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종호> 기후의 눈으로 경제를 읽다. CBS 기후로운 경제생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홍종호입니다. 한 주 동안 세계 각지에서 벌어진 기후 현안 전해드리는 주간 기후 브리핑 시간입니다. 오늘도 CBS 경제부 최서윤 기자 나와 계세요. 안녕하세요.
◇ 최서윤> 네. 안녕하세요. 이번 주에도 두 가지 소식 준비했습니다. 먼저 첫 번째는요.
변죽만 울린 대왕구라. 대왕구라라는 제목은 지난주 대왕고래 프로젝트 관련한 전 언론사의 보도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언론사의 제목을 차용해봤어요. 동해 심해에서 석유와 가스를 탐사하는 대왕 고래 프로젝트, 무산 소식이라고 해야 할까요? 1차 결과가 좀 석연치 않았다는 건데요. 짧게 이야기해 보려고 소식 가져왔습니다.
◆ 홍종호> 지난 6일 목요일이었죠. 1차 시추 결과 사업성이 없다. 나랏돈만 들어가고 나오는 게 잘 없다는 결론으로 도달한 거죠.
◇ 최서윤> 네. 작년 6월,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국정 브리핑 통해서 밝혔어요.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최대 140억 배럴에 달하는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는데요. 그래서 우리나라도 이제 산유국이 되는 거 아니냐 하는 기대감이 커졌고 관련 주가가 폭등하기도 했었죠.
CBS 경제연구실 유튜브 캡처 ◆ 홍종호> 저도 당시 6월에 이 발표를 들으면서, 사실 화석 연료 시추 관련 사업은 위험성이 매우 높다고 생각했어요. 리스크가 크다고 한 것은 실제 시추에서 사업성 있는 매장량을 확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인데요. 아무리 중요한 사안이라고 해도 보통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정도가 해야 할 이야기를 일국의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발표한 것은 좀 아니지 않냐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얼마 되지 않아 이런 결과가 나온 거죠.
◇ 최서윤> 네. 보통은 1차 시추를 해보고 발표할 수도 있는데요. 이번에는 1차 시추하기 전에 발표했어요. 그러니까 대왕고래는 석유랑 가스가 매장이 돼 있을 거라고 예상되는 지층 구조예요. 이를 7개 유망 구조로 나눴어요. 대왕고래, 마귀상어, 오징어, 명태 등 뭐 이런 이름을 붙였다고 해요. 이 중에 대왕고래가 가장 가능성이 높다고 해서 1차 시추에 들어갔던 겁니다.
시추는 12월 20일에 시작을 했는데요. 지난 6일 산업통상자원부 고위 관계자가 부처 출입 기자들을 모아놓고 1차 시추 결과에 대해서 간단히 브리핑한 거예요. 가스 매장의 징후가 일부 확인되었지만, 그 수준이 유의미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관계자가 '윤 대통령의 1차 발표는 산업부가 생각하지 못한 정무적 영향이 개입된 과정에서 장관이 비유를 든 것 자체가 많이 부각됐던 것'이라고 해명했어요.
◆ 홍종호> 이 정도 표현이면 산자부 입장에서는 아주 솔직하게 얘기하는 거죠.
◇ 최서윤> 그렇죠. '정무적 영향'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어요. 장관이 비유를 든 것, 이건 뭐냐면요. 윤 대통령이 당시에 발표할 때 안덕근 산업부 장관이 옆에서 이런 말을 했어요. 동해 석유 가스 매장량이 현재 가치로 따져보면 삼성전자 시가총액의 5배 수준이라고 거들었어요. 결과적으로 산업부가 의도한 건 아니지만 그때 발표는 죄송하다, 이렇게 대신 사과를 했다고 봐야 할까요.
◆ 홍종호> 네. 산자부 입장에서도 이런 발표를 하기까지 내부적으로 얼마나 고민이 많았겠습니까? 충분히 상상됩니다. 시추가 생각보다 빨리 진행이 되고 결과 발표까지 속전속결로 이루어진 거예요.
CBS 경제연구실 유튜브 캡처 ◇ 최서윤> 맞습니다. 우리가 6월 초에 갑자기 산유국의 꿈에 부풀더니 작년 12월 20일 대왕고래 유망구조 탐사 시추 작업을 시작했, 47일 만인 2월 4일에 종료가 됐는데요. 이 시추 과정에서 취득한 시료를 정밀 분석하고 최종 결과가 나오려면 8월 정도는 되어야 나온다고 해요. 그런데 이렇게 빨리 발표를 한 이유는, 지금까지 확인한 내용만으로도 석유 가스의 경제성을 판단할 수 있는 핵심인 탄화수소 가스 포화도 수치가 상업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고 합니다. 석유 부존 가능성이 매우 낮을 수도 있고, 있다고 하더라도 경제성을 갖지 못할 수도 있다고 해석됩니다.
사실 아쉬운 점은 1차 시추도 진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통령이 직접 대대적인 발표를 했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석유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 근거가 미국 자문 업체 엑트지오가 처음 분석했을 때 성공 확률이 20%였다고 합니다. 물론 이 확률에 대해 업계에서 의견이 갈리긴 하는데요. 대통령이 대대적으로 발표할 만큼 높은 확률이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 홍종호> 사실 확률 수치를 떠나서, 이런 사업들은 대부분 이런 글로벌 석유 메이저들이 하는 주도하는 사업들인데요. 아직 검증해야 할 단계가 많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 나라의 지도자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이야기했다는 것이 너무 가볍게 속단해서 발표한 것처럼 느껴집니다. 아쉬운 마음을 금할 수 없네요.
◇ 최서윤> 맞습니다. 발표 시점을 보면 작년 6월이었잖아요. 두 달 전에 4월 총선에서 패배하면서 떨어진 국정 지지율을 만회하기 위한 국면 전환용이 아니었냐는 의구심이 제기됐어요. 그게 맞았는지 아닌지에 대한 답변은 이번에 산업부 관계자가 설명한 정무적 영향이라는 단어에서 조금 유추해 볼 수 있을까 싶습니다.
◆ 홍종호> 참 안타깝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고요. 앞으로 어떻게 되죠?
◇ 최서윤> 네. 일단은 안덕근 산업부 장관이 이 발표를 하고 바로 다음 날인 7일에 YTN에 출연해서 '대왕고래에는 가스가 없지만 매장됐던 가스가 그 부근을 지나간 경우에 주변 나머지 6개의 유망 구조 부근에는 가스가 있을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고 말했어요. 그래서 나머지 유망 구조에 대해서 후속 탐사를 충분히 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기대를 남겨둔 거거든요. 대왕고래 프로젝트가 완전히 실패했다, 아예 처음부터 거짓말이었다, 이런 지적들이 나오니까 여기에 대해서 아무래도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선을 긋고 진화를 하려고 한 게 아닌가. 이런 해석이 나옵니다.
◆ 홍종호> 대왕고래가 가장 매장 가능성이 높다고 해서 시작한 것 아닌가요?
◇ 최서윤> 네. 하지만 아직 포기를 하지 않은 것처럼 보여요. 1차 시추에 1천억 원 들여서 해저 심층이랑 지층 구조에 1700여 개의 시료를 확보했다고 하거든요. 앞으로 국내 투자를 하거나 해외 투자를 유치해서 후속 탐사를 해나갈 수 있다는 취지의 계획을 안덕근 장관이 밝힌 거예요. 근데 해외 투자를 하면 안보나 보안 문제 같은 게 있으니 국내 예산을 받아서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보냈는데 지금 국회에서 추경 얘기 나오고 있잖아요. 추경으로 예산을 확보하면 자원 개발 계속하고 싶다고 말해서 거짓말은 아니었다고 수습하고 있는 걸로 보입니다.
◆ 홍종호> 우리나라의 재정 상황이 절대 녹록지 않거든요. 그런데 1회 시추에 1천억 원이 들어가는 사업을 국가 주도로 한다. 여기에 가능성이 꽤 있다고 생각하면 해외 기업이나 국내 기업이나 석유공사 등 민간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길도 있을 것 같아요. 현재 예산 상황이 경제적으로 아주 어려운 상황에서 여기에 또 돈을 퍼붓는 것이 우리 국민을 위해서 훨씬 더 시급하고 중요한가. 이런 쪽에 사업이나 정책들이 있지 않는지 하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습니다.
◇ 최서윤> 산업부는 기대하고 다르게 상황이 별로 녹록지는 않아 보여요. 왜냐하면 12.3 내란 사태 터지고 국회에서 아예 처음에 잡았던 대왕고래 프로젝트 예산을 98% 삭감했거든요. 505억 원을 담아놨는데 497억 원을 삭감해서 8억 원 남았어요. 1차 시추할 때 1000억 원 들어갔다고 했잖아요. 석유공사가 혼자 재원을 조달해야 하는 처지입니다. 석유공사는 지금 자본 잠식 상태잖아요. 재원 조달이 절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업계에서는 그래도 시추를 계속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인데 결과가 이렇게 나왔기 때문에 가능할지 의문이 들어요. 가능성도 가능성이지만 특히 비용 말씀하셨지만 우리가 생각해 봐야 할 게 있어요.
CBS 경제연구실 유튜브 캡처 ◇ 최서윤> 설령 석유나 가스 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해도 적절한 비용과 기술로 자원을 추출해서 이게 사업성을 가질 수 있는지가 불확실하다는 점이에요. 무엇보다 예산을 투입할 때 한정된 예산을 효율적으로 배분해야 하잖아요.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고 앞으로 어떻게 될진 모르지만 장기적인 미래를 봤을 때 석유, 가스는 이용하려고만 해도 비용이 발생하는 화석 연료잖아요. 이런 걸 생각해 봤을 때 우리가 자원 개발을 하는 것이 경제성을 가질 것인지 하는 의문이 들어요. 올해 재생에너지 및 에너지 신산업 활성화 프로그램 예산이 6600억 원 정도 반영됐거든요. 이게 2022년에는 1조 5500억 원이었어요. 그러니까 반토막도 더 잘린 거예요.
그럼 예산을 선택과 집중해서 효율적으로 써야 하잖아요. 예산이 한정돼 있다면 어떤 에너지 개발에 더 많은 돈을 써야 하는지 혹은 어디에 써야 하는지를 검토하는 사회적 논의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 홍종호> 네. 저는 최 기자께서 아주 중요한 포인트를 지적해 주셨다고 생각해요. 기후위기 시대에 전 세계가 기존의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 옮겨가는 거대한 전환의 흐름 속에 있거든요. 우리나라는 재생에너지의 비중과 시장에서 역할이 아주 미미해요. 많은 민간 기업이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력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고 있는 와중에 사업성이 매우 불투명해요.
용어 선정에 있어서도요, 정부나 많은 언론들이 경제성이라는 표현을 써요. 원래 경제학 교과서에 따르면 경제성은 한 사업 또는 정책이 가져오는 사회적 비용도 포함해서 계산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런데 석유 시추 사업은 가스도 나오고 메탄도 나오잖아요. 태우면 이산화탄소도 나옵니다. 이런 것이 야기하는 사회적 비용도 다 감안해서 계산하고 평가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러니까 지금 정부가 얘기하는 것은 사업성조차도 이번에 1차 시추해 보니 없었다고 이야기하고 있는 거예요.
◇ 최서윤> 사회적 비용이 들어가는 건 차치하고 얘기한 거군요.
◆ 홍종호> 그건 아예 계산도 안 한 거죠. 이것이 사용되면 나올 대기오염이나 이산화탄소 배출에 따른 기후변화 문제까지 생각해서 정부가 앞으로 에너지 분야의 예산 투입과 그로 인한 정책 효과에 대해 더 신중하고 미래 지향적인 판단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번에 '대왕 구라'라고 하셨나요? 대왕고래 프로젝트를 보면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됩니다.
◇ 최서윤> 그렇죠. 정부가 장기적 안목을 좀 가져줬으면 합니다.
◆ 홍종호> 맞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