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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증원 발표 1년…의정 관계는 갈수록 '악화일로'

보건/의료

    의대 증원 발표 1년…의정 관계는 갈수록 '악화일로'

    2024년 2월 6일 의대 정원 2천명 증원 발표 1년째
    전공의 사직·의대생 휴학·의대 교수 휴진…의료계 반발
    정부 의사협회 고발, 진료 유지 명령…'강 대 강' 대응
    여·야·의·정 협의체 기대 모았지만…'빈 손 해체'
    '의료인 처단' 포고령에 급랭…14일 국회 공청회, 2026년 의대 정원 해법 나올까

    황진환 기자황진환 기자
    정부가 2025학년도 의과대학 정원 2천명 증원을 발표한 지 꼭 1년이 지났다. 의대 증원으로 촉발된 의정 갈등은 해를 넘겨서도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정부가 의대 증원을 발표한 이후 의정 갈등 과정을 짚어봤다.

    6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2024년 2월 6일 정부가 의대 정원을 2천명 늘리겠다고 발표하면서 의정 갈등이 촉발됐다.

    전공의·의대생·교수 반발…정부 명령·고발 '강 대 강' 대치

    의료계에서는 먼저 젊은 의사들을 중심으로 반발이 거셌다. 전공의들은 사직서를 제출하고 수련병원 근무를 멈췄다. 의대생들도 집단 휴학계를 냈다.

    전국 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회가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의견을 모으는 등 의대 교수들도 가세했다. 그간 의료계와 정부 간 갈등이 빚어졌을 때도 의대 교수들이 사직한 적은 없었던 만큼, 심각한 우려가 나왔다.

    더구나 3월 26일 의료계 유일 법정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의협)에 '초강경파'로 분류되는 임현택 새 회장이 당선되면서, 의료계는 대 정부 투쟁 전선을 강화할 진용을 갖췄다.

    정부도 마치 의료계의 강한 반발을 예상했다는 듯 맞대응에 나섰다. 우선 보건의료 위기단계를 최고 수준인 '심각'으로 상향하고 국무총리를 본부장으로 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운영했다.

    의협을 향해서는 '집단행동 및 집단행동 교사' 금지 명령을 내렸다. 또 전현직 집행부에 대해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고발하고, 면허정지 조치도 했다.

    전공의를 대상으로 진료 유지 명령, 업무 개시 명령을 내리고 수련병원에는 전공의들의 사직서를 수리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 전공의들의 사직 움직임을 막기도 했다.

    의료 공백 계속…"전공의 복귀 촉구"에 의협 '전면휴진'

    류영주 기자류영주 기자
    의정 관계 회복의 실마리가 나올까 기대를 모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의 비공개 회동(4월 4일)이 별다른 소득 없이 끝나면서 갈등은 더욱 고조됐다.

    정부는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개특위)를 출범하며 의료개혁 추진 의지를 밝혔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각 대학이 제출한 의대 정원 증원이 반영된 '2025학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 변경안'을 확정했다. 이로써 의대 정원은 기존보다 1509명이 늘어난 4567명으로 확정됐다.

    의료 공백이 4개월째 접어든 6월, 정부는 사직 전공의 복귀를 촉구하며 손을 내밀었다. 전공의와 수련병원에 내린 진료 유지 명령, 업무 개시 명령,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 등을 철회한 것이다.

    하지만 의료계는 대 정부 투쟁을 멈추지 않았다. 의협은 의료계 전면휴진을 선언하며 서울 여의도에 모여 총궐기대회를 열었고, 서울대병원 등 의대 교수들도 무기한 휴진에 돌입하며 힘을 실었다.

    정부는 의대생 유급을 막기 위해 '의대 학사 탄력 운영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전국 수련병원이 전공의 사직서를 수리하도록 조치했다. 그런데도 하반기 전공의 지원율은 1%대에 그쳤다.

    복지부 장관 첫 공식 사과…협의체로 대화 재개 기대 모았지만…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박종민 기자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박종민 기자
    "2026년 의대 정원 조정 가능하다." (2024년 9월 6일 대통령실)

    의정 갈등으로 인한 의료 공백이 길어지면서 정부는 또다시 유화적 손짓을 건넸다. 대통령실이 2026년도 의대 정원 조정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그러면서 의료계에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를 촉구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도 전공의를 향해 "매우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이라며 의정 갈등 사태 이후 공식적인 자리에서 첫 사과를 했다. 당시 의협도 "의사 악마화에 몰두해 온 정부가 전공의에 미안한 마음을 처음 표현한 것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더구나 의료계 일각에서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지난해 11월 '초강경파'로 분류된 임현택 의협 회장이 막말 등을 사유로 탄핵 당하면서, 의정 간 대화 가능성이 높아졌다.

    실제 의료계에서 대한의학회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의대협회)가 참여한 여·의·정 협의체가 출범해 지난해 11월 11일 회의를 시작하기도 했다. 협의체는 "크리스마스 전까지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하겠다"고 밝혀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협의체는 한 달을 못 채우고 '빈 손'으로 해체 수순을 밟았다. 대한의학회와 의대협회는 "정부와 여당이 사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다"며 참여 중단을 선언했다. 실낱같던 의정 간 대화 여지도 사라졌다.

    포고령으로 기름 부어…'2026년 의대 정원' 놓고 협의

    황진환 기자황진환 기자
    "전공의들을 비롯해 파업 중이거나 의료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은 48시간 내 본업에 복귀해 충실히 근무하고 위반 시는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 (2024년 12월 3일 계엄사령부 포고령)

    지지부진하던 의정 관계는 윤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로 최악으로 치달았다. 특히 포고령에 담긴 '의료인 처단' 문구에 전공의는 물론 의료계 전체가 강하게 반발했다. 전공의·의대생·의대 교수들은 윤 대통령 하야를 요구했다. 

    탄핵 정국에 접어들자 정책 결정권자가 '공석'이 된 상황에서 의료개혁을 추진할 동력도 잃었다. 지난해 발표할 예정이었던 의료개혁 2차 실행 방안도 기약 없이 밀렸다.

    의정 갈등이 해를 넘긴 가운데 지난달 8일 의협에는 또다시 '강경파'로 분류되는 김택우 신임 회장이 당선됐다. 김 회장은 새 집행부에 전공의와 의대생들 대거 포함해 강도 높은 대 정부 투쟁을 예고했다. 

    정부는 더 이상 의료 공백이 지속돼선 안 된다는 판단하에 또다시 의료계에 손을 내밀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공의와 의대생에 사과했고, 정부는 사직 전공의들이 복귀할 수 있도록 수련·입영 특례를 마련했다.

    그럼에도 올해 상반기 사직 전공의 대상 모집 지원율은 2%대에 그치며 전공의들의 마음을 돌리지 못했다. 

    정부의 의대 증원 발표 1년을 맞은 지금, '2026학년도 의대 정원 조정' 문제가 의정 간 최대 현안으로 떠올랐다. 정부는 이번 달을 '데드라인'으로 설정해 의료계와 협의하겠다는 입장이다. 

    관련 부처도 바삐 움직이고 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김택우 의협 회장과 비공개로 만나 의대 정원과 관련한 논의를 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도 2026년도 의대 정원 '감원' 가능성을 열어두며 이번 달까지 의협과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정치권도 분주하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오는 14일 '의료인력 수급 추계기구' 법제화를 위한 공청회를 열 계획이다. 여·야는 현재 의사인력 수급 추계기구 신설의 법적 근거를 담은 법안 5건을 발의한 상태다.

    의협도 공청회에 참석해 추계기구와 관련해 첫 공식 입장을 내는 만큼 향후 의대 정원 관련 논의가 진전될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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