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2024년 분기별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 비중. 부동산R114 제공10일 부동산R114는 "지난해 4분기 임대차 계약에서 전세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56.0%(3만 112건), 월세 거래 비중은 44.0%(2만 3657건)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서울 아파트 전월세 실거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다. 월세 비중은 직전 3분기 40.7% 대비 3.3%p 상승하면서 최근 2년 새 최고치를 기록했다.
월세 비중 확대는 전방위 대출 규제로 억눌린 매매 수요가 임대차 시장에 머무는 선택을 하고 있는 가운데, 2022년부터 불거진 전세사기 여파와 2023년 5월부터 꾸준히 오르는 전셋값 탓에 월세 시장으로 이동한 수요자가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4분기 부동산R114 월세지수도 144.4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월세 거래 중 신규계약 비중은 줄고 갱신계약 비중이 커지는 점도 주목된다. 갱신계약 비중은 2023년 4분기(23.1%)부터 확대되기 시작해 지난해 4분기(31.6%)는 30%를 넘어섰다. 부동산R114 리서치팀 김지연 책임연구원은 "월세 가격도 큰 폭으로 오르고 있지만, 한층 높아진 전셋값 문턱을 넘지 못한 수요자들이 신규 전세 및 월세 계약을 체결하기보다 계약갱신청구권을 활용해 기존 월세 계약을 연장한 영향이 큰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김지연 책임연구원은 2023~2024년 전월세 거래가 가장 많은 '헬리오시티'를 그 사례로 들었다. 전용면적 84㎡ 경우 2023년 1분기 8억 1천만 원이던 평균 전세보증금이 지난해 4분기 10억 원으로 약 23% 인상됐다. 전세보증금의 80%를 대출받는다고 가정하면 매달 이자 부담이 244만 원에서 300만 원까지 늘어나게 된 셈이다(2023~2024년 시중 5대 은행 전세자금대출 금리 평균인 4.5% 적용). 반면 동일 단지·면적의 월세(갱신계약)는 보증금에 큰 변동 없이 126만 원에서 178만 원으로 올랐다. 월세 가격도 40%가량 크게 올랐지만, 전셋값 상승에 따른 이자 부담 증가를 더 버겁게 느낀다는 설명이다.
전셋값 상승으로 전세 보증금 마련이 어려워지면 수요는 자연스레 순수 전세보다는 반전세나 월세로 전환될 수밖에 없어 '전세의 월세화'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