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 김연경이 13일 GS칼텍스와 경기를 마치고 올 시즌 뒤 선수 은퇴를 공식화했다. 사진은 13일 경기 모습. KOVO올 시즌 뒤 현역 은퇴를 선언한 '배구 여제' 김연경(37·흥국생명). 지난 2005년 데뷔한 뒤 20년 넘게 활약해온 프로배구 무대를 떠난다.
김연경은 13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4-2025 V리그' GS칼텍스와 홈 경기에서 3 대 1 승리를 이끌었다. 팀 최다 19점을 올리며 8연승과 함께 단독 1위 질주를 견인했다.
다만 김연경은 경기 후 충격적인 선언을 했다. 수훈 선수 인터뷰에서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겠다"면서 "시즌 끝나고 성적이랑 관계없이 은퇴를 생각하고 있다"고 밝힌 것.
당초 김연경은 지난 9일 지난 시즌 뒤 현역에서 물러난 선배 김해란의 은퇴식 때 "해란 언니를 따라가겠다"고 발언했다. 4일이 지나 이 발언의 진의에 대한 질문에 김연경이 구체적으로 답한 것이다.
김연경은 "많이 고민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주변 얘기도 있었고, 제 생각에 지금이 좋은 시기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아쉽다면 아쉬울 수 있지만 올 시즌 잘 마무리하고 제2의 인생을 살기 위해서 그런 선택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구단으로서도 아쉬울 수밖에 없다. 흥국생명은 물론 한국 배구 전체를 대표하는 아이콘으로 흥행의 주역인 데다 올 시즌도 여전한 기량을 뽐내고 있기 때문이다. 김연경은 올 시즌 521점으로 부문 전체 6위, 국내 선수 1위를 달리고 있다. 공격 성공률 전체 2위(45.36%), 퀵 오픈 1위(성공률 54.59%)로 외국인 선수와 견줘도 손색이 없다.
여자 프로배구 흥국생명 김해란이 9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은퇴식에서 김연경부터 기념 액자를 전달받고 있다. 연합뉴스하지만 선수의 의견을 존중하기로 했다. 프로 초창기부터 김연경을 쭉 지켜봐온 흥국생명 이영하 단장은 14일 "몇 번이나 설득했지만 선수의 의지를 꺾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지난 시즌 뒤에도 그만둔다는 얘기가 나왔다"면서 "그러나 우승을 하지 못해 서운해서 올 시즌을 뛰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워낙 자기 관리가 철저한 김연경이지만 그동안 프로는 물론 국가대표로서도 온 몸을 바쳤던 만큼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 이 단장은 "무릎은 물론 온 몸이 아픈 상황"이라면서 "한국 배구를 위해 워낙 헌신을 많이 했다"고 전했다. 김연경은 2012년 런던, 2021년 도쿄올림픽 4강 신화 등 한국 여자 배구의 전성기를 열었다.
김연경은 입단부터 쭉 흥국생명에서만 뛴 '원 클럽맨'이다. 물론 일본과, 튀르키예, 중국 등 해외 무대에서도 활약했지만 국내에서는 핑크빛 유니폼만 입었다. 이에 이 단장은 "은퇴 후에도 지도자 등 제2의 인생을 적극 지원해주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김연경은 은퇴 뒤에는 당분간 휴식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 이 단장은 "어떤 일을 하게 될지는 본인에게 달렸다"면서도 "그동안 정말 열심히 뛰었던 만큼 쉬고 싶지 않을까 싶다"고 귀띔했다.
이제 배구 여제는 화려한 은퇴 무대를 꿈꾼다. 김연경은 구단 유튜브 채널과 인터뷰에서 "우리 팀이 올 시즌에 정말 잘하고 있다"며 "많은 분이 저의 마지막 배구를 웃으며 즐겨주시길 바란다. 끝까지 배구장에 많이 와 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