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노컷뉴스

'기후변화'로 발등에 불똥 떨어진 보험업계, 해법은?[기후로운 경제생활]

노동

    '기후변화'로 발등에 불똥 떨어진 보험업계, 해법은?[기후로운 경제생활]

    핵심요약

    역대급 화재난 LA, 이미 '기후 리스크'로 보험사들 철수하던 지역
    기후변화로 인한 보험 기능 상실 위기, 유럽은 8년 전부터 고민해
    국내 보험업계, 기후 리스크 대응 한참 미흡
    강수량 등 지표에 따라 정액 보상되는 '지수형 보험' 도입 필요

    ■ 방송 : 유튜브 CBS 경제연구실 '기후로운 경제생활'
    ■ 진행 :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 대담 : 남상욱 서원대 경영학부 교수 (한국 리스크관리학회장, <보험, 기후위기를 듣다> 저자)


    ◆ 홍종호> 천문학적 피해를 남긴 미국 LA 산불. 특히 보험사 피해가 엄청나다고 하죠. 사실 보험사들은 이미 이 지역에서 점점 발을 빼고 있었습니다. 이 지역의 기후 리스크가 커졌다는 이유로 말이죠. 그래서 보장을 받지 못하는 주택도 다수라고 하는데요. 기후변화로 인한 보험업계의 리스크. 우리나라도 결코 예외가 아닙니다. 지금 보험업계는 어떤 생각인지, 또 고객 입장에서 앞으로 내 보험료는 어떻게 될지. <보험, 기후위기를 듣다>라는 책의 저자이자 한국리스크관리학회장 남상욱 서원대 경영학부 교수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 남상욱> 안녕하세요.

    ◆ 홍종호> 최근에 있었던 엄청난 LA 산불부터 얘기해 보겠습니다. 보험 시장에 영향이 매우 크다는 뉴스가 외신에 계속 나오고 있는데요. 심지어 우리나라의 DB손해보험도 이름을 올리고 있어서 손실을 피해 갈 수 없을 거라는 얘기도 나왔어요. 이번 화재, 보험 시장 영향에 대해 교수님은 어떻게 보십니까? 좀 놀라셨어요?

    ◇ 남상욱> 네. LA 산불이 굉장히 커졌죠. 일전에 교황이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신은 늘 용서한다. 인간은 때때로 용서한다. 하지만 자연은 결코 용서하지 않는다. 이 말이 딱 들어맞는 것 같아요. 저는 기후 온난화라는 말을 싫어하는데요. 왜냐하면 기후 온난화라고 하면 사람들이 그냥 따뜻해진다는 느낌으로 약하게 생각하거든요. 기후 고열화, 열대화라고 해야지 사람들이 '아, 이게 위험하구나'라고 생각해요.

    그런 측면에서 LA 산불은 당연히 일어날 수밖에 없는 거죠. 원래 캘리포니아가 그 로키산맥 중심으로 해서 굉장히 고온건조한 날씨를 갖고 있는데 그로 인해서 산불이 일어나고 뜨거운 바람을 타고 불이 확산된 것 아닙니까? 아직 정확한 경제적 피해 추산은 안 됐어도 1992년 미국 플로리다주를 강타한 허리케인 앤드루만큼의 큰 피해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경제적 피해가 그 정도로 크면 피해 보상을 어떻게 할 것인가. 가장 중요한 방법 중 하나가 보험입니다. 보험은 사전에 보험료를 지불하고 사고가 발생하면 보험금을 받아 손실을 보전하는 것인데요. 이번에 큰 경제적 피해가 발생했기 때문에, 보험사들이 실질적으로 어느 정도 보험 물건을 받았는지 계산이 필요합니다. 지금 추산된 바로는 그 규모가 매우 크다는 것이 사실인 것 같습니다. 미국 대형 보험사들의 보험금 지급액이 역대급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건 분명한 것 같고요.

    다만 예전처럼 그렇게 많은 보험금을 지급한다고 해서 보험사가 파산할 위험은 없어 보입니다. 왜냐하면 보험사들이 그동안의 학습 효과와 다양한 통계를 바탕으로 보험료를 잘 책정해 왔어요. 그리고 위험이 너무 크면 보험사는 보험 인수를 하지 않거나, 보험을 인수하더라도 재보험을 통해 그 위험을 또 다른 보험사에 전가해 보험을 분산시킵니다. 여러 가지 방법이 있기 때문에 보험사의 손실 금액(보험금 지급액)이 좀 적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물론 절대적으로는 크겠지만요. 이를 한 보험사가 감당하는 것은 그렇게 크지 않을 겁니다.

    ◆ 홍종호> 그러니까 결국 교수님께서는 보험 시장 붕괴까지는 안 갈 거라고 보시는 거군요.

    ◇ 남상욱> 보험 시장의 붕괴는 핵폭탄급으로 완전히 터져버렸을 때, 아무런 조치를 할 수 없을 때 일텐데요. 문제는 '인슈런스 프로텍션 갭(insurance protection gap, 보험 금액과 실제로 가입한 보험 금액의 차이)'입니다. 보상격차죠. 경제적 손해액이 발생했을 때 그 중 어느 정도를 보험금으로 커버할 수 있는 그 격차가 늘어날 수 있다는 거죠.

    ◆ 홍종호> 보험 상품에 최대 얼마까지 지급한다는 내용이 나와 있지 않겠습니까?

    ◇ 남상욱> 네. 만약 100억의 손해가 발생했는데 보험에 들어간 건 10억 원에 불과하다면 90억 원의 보상격차가 생기는 거죠. 사실 유럽의 보험감독청에서는 7~8년 전부터 이 문제를 고민했던 거예요. 기후변화로 인해 보험사들이 보험 가입을 안 받게 되면 보험이라는 기능이 축소될 수밖에 없다. 이 점은 충분히 생각해 볼만합니다. 이에 따라 보험 시장이 붕괴한다는 것은 너무 앞서가는 얘기고요. 보험의 기능이 충실하지 못할 수가 있다. 그게 좀 걱정이 되는 거죠.

    ◆ 홍종호> 이번 LA 산불의 경우 피해 규모가 워낙 커서 보험사 입장에서도 이 정도의 손실은 예상하지 못했을 것 같은데요. 이런 경우 보험금 지급을 거부할 명분 같은 것이 있을까요?

    ◇ 남상욱> 거부할 수는 없죠. 예컨대 약관상에 지급할 수 있도록 정리가 돼 있으면 당연히 줘야죠. 안 주게 되면 법적 문제가 생기고요. 다만 보험회사가 재정적 능력, 다시 말해 위험을 감당할 수 있는 담보력이 부족해 보험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경우 파산해 버릴 수 있는 거죠.

    사실 보험은 처음에 해상보험으로 시작됐지만, 1666년 9월 1일 런던 대화재(그레이트 파이어)가 발생하면서 화재보험이 상륙하게 됩니다. 3일 동안 런던의 4분의 3 이상이 타버렸으니까요. 그러니까 보험이 바다에서 육지로 들어오게 된 게 화재 때문입니다. 그러던 1835년 뉴욕에서 대화재가 발생합니다. 그 당시에는 소방서도 부족했고, 12월에 화재가 발생해 허드슨강이 얼어 불을 끌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 그때 뉴욕주에는 보험회사가 26개 있었는데, 그중 23개가 모두 망해버렸어요.

    또 1871년 시카고에서도 대화재가 발생합니다. 이 사건 이후로 목조 건물이 위험하다며 관련해 시카고 건축학과가 생겨났습니다. 그때도 보험사들이 다 망해버렸습니다. 그때는 뭐 보험회사가 일반 회사 기준으로 설립됐기 때문에 자본력도 약하죠. 다 망해버렸어요. 그래서 시카고 다른 주에 있는 보험사들이 와서 영업하기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이를 비인가 보험사라고 하다가 어감이 안 좋으니까 서플러스 라인(surplus line)이고 합니다. 서플러스 라인 보험은 통상의 위험보다 더 큰 위험이 발생했을 경우 그것만을 취급하는 보험을 의미합니다.

    CBS 경제연구실 유튜브 캡처CBS 경제연구실 유튜브 캡처
    ◆ 홍종호> 할리우드 쪽 부유한 사람들은 대부분 주택 보험에 가입했을 것 같은데요. 이번 LA 화재의 경우, 주택 보험에 들지 않은 경우 정부에서 제공하는 '페어 플랜' 보험이 있다고 하는데 이건 어떤 상품인가요?

    ◇ 남상욱> 페어 플랜은 보험사들이 인수를 거부하면 생기는 보상격차를 정부가 나서서 도와주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아마 보험료가 굉장히 높을거고요. 왜냐하면 위험이 크면 보험료가 높을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보험사들이 못하는 것을 정부가 나서서 하겠다고 도입했던 거예요.

    ◆ 홍종호> 예컨대 일본 같은 경우에 지진 나면 굉장히 커지지 않습니까?

    ◇ 남상욱> 그래서 정부가 나서서 그 지진에 대해서는 보험을 다 담보해 주는 겁니다. 그런데 한계가 있죠.

    ◆ 홍종호> 그래요. 사실 LA나 캘리포니아만의 문제가 아닌 게요. 아마 이제 우리 국민들께서도 기후 피해라는 게 실재하고 있다는 거 대부분 다 느끼실 것 같아요. 책에도 그렇게 쓰셨더라고요. 독감이나 건강 관련 보험, 그리고 이번 설 연휴에 기록적인 폭설 같은 사건들도 역시 보험과 관련되는 상황인 것 같아요. 리스크를 관리해야 되는 보험업이 이상 기후라는 리스크를 맞닥뜨린 상황. 국내 보험업계에서는 이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상당히 우려하고 있습니까? 아니면 한국은 그렇게 심하지는 않다고 보고 있는 겁니까?

    ◇ 남상욱> 사실 제가 기후 리스크가 점점 커진다고 2013년부터 얘기해 왔는데요.

    ◆ 홍종호> 10년 이상 되셨군요.

    ◇ 남상욱> 굉장히 힘들어요. 아직도 먼 나라 얘기 정도로만 생각해서. 업계에서는 재작년 정도나 돼서야 드디어 기후 위기가 심각하다는 경종을 받은 것 같아요. 그런데 기후변화로 인해서 과연 보험업이 어떻게 뻗어 나갈 건지에 대한 답을 못 찾고 있어요. 리스크가 너무 크니까요.

    예컨대 보험의 한계가 두 가지 있습니다. 보험 수요 쪽과 보험 공급 쪽에 한계가 있어요. 보험 수요의 한계는 시장 내 사람들한테 맞는 보험 상품과 보험 수요가 충분히 있지만 소득이 없어서 보험에 가입하지 않는 거예요. 우리나라 1960년대나 70년대 생각하시면 그때는 보험 리스크가 없었나요? 있었어요. 근데 당장 먹고살 돈이 없으니까, 미래를 준비하지 못하는 거죠.

    ◆ 홍종호> 그럴 여유가 없는 거죠.

    ◇ 남상욱> 소득이 없어서 보험에 가입하지 못하는 게 보험 수요의 한계거든요. 그다음에 소득도 충분히 있고 보험에 대한 필요성도 인식하는데, 시장에 적절한 보험 상품이 공급되지 않아요. 왜냐하면 보험의 기술적 한계라는 것도 있고요. 보험이 충분히 인수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통계가 잡히지 않아서 보험료를 산정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요. 그런 걸 보험 공급의 한계라고 합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는 보험 수요의 한계는 지나갔고 보험 공급의 한계가 있는 거죠. 사람들은 리스크가 크니까 보험에 가입합니다. 필요성 인식도 되고 보험료도 지불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보험회사 입장에서 보면 저걸 받으면 자기에게 손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로는 보험료를 측정하지 못합니다. 기후 변화가 너무 급격하게 일어나다 보니까 100년에 한 번 일어날 폭우가 요새는 매년 일어나잖아요. 그러다 보니 보험료의 기준이 되는 기초 통계가 하나도 안 맞는 거예요.

    ◆ 홍종호> 결국 보험업계가 이쪽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가 부족했다고 볼 수 있겠네요. 어떻게 보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도 있는 건데요.

    ◇ 남상욱> 네. 시장을 개척할 수는 있는데 너무 큰 리스크입니다. 기후 리스크는 그동안의 다른 리스크들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보상격차가 커질 수밖에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 홍종호> 관련해서 연휴 직전에 국내 모 대표 손해보험 회사에서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강의할 기회가 있었어요. 그런데 미국에서는 '캣 본드(Cat Bond)', 그러니까 우리 말로는 재난 채권이 되겠죠. 이 상품이 이미 90년대부터 투자자들 사이에서 거래되고, 보험사와 재보험사들이 판매하고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한국에는 아직 도입돼 있지 않다고 들었습니다. 한국은 왜 이런 시장이 형성이 안 되는 겁니까?

    ◇ 남상욱> 네. 지금 말씀하신 게 대재해채권(대규모 자연재해 등 위험에 대처하기 위해 발행되는 보험연계증권(ILS)의 일종)입니다. 카타스트로피 본드라고 하죠. 그것을 하려면 자본력이 튼튼해야 해요. 보험회사들이 여러 보험 물건을 받았는데 담보력이 약하다면 이를 커버하기 위해 자본력을 키우거나 재보험을 붙여야 합니다. 그것을 넘는 리스크는 채권을 만들고 자본 시장에 뿌려서 거기에서 소화하게 돌리겠다는 거예요.

    근데 우리나라에서는 대재해채권을 할 자본력이 안 됩니다. 대재해채권을 발행할 정도면 시장이 엄청나게 커져야 해요. 두 번째 그동안 우리나라는 손해보험사라고 하지만 일반 손해보험보다는 자동차 보험, 장기보험 위주로 많이 팔았습니다. 화재 해상보험은 시장 점유율이 아주 작아요.

    ◆ 홍종호> 그래요?

    ◇ 남상욱> 네. 그래서 작은 물건의 재봉을 붙이면 됐지. 큰 재해 재난까지 나가려고 할 생각을 갖지 않았기 때문에 카타스트로피 본드는 우리나라에서 하는 것보다는 외국에 잘 돼 있습니다. 그 정도로 이용하면 된다고 생각돼요. 우리나라에서 자본을 갖춰서 그것을 운영하기보다는 다른 보험 쪽을 더 키우는 게 낫지.

    ◆ 홍종호> 아까도 잠깐 말씀해 주셨습니다만 보험사 입장에서 기후위기가 시장을 새로 확대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지 않나. 왜냐하면 교수님께서 10여 년 전부터 말씀하셨는데 한국에서 이런 쪽에 대한 시장이 재작년부터 시작됐다고 하니까요. 어떻게 보십니까?

    ◇ 남상욱>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도 있죠. 근데 이것은 리스크를 찬찬히 본 다음에 차츰차츰 시장을 넓히는 것이 중요합니다. 새로운 시장에 있다고 해서 벌컥 들어가다가는 보험사도 다 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보험료를 정확하게 책정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그다음에 자본력. 두 가지가 결합하지 않는 이상 새로운 시장으로 나가기는 힘들 거라고 봅니다.

    ◆ 홍종호> 소비자 입장에서는 제일 관심 있을 텐데요. 아마 시청자들께서도 그러실 겁니다. 내 보험료 올라가는 거냐. 이거 어떻게 보세요?

    ◇ 남상욱> 기후변화로 인해서 대재해 같은 큰 리스크에 대해서는 보험료는 가입 안 하셨기 때문에 보험료 걱정은 없으십니다. 기후변화로 인해서 이런 건 있습니다. 건강이 악화할 수 있습니다. 수질이 악화하고 공기가 악화하면서 자기 몸의 건강 상태가 안 좋아질 수 있습니다. 보험 의료 서비스를 많이 받아야 하고 그렇게 되면 건강보험료는 올라갈 수 있죠.

    ◆ 홍종호> 화재는 어떻습니까? 2년 전쯤 강원도에 화재 났을 때 아는 분 집이 다 탔어요.

    ◇ 남상욱> 불이 어떤 경우로 일어났는지를 좀 봐야 합니다. 방화인지 실화인지 방전인지도 고려해야 하고 그게 기후 때문인지도 파악해야 합니다. 보험이라는 것은 보험 사고가 한 번 일어나면 그만큼 사고 확률이 높아진 거 아닙니까? 그래서 다음에 할 때 보험의 시스템상 보험료는 올라가게 돼 있습니다.

    ◆ 홍종호> 아까 제가 페어 플랜 캘리포니아를 말씀드렸는데 우리나라에도 최근 이런 공공 보험이 발표됐습니다. 경기도에서 3월부터 전국 최초로 기후 보험을 시행하는데요. 교수님이 소식 보셨습니까?

    CBS 경제연구실 유튜브 캡처CBS 경제연구실 유튜브 캡처
    ◇ 남상욱> 네. 경기도가 굉장히 앞서서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운영 측면에 있어서는 사고가 났을 경우에 사람들의 도덕적 행위 문제를 어떻게 해석할 건지를 고려해야 합니다. 자기가 질병으로 났는데 기후 때문에 일어났다고 주장하면서 돈을 또 탄다고 하지는 않겠죠.

    일단 스타트는 잘한 것 같습니다. 기후 쪽에 경기도가 나서서 정책 보험을 연속성 있게 꾸준히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고요. 정책 보험이라는 것은 가입을 의무화시키거나 정부가 보험료를 대주는 거거든요. 지속성 있게 했으면 좋겠어요. 기후 보험을 경기도가 먼저 스타트했다는 점은 주목해 볼만하다고 평가합니다.

    ◆ 홍종호> 아까 말씀하시면서 캘리포니아의 경우는 너무 보험료가 높다고 하셨습니다. 이런 공공 보험에 가입하는 분들은 아무래도 소득이 높은 분들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경기도는 어느 정도 책정하고 있습니까?

    ◇ 남상욱> 36억 원 정도 보험료로 책정해서 지급해 준 것 같은데요. 1년을 해 봐야죠. 이번에 보험사들이 컨소시엄을 이뤄서 입찰한다고 합니다. 추후 보험 설계나 담보 내용이 어떻게 되는지를 한번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기후 보험을 정책 보험으로서 스타트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합니다. 제가 알기로는 경기도의회에서 처음부터 반발이 있었습니다. 다른 보험과 충돌하고 중복 보험 아니냐는 불만도 있었습니다.

    ◆ 홍종호> 기후 변화가 큰 재난이라지만 미치는 피해는 지역과 소득, 계층별로 다를 거라고 생각이 돼요. 그래서 공공 보험 이야기도 나오는 것 같은데요. 결국 취약계층을 보호하는 조치는 꼭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비가 많이 오거나 화재가 났을 때 아무래도 소득이나 지역별로 어려운 분들이 고통을 많이 당하게 됩니다. 보험업계나 공공 영역에서 경기도와 같은 사례처럼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 남상욱> 기후 변화로 인해서 가장 타격을 받은 것은 저소득 취약계층이거든요. 그다음에 전통시장의 상인들이 폭염, 한파, 폭우가 왔을 때 정말 힘듭니다. 그분들은 보험 수요의 한계가 있습니다. 소득이 없는데 무슨 보험에 가입합니까? 그런 분들을 정책 보험으로 충분히 커버해 드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기후정의라고 생각되고요.

    그리고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요새 환경부하고 계속 얘기하고 있는 하나가 있습니다. 보험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생명보험처럼 사고가 났을 때 미리 정해진 금액을 주는 생명보험이 있고요. 왜냐하면 생명보험은 몸의 가치가 얼마인지 모릅니다. 암 나았거나 사망했을 때 미리 보험금을 정해 놓지 않습니까? 그래서 정액보험이고요.

    손해보험이라는 것은 실제 손해액이 발생하면 그 피해액이 얼마인지를 계산할 수 있거든요. 그게 실손보험입니다. 그래서 재난, 재물, 자동차 보험은 보험사고가 났을 때 실손으로 피해액을 산정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기후 리스크 같은 경우는 한 번 발발하면 손해액이 엄청나게 커지지 않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실손보험으로 커버하기 힘들어요. 보험 보장 갭이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은 손해는 우리 국민이라는 거죠.

    따라서 그런 것을 피해 갈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지수형 보험이라고 파라메트릭 보험이라는 게 있어요. 파라메트릭 보험은 쉽게 얘기해서 폭우가 3일 동안 무지하게 왔어요. 또 폭염이 왔어요. 열대야가 며칠 이상 지속돼요. 그로 인한 경제적 손실의 발생 유무는 상관없이 파라메트릭 지수가 일어나면 가입자 모두에게 보험금을 즉시 지급합니다.

    2016년 구마모토 일본에서 지진이 났을 때 일본 정부에서 지진이 일어났을 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조사한 적이 있어요. 사후 복구 비용은 차후의 문제예요. 지진이 났어. 당장 우리 애들을 학교나 친척 집으로 보내야 하는데 교통비가 없다는 거예요. 휘발윳값이 없고 하루 잠잘 숙박비가 없는 거죠. 그 당시 피해자들에게는 단지 100만 원, 50만 원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거죠.

    ◆ 홍종호> 긴급 재난지원금과 같은 거군요.

    ◇ 남상욱> 그렇죠. 긴급 재난 비용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일본 동경해상이 이걸 만들었습니다. 지진이 6 이상이 났을 때 100만 원씩 다 주는 거예요. 그게 파라메트릭 보험이거든요. 그걸 받게 되면 당장 생활할 수 있잖아요.

    ◆ 홍종호> 이 보험 시장은 일본만 있나요?

    ◇ 남상욱> 아니요. 전 세계적으로 다 있습니다. 많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아직 도입이 덜 돼 있습니다.

    ◆ 홍종호> 이런 면에서 참 늦네요.

    ◇ 남상욱> 왜냐하면 그건 보험이 아니라는 시각을 많이 갖고 있어요. 보험이라는 것은 사고가 나서 경제적 피해가 있어야 하는 거예요. 하나의 이벤트가 발생했다고 다 준다는 게 실손보험 원칙에 맞냐는 의문이 있죠. 보험료율의 문제도 있고요. 최근에 항공기가 2시간 이상 늦게 출발했을 때 얼마씩 주는 것은 통과가 됐습니다. 앞으로 금융위 사람들 만나니까 이제 하겠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제가 계속 주장하는 것이 있습니다. 환경부하고 기재부에서 운영하는 기후대응기금이 있습니다. 2조 4천억입니다. 그걸 가지고 여러 군데 잘 쓰고 있죠. 사전 예방 비용과 사후 복구 비용이라는 게 있습니다. 사고가 났을 때 사후 복구 비용에 거의 많이 써요. 그렇지만 이거는 시간이 오래 걸려요. 집이 무너졌습니다. 집을 복구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6개월에서 1년이 걸리지 않습니까?

    ◆ 홍종호> 그럼요.

    ◇ 남상욱> 사후 복구 비용의 일부를 떼서 사전 예방 비용으로 옮기자. 그걸로 보험에 다 가입시켜 주자는 거죠. 100억, 200억, 많게는 300억까지 끌어와서 파라메트릭 보험을 저소득층이나 전통시장 상인에게 들어주자는 겁니다. 기상청이 폭염이 몇도 이상이 3일 정도 됐다고 하면 100만 원씩 다 주자는 거예요. 그러면 그분들 살 수 있지 않습니까?

    그러면 세금 또한 불확실성이 제거되죠. 나중에 사후 복구 비용이 얼마 들지 모르는데 사전 예방 비용으로 100억, 200억 책정해 놓으면 나머지는 보험사들이 다 알아서 해줄 수 있으니까 그거를 도입해 보자. 이런 것을 계속 주장하고 다니고 있습니다.

    ◆ 홍종호> 지수형 보험을 듣고 보니까 우리나라에서는 재난 피해가 생기면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줄 거니 말 거냐로 정치권이 공방을 벌이잖아요. 이런 합리적인 상품을 만들어 놓으면 사전적으로 혜택을 받을 수 있으니까 주민들 입장에서는 좀 걱정이 덜 될 것 같아요. 이런 것에 가입돼 있다는 것 자체가 상당히 좋은 아이디어 아닌가 싶습니다. 좋은 얘기 많이 해 주셨는데 추가로 하실 말씀 있다면 해주시죠.

    ◇ 남상욱> 네. 기후 리스크는 앞으로 점점 커질 것이 자명합니다. 기후 변화에 대해서 너무 안일하게 생각 마시고요. 이제 3월이나 4월도 없어지고 장마라는 말도 없어질 거고 커피값도 계속 올라갈 겁니다. 이런 게 다 기후 인플레이션 아닙니까? 업계뿐만 아니라 국민 전체적으로 기후에 관한 관심을 많이 가지시고요. 그다음에 보험업계는 자기가 하는 본업인 보험을 통해서 기후 보험을 어떻게 더 활성화하고 국민한테 안전하고 안정된 삶을 지원해 줄 수 있을까를 고민해 봐야 합니다.

    ◆ 홍종호> 네. 말씀 감사합니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남상욱 서원대 교수와 이야기 나눴습니다. 고맙습니다.

    ◇ 남상욱> 네. 감사합니다.

    ※CBS노컷뉴스는 여러분의 제보로 함께 세상을 바꿉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 시각 주요뉴스


    실시간 랭킹 뉴스

    노컷영상

    노컷포토

    오늘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