 세계 50곳 돌았던 그녀…서울 아닌 '완주'였던 이유
⑤"남해의 미래요? 그냥 서울 가고 싶죠" 그럼에도 남은 이유
⑥"인구, 늘어봤자 정치인이나 좋아…지방 소멸 대위기? 과장됐다"
⑦지방 소멸 돌파구 '여기' 있다…골목길 경제학자의 처방전

'띠용과 혼란 사이' 

서울을 떠나 비로소 내 삶을 찾은 성공 신화가 아니다. 패기를 갖고 서울을 떠났지만, 8년이 지난 지금 아직도 고민 중이다.

"성공한 것 같지도 않아요. 실패의 연속 같아요"라는, 어쩌면 교착 상태에 빠진 청년. 자신을 '꼬막'이란 별칭으로 불러달라던 안지원(33세) 씨 얘기다.

경기 하남시 세자매 중 둘째로 태어난 지원 씨는 13살 때 이른바 '강남 3구' 송파로 이사를 갔다. 부모님으로부터 '타이틀'이 항상 중요하다는 얘기를 듣고 자랐다. 심지어 SKY라는 '간판' 때문에 지방캠퍼스까지 택했다.
 
평범한 수순을 충실히 밟았고 대학 졸업 후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다 2017년 '친구 따라' 남해에 왔다.

처음엔 가벼운 마음이었다. 나고 자란 서울, 그리고 갇혀있던 교과서 같은 삶을 '벗어난다'는 의미가 컸다.

평일 오후 4시반 남해군 서면의 모습. 오가는 차량이나 사람이 없어 마을이 썰렁하다. 남해=최보금 기자평일 오후 4시반 남해군 서면의 모습. 오가는 차량이나 사람이 없어 마을이 썰렁하다. 남해=최보금 기자
"(남해는) 아무것도 없는 게 좋았어요. 서울이랑 멀고. 도시 사는 사람들은 다 비슷하게 느낄 것 같아요. 도시는 좀 복잡하잖아요. 경쟁도 많고…근데 남해는 (반대로) 아무것도 없으니까. 뭔가 여기 오면 나의 자아를 찾을 수 있을 것 같고…그런 희망이 있었겠죠, 제가?"

그러나 녹록지 않았다. 돈벌이도 없었다. 결국 2년을 못 채우고 다시 서울로 돌아왔다. 그러나 3년 뒤 2022년 다시 남해행을 택했고 지금까지 정착해 살고 있다.

정리하면 지원 씨는 서울과 '헤어질 결심'을 두 번했다. 그리고 그때마다 (도착지)는 남해였다.
 
"제가 (첫 남해행 당시) 20대 중후반이었는데, 주변에서 내 10년 뒤 미래를 보잖아요. 근데 그들의 삶이 그렇게 행복해 보이지 않았어요. 예를 들어 팀장님을 보면, '저렇게 사는 게 좋은 삶일까?' '내가 살고 싶은 삶일까?'…결혼을 하고, 애를 키우고, 그런 삶이 재미없어 보이는 거죠. 특히 직장에서의 삶이 더 그랬던 것 같아요. '더 나은 삶'이라는 생각이 안 들었던 것 같아요."

인터뷰 중 고민에 빠져있는 지원 씨. 그녀는 서울을 떠난 이유에 대해 "주변을 통해 내 10년 뒤 미래를 가늠해보면 그들의 삶이 그다지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노컷뉴스인터뷰 중 고민에 빠져있는 지원 씨. 그녀는 서울을 떠난 이유에 대해 "주변을 통해 내 10년 뒤 미래를 가늠해보면 그들의 삶이 그다지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노컷뉴스
'내 주위를 둘러싼 것들의 평균이 곧 나'라는 말이 있다. 지원 씨는 주변인의 삶을 근거로 10년 뒤를 가늠했고, 뻔한 결말을 바꾸고 싶었다.

지원 씨는 지역 곳곳의 유휴 공간을 지자체가 더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운영 계획을 짜주는 회사를 다녔다.

"공공 용역을 수행하는 회사에 다녔으니 큰 규모의 일을 할 수 있었죠. 근데 포지션을 플레이어로 바꿔보고 싶은 거예요. 작은 규모라도 직접 뭔가를 할 수 있는."

그래서 지역 소멸 '위기'라는 남해군이 지원 씨에겐 반대로 '기회'의 땅으로 보였다.
 
지역 소멸 '위기'라는 남해군이 지원 씨에겐 반대로 '기회'의 땅으로 보였다. 그녀는 "지역에 간다는 행위 자체만으로도 사람을 '띠용'하게 만들잖아요"라고 말했다. 남해=최보금 기자지역 소멸 '위기'라는 남해군이 지원 씨에겐 반대로 '기회'의 땅으로 보였다. 그녀는 "지역에 간다는 행위 자체만으로도 사람을 '띠용'하게 만들잖아요"라고 말했다. 남해=최보금 기자
"서울에 계속 살면서 도파민, 그러니까 자극이 없는 거죠. 커리어든 교우관계든 연애든 다 충실하게 해왔거든요. 그렇게 사는게 더 나은 삶이라는 생각은 안 들고 재미가 없었어요. 근데 '서울이 아닌 지역? 새로운데?' 남해로 가면 내가 추구하는 가치를 실현하며 일을 주도적으로 할 수 있을 것 같고…지역에 간다는 행위 자체만으로도 사람을 '띠용'하게 만들잖아요."

그러나 지원 씨의 설명처럼 모두가 '띠용' 하는 건 아니다. 한국고용정보원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부터 10년간 경상남도의 약 11만명 청년이 순유출했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수치다. 결국 경남 시군 중 60% 이상이 인구 감소지역에 지정됐다. 왜 다른 청년들은 이곳에서 가능성을 보지 못하는 걸까.

"진짜 일자리가 없어요. (근데 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음 서울에서 남해 올 때도 '어디든 좋은 일터는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보통 노동자로서 살 때 좋은 일터에서 일을 하고 싶잖아요. 근데 '좋은 일터'라는 건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을 서울 살때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그럴거면 차라리 내 일을 하는게 낫겠다, 싶었고 지금도 비슷해요."

패기를 갖고 서울을 떠났으나 8년이 지난 지금 "실패의 연속 같아요"라는 지원 씨. 그러나 그녀는 남해에 오고서야 진정 자신의 삶의 방향성을 찾았다. 노컷뉴스패기를 갖고 서울을 떠났으나 8년이 지난 지금 "실패의 연속 같아요"라는 지원 씨. 그러나 그녀는 남해에 오고서야 진정 자신의 삶의 방향성을 찾았다. 노컷뉴스
그녀는 남해에 오고서야 진정 자신의 삶의 방향성을 찾았다. 어쩌면 서울에서 느꼈던,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지'에 대한 답을 찾은 거다.

남해라는 지역 자체만으로 '어떻게'가 채워지진 않았다. 그러나 백지 위에선 그냥 그은 선 하나가 그 자체만으로 작품이 되듯, 사람없고 일자리도 없는 남해에서 내딛는 걸음 하나하나가 전부 그녀만의 삶이 되어가고 있다.
 
"(서울을 떠날 땐) 남해라는 핑계를 댄 거죠. '남해에 가면 더 나은 삶이 있을 것 같다'하고. 그런데 남해에 온다고 더 나은 삶이 있는 건 아니고, 내가 더 나은 삶을 살면 나은 삶이 되는 거였어요. '더 나은 개인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살아가야지' 이런 생각을 해요." 

※ [어쩌다, 지방?] 청년들의 풋풋한 모습을 숏폼으로도 보러오세요. 2360km를 달린 생생한 현장감을 느끼실 수 있습니다. 아래 링크를 클릭하셔서 인터랙티브 페이지로 접속하세요. 사이트 주소를 복사 붙여넣기 하셔도 됩니다.

https://m.nocutnews.co.kr/Story/S25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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