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노컷뉴스

尹측 입김에 흔들리는 법치주의…'법관 압박' 논란 지속

전례 없는 법원 난입 사태로 법관 신변보호 조치
탄핵심판 속도 내자 尹 측, 헌재 재판관 겨냥 공세
법조계 "사법 불신 조장, 재판 독립 침해… 단호한 대응 필요"

1월 1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내란우두머리' 혐의 등으로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법원 담장을 넘고 있다. 황진환 기자1월 1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내란우두머리' 혐의 등으로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법원 담장을 넘고 있다. 황진환 기자
서울서부지법 법관들이 법원의 결정에 반발한 시위대의 위협으로 신변 보호 조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최근 법원과 헌법재판소를 겨냥한 법관 협박과 위협이 잇따르는 가운데,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진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돌발 사태에 적극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법조계는 윤 대통령 측이 사법 불신을 조장하며 법치주의를 흔들고 있다며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尹 측, '불법 수사·무효 영장' 주장 이어 헌재 '정치 편향' 공세

4일 CBS노컷뉴스 취재 내용을 종합하면, 경찰은 현재 서부지법 법관 3명에 대해 신변보호 조치를 시행 중이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는 전날 브리핑에서 "헌법재판소, 법원, 국회 등 국가기관과 구성원에게 위해 협박 또는 이를 선동하는 행위를 범죄로 보고 강력 대응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경찰은 판사나 정치인 등을 대상으로 한 협박 글을 온라인에 게시한 행위 121건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이 중 3명은 검거해 조사를 마쳤고, 7명은 신원이 특정돼 추적하고 있다.

법원을 향한 협박과 물리적 충돌은 윤 대통령에 대한 사법 절차가 본격화하면서 심화했다. 지난해 12월 31일, 서부지법 이순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윤 대통령의 체포 영장을 발부하자, 윤 대통령 변호인단 윤갑근 변호사는 "수사권 없는 공수처에서 청구한 체포영장이 발부된 것이 놀랍고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반발했다.

이어 지난달 19일 서부지법 차은경 부장판사가 구속영장을 발부하자 법원 앞에 모여있던 지지자들은 경찰 저지를 뚫고 법원에 난입해 집기를 부수는 등 난동을 벌였다. 일부는 판사를 향해 "나오기만 해봐라. 오늘 죽은 줄 알아라"며 위협하기도 했다.    

1월 19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소식에 격분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난입해 현판, 건물 벽면, 유리창 등을 파손한 흔적이 남아 있다. 황진환 기자1월 19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소식에 격분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난입해 현판, 건물 벽면, 유리창 등을 파손한 흔적이 남아 있다. 황진환 기자
윤 대통령 측과 여권의 공세는 이제 헌법재판소로 옮겨가고 있다. 윤 대통령 측은 지난달 31일,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정계선 재판관의 정치적 편향성을 문제 삼으며 '회피 촉구 의견서'를 제출했다. 윤 대통령 측은 "이미 재판관의 성향에 의해 심리의 속도나 결과가 좌우되는 것을 목도하고 있다"며 재판관들이 알아서 재판을 회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문형배 소장 권한대행에 대해서는 과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교류했다는 점을 들어 '정치적 편향' 의혹을 제기했다. 이미선 재판관에 대해서는 "친동생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윤석열 퇴진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정계선 재판관의 경우, 배우자인 황필규 변호사가 탄핵 촉구 시국 선언에 이름을 올린 점 등을 들어 공정성을 의심했다.

이 같은 주장은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에서 열린 탄핵 반대 집회에서도 반복됐다. 연단에 오른 한 청년은 "문형배 헌법재판관은 스스로 '우리법연구회에서도 내가 제일 왼쪽'이라고 말하며 이재명과 여러 차례 소통했다"며 "공정한 재판을 할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법조계 "법관 공격은 재판 독립 훼손…사법부, 단호히 대응해야"

법조계에서는 윤 대통령 측의 법관 공격이 단순한 공정성 시비를 넘어 대한민국 사법 체계 자체를 흔드는 행위라며 강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연구관을 지낸 노희범 변호사는 "과거 헌법재판소에서 대통령 탄핵심판뿐만 아니라 중요한 사건을 해왔지만, 이번처럼 재판관을 공격하는 행위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헌법재판소야말로 손상된 헌법질서를 회복하는 최고의 사법기관"이라며 "증인 채택 등 재판 절차에 대한 불만을 넘어 재판관들의 성향과 개인적 관계를 두고 공격하는 것은 헌재의 권위 훼손하고 재판의 독립을 침해하는 위헌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부장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법관의 개인적 가치관과 판결 절차로 나타나는 법적 양심은 별개"며 "(윤 대통령 측이) 실제로 재판의 공정성을 염려해서라기보다는 재판 지연 전략을 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이라고 평가했다.

검찰 출신 양태정 법무법인 광야 변호사는 "정치적 성향은 법관 제척·기피·회피의 근거가 될 수 없다"며 "명확한 사유 없이 배우자의 성향 등을 문제 삼는다면, 향후 다른 재판에서도 유사한 이유로 회피·기피가 남발돼 오히려 더 큰 사법 불신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판사 출신 이현곤 변호사는 "법원 난입 사건은 선동과 군중 심리에 휩쓸려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그 뒤에서 선동한 사람들도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판결에 영향을 미치려 하거나 법관을 직접 위협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사법 당국이 단호한 조처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4차 변론기일인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모여 탄핵무효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4차 변론기일인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모여 탄핵무효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일각에서는 헌법재판관의 정치 편향성을 지적할 수는 있지만, 서부지법 폭동 사태와 같은 물리적 폭력은 절대 용납될 수 없다는 입장도 나온다.

판사 출신 문유진 법무법인 판심 변호사는 "법관은 정치적 성향에 따라 판결하는 것이 아닌 법관의 양심에 따라 판결할 것이 요구된다"면서도 "일부 판사의 경우 정치적 성향에 따라 판결에 반영되는 정황이 발견되는 사례도 있다"며 "헌법재판이 단심재판인 만큼, 온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실질적·절차적 정당성 모두를 갖춘 판결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현직 대통령을 구속하면서 (영장 발부) 이유가 한 줄에 불과한 것은 문제"라며 사법부가 불필요한 논란을 자초한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헌법재판관의 정치적 성향 논란과 별개로 법원 난입 사태는 명백한 불법이며 사법부의 독립을 침해하는 중대한 범죄라는 점에서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문 변호사는 "서부지법 사태는 폭력 사태로 이를 주동하거나 가담한 자는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차 교수 역시 "어떤 경우에도 법관 개인에 대해서 폭력적인 방법으로 공격하거나 위협해서는 안 된다"며 "사법부의 독립을 침해하는 것은 법치주의 근간을 훼손하는 범죄"라고 비판했다.

※CBS노컷뉴스는 여러분의 제보로 함께 세상을 바꿉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5

8

전체 댓글 0

새로고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