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상호관세 부과를 공식화했다. 관세뿐만 아니라 '비관세 장벽'까지 고려하겠다고 명시하면서 한국에 적용될 비관세 장벽 범위를 놓고 여러 해석이 나온는 등 불확실성이 커졌다.
한국은 FTA 체결국…관세 대부분 철폐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각국의 관세 장벽은 물론 비관세 장벽까지 조사해 개별 국가들에게 '상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상호관세란 각국이 미국 상품에 적용하는 관세율만큼 미국도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으로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라고 이해하면 된다.
비관세 장벽이란 상품에 직접 세금을 매기는 것과 달리 각 국 내 규제를 비롯해 공정경쟁에서 자국 상품이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도록 하는 정부보조금, 환율정책 등이 포함된다.
관세율은 수치로 드러나는 만큼 명확하지만 비관세 장벽은 미국이 어떤 기준으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가늠이 어렵다.
백악관 고위당국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 서명에 앞서 진행한 브리핑에서 교역상대국의 관세뿐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이 비(非)금전적 또는 비관세 장벽이라고 부르는 것에도 레이저빔처럼 집중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해 약 98%의 관세가 철폐되는 등 대부분 상품이 무관세인 상태로 '상호관세' 측면에서는 문제가 될 게 없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거시경제·금융현안간담회를 열고 "금번 상호관세 부과 조치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인해 적용 관세율이 낮은 한국 경제에 대한 영향은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봤다.
미국의 '비관세 장벽'…세금, 환율, 보조금 등 다양
연합뉴스하지만 미국이 비관세 장벽까지 고려하기로 결정하면서 한국도 상호관세 대상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최 권한대행은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 조치가 우리 경제에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보면서도 "미국이 관세뿐만 아니라 부가가치세, 디지털서비스세 등 비관세장벽까지 포함해 평가할 것으로 예고한 점을 감안해 상황을 예의주시할 필요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오후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 방침에 따른 국내 업계 영향을 점검하고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회의를 열었다. 산업부는 미국이 언급한 비관세 장벽에 대해 부가가치세 등 세금, 보조금, 환율, 불공정 관행 등이 고려대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역협회가 작성한 '국별 무역장벽 보고서 주요 내용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미 무역대표부( USTR)은 지난해 무역장벽보고서(NTE)에서 한국에 대해서 '대기환경보전법상배출가스관련부품(ERC)규제'가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또 '일부기업에 세제혜택,연구 및 개발을 지원하는걸 골자로 하는 '혁신의약품기업' 인증제도에 대해서도 한국 정부가 이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제공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유전자변형농산물(GMO) 승인 절차 복잡, 30개월 미만 소에서만 수입 허용하는 임시 조치 지속, 외국 클라우드서비스업체의 공공입찰 참여 제한 등도 주요 무역장벽 사례로 꼽았다.
동맹국 상관없이 관세 때린다는 트럼프, 4월 1일까지 협상이 관건
한국이 상호관세 부과 대상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을 뒷받침해주는 건 무역수지 흑자 규모다. 백악관은 "우리는 먼저 무역흑자가 가장 크고 높은 관세율을 적용하는 국가들을 조사할 것"이라며 "중국과 같은 경쟁자이든 EU, 일본, 한국과 같은 동맹국이든 상관없다"면서 한국도 고려대상임을 분명히 했다.
실제 한국은 상무부의 지난해 무역수지 통계에서 연간 557억 달러(약 81조원)의 연간 대미 흑자를 기록해 세계 8위에 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우리는 기울어진 운동장이 아닌 평평한 운동장을 원한다"며 "이번 조치는 무역관계에서 공정성을 회복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행 시기를 4월 1일로 유예기간을 뒀다는 점과 국가별 맞춤형 관세를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힌 것을 두고는 국가별 협상의 여지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블룸버그 통신도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 관세 부과를) 즉시 시행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은 협상을 시작하자는 '공개 입찰'(opening bid)로 볼 수 있다"라고 평가했다.
한국도 물밑 외교전에 들어갔다. 박종원 통상차관보는 오는 17일 워싱턴 DC에서 상무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등 관계자를 만나 대미 외교 활동에 나선다. 박 차관보는 이번 방미에서 트럼프 2기 산업·통상 정책을 담당하는 고위 관계자들을 만나 한국의 대미투자 성과 등을 적극 설명할 예정이다. 다만 대통령의 부재로 협상력이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