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얼빈동계아시안게임에서 2관왕에 오르며 한국 쇼트트랙의 역대 최고 성적을 이끈 장성우(왼쪽), 박지원. 연합뉴스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다. 한국 쇼트트랙이 올 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 투어 마지막 대회를 금메달 없이 동메달 2개로 마무리했다.
대표팀은 16일(현지 시각) 이탈리아 밀라노 아사고 포럼에서 열린 '2024-2025 ISU 쇼트트랙 월드 투어' 6차 대회에서 장성우(화성시청)가 남자 1000m 동메달을 추가했다. 장성우는 전날 1500m 동메달까지 혼자 이번 대회 대표팀의 메달을 모두 수확했다.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대표팀은 2025 하얼빈아시안게임에 전력을 쏟았기 때문에 곧바로 열린 6차 대회에 완전히 지친 상태에서 출전했다. 대표팀은 아시안게임을 마치고 지난 10일 귀국해 인천공항 근처 호텔에서 묵은 뒤 11일 밀라노로 떠났다. 시차 및 현지 적응이 되지 않은 가운데 경기에 나섰다.
당초 성적보다는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동계올림픽에 대비한 차원이었다. 6차 대회는 올림픽의 테스트 이벤트로 열렸는데 아사고 포럼에서 내년 올림픽 쇼트트랙 경기가 펼쳐진다. 빙질과 현지 경기장 분위기, 동선 등을 미리 경험할 기회였다.
아쉽지만 지난 시즌 나란히 남녀 세계 랭킹 1위를 차지했던 박지원(서울시청), 김길리(성남시청)의 2년 연속 크리스털 글로브 수상도 무산됐다. 3년 연속 수상에 도전했던 박지원(서울시청)과 2년 연속 영광을 노렸던 김길리는 나란히 남녀 랭킹 6위로 올 시즌을 마무리했다.
사실 둘은 시즌 랭킹 1위가 쉽지 않았다. 상대 선수들의 집중 견제와 올 시즌 달라진 ISU 국제 대회 방식 등으로 적잖게 고전했다. 박지원은 월드 투어 3차 대회까지 1500m 금메달 1개, 은메달 1개를 따내며 캐나다의 윌리엄 단지누에 밀린 랭킹 2위였다. 김길리도 개인전 금메달 1개, 은메달 1개, 동메달 2개로 3위였다.
여기에 대표팀은 아시안게임 출전으로 월드 투어 5차 대회에 나서지 못했다. 한 대회 랭킹 포인트를 통째로 날린 셈이라 역전 우승을 노리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하얼빈동계아시안게임 쇼트트랙 여자 1000m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최민정(오른쪽)과 은메달을 획득한 김길리. 연합뉴스비록 연속 랭킹 1위는 놓쳤지만 그만한 가치는 있었다. 박지원은 아시안게임 2관왕에 오르며 병역 혜택을 받아 안정적으로 선수 생활을 이어가게 됐다.
1996년생 박지원은 그동안 중국으로 귀화한 동갑내기 린샤오쥔(한국명 임효준) 등에 가려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에 출전하지 못했다. 그러다 뒤늦게 잠재력을 꽃피우며 대표팀 에이스로 우뚝 섰다. 사실상 이번 하얼빈아시안게임이 마지막 기회였는데 기어이 금메달을 따냈다.
김길리도 첫 국제종합대회에서 2관왕에 올랐다. 물론 김길리는 여자 계주 3000m 결승에서 마지막 주자로 나섰는데 중국 궁리와 충돌하며 넘어져 메달이 무산됐다. 그러나 3관왕에 오른 최민정(성남시청)과 함께 여자팀 쌍두마차의 존재감을 뽐냈다.
이밖에도 대표팀은 남자 선수들이 병역 혜택을 받게 됐다. 차세대 에이스 장성우(화성시청), 김건우(스포츠토토) 등으로 대표팀 전력 누수를 막게 됐다.
이제 한국 쇼트트랙은 다음달 중순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ISU 세계선수권대회를 정조준한다. 다른 국가는 물론 대표팀 내부에서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양궁처럼 대표 선발전이 오히려 더 어려운 쇼트트랙에서 태극 마크가 걸린 대회이기 때문이다.
대한빙상경기연맹 규정에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 1개 이상을 따고 대표팀 내 종합 순위가 가장 높은 남녀 선수 1명에게 차기 시즌 국가대표 자격을 준다. 선발전을 거치지 않아도 자동으로 내년 올림픽 등 국제 대회에 출전할 수 있다. 월드 투어를 마무리했지만 대표팀의 새로운 경쟁은 이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