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배 헌법재판소장 직무대행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지난달 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최종 변론에 입장해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윤석열 대통령 탄핵 선고가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헌법재판관들의 고심 지점이 어디인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재판관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쟁점을 볼 수 있는 가늠자는 역시 탄핵심판 과정에서 직접 던졌던 질문들이다.
재판관들의 질문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는데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장악, 정치인 등에 대한 체포, 국무회의 개최 여부다.
헌재 재판관들의 궁금증①…국회·선관위 장악 시도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헌법재판관들이 가장 많이 던졌던 질문은 12·3 내란사태에서 계엄군의 투입 목적과 역할이었다. 특히 재판관들은 12·3 비상계엄 당일 국회 장악(국회의원 끌어내기 포함)에 대해 궁금해했다. 그만큼 국회·선관위 장악 시도가 탄핵 판단에 있어 핵심 쟁점이었던 셈이다. 윤 대통령 측의 주장을 모두 수용해 비상계엄 선포를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고 인정하더라도, 국회에 대한 제한과 통제는 헌법 어디에서도 인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국회·선관위 장악 관련 헌법재판관 핵심 질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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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왜 군 병력이 국회 본청 유리창을 깨고 진입했나. 군이 들어갔으니 충돌이 생긴 것 아닌가" (정형식 재판관→김용현 전 국방부장관) ②"국회의원을 끌어내라고 사령관이 지시하는 내용도 다른 여단의 부대원들이 들었다", "그런 얘기를 증인이 들었다고 검찰에서 얘기했다고 하던데" (김형두 재판관→김현태 전 707단장) ③"계엄 선포 후 계엄 해제 결의를 위해 국회에 모인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한 적이 있나", "국가비상입법기구 관련 예산 편성 쪽지 기재부장관에게 준 적 있나"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윤석열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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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 1월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4차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해 답변하던 중 웃음 짓고 있다. 헌법재판소 제공윤 대통령 탄핵심판의 첫 증인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었다. 정형식 재판관은 지난 1월 23일 4차 변론에서 김 전 장관에게 "질서유지 목적이면 왜 군 병력이 국회 본청 유리창을 깨고 진입했나. 군이 들어갔으니 충돌이 생긴 것 아닌가"라고 물었다. 김 전 장관이 반복적으로 국회에 병력을 투입한 목적이 '질서유지'라고 주장하자 이를 확인하는 취지의 질문이었다. 김형두 재판관은 김 전 장관에게 "당시 국회의장도 담을 넘어 들어갔다. 국회 봉쇄가 목표가 아니었나 하는 정황들이 많이 보인다"며 "일부 국회의원은 병력이 진출로를 열어주지 않아 못 들어간 일도 있다"고 말했다. 김 재판관은 김 전 장관에게 "결국은 가장 주된 목표가 입법기구인 국회의 기능을 정지시키겠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묻기도 했다.
지난달 6일 6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현태 특수전사령부 전 707특수임무단장은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으로부터 '끌어내라'는 취지의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에 김형두 재판관은 "그때 사령관이 화상회의 마이크를 켜놓은 상태에서 지시를 했는데 '국회의원을 끌어내라'고 사령관이 지시하는 내용도 다른 여단의 부대원들이 들었다"며 "그런 얘기를 증인이 들었다고 검찰에서 얘기했다고 하던데"라고 물었다. 김 전 단장은 "제가 진술했으면 그 당시 기억이 맞다"고 답했다. 검찰 수사기록을 토대로 질문하자 뒤늦게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취지의 답변을 한 것이다.
김현태 육군 특수전사령부 707특수임무단장이 2월 6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6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제공정형식 재판관은 지난달 4일 5차 변론 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해 주요 질문에 답변을 거부하고 있던 여인형 전 수도방위사령관에게 "대부분 진술을 거부하고 있는데 선관위 병력 출동은 맞지 않나. 무슨 지시였나. 국방장관이 그냥 가라 이렇게 하지 않았을 것 아닌가"라고 묻기도 했다.
문형배 헌재 재판소장 권한대행은 지난 1월 21일 3차 변론에서 윤 대통령에게 "계엄 선포 후 계엄 해제 결의를 위해 국회에 모인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한 적이 있나"라고 물었고 윤 대통령은 "없다"고 답했다. 문 대행은 또 "국가비상입법기구 관련 예산 편성 쪽지를 기재부장관에게 준 적 있나"고 물었고, 윤 대통령은 "준 적도 없고, 나중에 계엄을 해제한 후에 한참 있다가 언론에 이런 메모가 나왔다는 것을 기사에서 봤다"고 말했다.
정형두 재판관은 지난달 6일 6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한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이 사람·인원·의원 등 여러 단어를 사용하자 "(대통령이)이야기한 것만 정확히 하라"며 "법률가는 말이 달라지는 것에 따라 신빙성을 판단한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곽 전 사령관은 "의결정족수가 아직 안 채워진 것 같다. 인원들을 다 끄집어내라"고 대통령이 말했다고 밝혔다. 이어 '의결 정족수'란 말을 근거로 '인원'을 당시 본회의장 내부 국회의원들로 이해했다며, "국회에서 끌어내라고 지시한 대상은 국회의원이 맞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헌재 재판관들의 궁금증②…정치인 등 체포
정치인 등 체포 관련 헌법재판관 핵심 질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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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메모 밑에 보면 '검거를 요청, 위치 추적과' 이렇게 돼 있다", "여인형 전 사령관이 검거를 요청했느냐" 정형식 재판관→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 ②"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 할 때 조태용 국정원장이 그 자리에 있었다. 원장을 제치고 지금 1차장한테 전화했다는 게 조금 이상하다" 김형두 재판관→홍장원 전 차장 ③"홍장원 차장이 그렇게 한가하게 얘기했을 거 같지가 않다. 내일 얘기합시다라고 할 정도로 그 정도로밖에 이야기를 안 했나" 김형두 재판관→조태용 원장 |
정치인 등에 대한 체포 지시가 있었는지도 헌법재판관들의 주요 관심사였다. 정형식 재판관은 지난 1월 23일 4차 변론기일에서 체포 지시가 아닌 동정 파악이었다고 주장하는 김용현 전 장관에게 "포고령 위반 개연성이 높은 사람을 추려서 동태를 파악하라고 했다는데, 그 말이 왜 체포가 되나. 포고령을 위반하면 체포해야 된다고 말했나"라고 물었다. 김형두 재판관은 지난달 13일 8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한 조태용 국정원장에게 "대통령이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한테 굉장히 많은 지시를 했는데, 그리고 바로 국정원장한테 전화해서는 참 한가한 이야기를 한다"며 "'미국 출장 어떻게 하실래요' (이런 대화를 나눴다는 게) 잘 이해가 안 간다"고 했다. 이에 앞서 조 원장은 윤 대통령과 통화에서 미국 출장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나누고 전화를 끊었다고 진술했다.
조태용 국가정보원장이 2월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8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제공정형식 재판관은 지난달 4일 5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한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에게 "메모 밑에 보면 '검거를 요청, 위치 추적과' 이렇게 돼 있다"며 "여인형 전 사령관이 검거를 요청했느냐"고 물었다. 이에 홍 전 차장이 "위치를 추적하는 것 자체가 체포 대상자의 검거를 하기 위한 부분이라고 이해했다"고 답하자, 정 재판관은 "위치 추적만 받으면 되지 왜 국정원이 체포를 하러 다니나. 국정원에 체포할 수 있는 여력이 있나"라고 질문했다.
김형두 재판관도 지난달 20일 10차 변론에서 다시 증인으로 출석한 홍장원 전 차장에게 "그날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할 때 조태용 국정원장이 그 자리에 있었다. 원장을 제치고 지금 1차장한테 전화했다는 게 조금 약간 좀 이상하다"며 "통화 내용 자체도 굉장히 단도직입적이다. 증인과 대통령은 서로 상대방에 대해서 상당히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잘 아는 그런 사이였나"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홍 전 차장은 "대통령께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잘 모르겠지만 저는 충심으로 모셨던 것 같다"고 답했다.
김 재판관은 지난달 13일 조태용 원장에게 정치인 체포 관련해 "홍장원 차장이 그렇게 한가하게 얘기했을 거 같지가 않다. 내일 얘기합시다라고 할 정도로 그 정도로밖에 이야기를 안 했나"라고 물었다. 재판관들은 조태용 원장과 홍장원 전 차장의 진술은 물론, 메모와 관련한 질문을 하며 신빙성을 확인하려 했다.
헌재 재판관들의 궁금증③…12·3 밤 회의는 국무회의?
12·3 밤 국무회의 여부 관련 헌법재판관 핵심 질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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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사법적 판단이 아니라 증인의 생각이 듣고 싶다" 김형두 재판관→한덕수 총리 ②"계엄의 목적은 거대야당에 경종을 울리고 부정선거의 증거를 수집하기 위한 것인가", "이러한 목적을 위해서 비상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이미선 재판관→김용현 전 장관 ③"참석하시는 분들이 '내가 지금 국무회의를 하고 있구나' 이런 생각을 못하셨던 것 같다", "증인께서는 국무회의라고 생각을 하셨던 건가" 김형두 재판관→이상민 전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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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밤 대통령실에서 열린 회의를 국무회의로 볼 수 있는지도 헌법재판관들의 핵심 궁금증이었다. 비상계엄 선포를 위해서는 국무회의 심의가 필요하며, 회의 성립 요건들 역시 충족돼야 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20일 10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한 한덕수 총리에게 김형두 재판관은 "사법적 판단이 아니라 증인의 생각이 듣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한 총리는 "실체적·절차적 흠결이 있었다는 것은 팩트"라고 답했다. 기존에 진행해 오던 국무회의와는 큰 차이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달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첫 변론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
이미선 재판관은 지난 1월 23일 4차 변론에서 김용현 전 장관에게 "계엄의 목적은 거대야당에 경종을 울리고 부정선거의 증거를 수집하기 위한 것인가"라며 "이러한 목적을 위해서 비상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하는 건가"라고 물었다. 이에 김 전 장관은 "비상계엄 요건은 대통령님께서 판단하시는 것이기 때문에 그 요건에 대한 것은 대통령님 몫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 재판관의 "국가비상입법기구가 제5공화국의 국가입법회의 같은 건가"라는 질문에 김 전 장관은 "아니다. 그럼 국무총리에게 (쪽지를) 주지, 왜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주나"라고 말했다.
지난달 11일 7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김형두 재판관은 "참석하시는 분들이 '내가 지금 국무회의를 하고 있구나' 이런 생각을 못하셨던 것 같다"며 "증인께서는 이게 지금 국무회의라고 생각을 하셨던 건가"라고 물었다. 이에 김 전 장관은 "그렇다"고 답했다. 앞서 정형식 재판관도 지난 1월 23일 4차 변론에서 김용현 장관에게 "비상계엄 선포문에 부서를 했나. 장관들이나 증인이 부서를 했나"라고 물었고 김 전 장관은 "그렇게는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헌재가 직접 부른 유일한 '증인'…조성현 단장에 대한 질문은?
조성현 수도방위사령부 제1경비단장(대령)이 지난달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8차 변론에서 증언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제공윤 대통령 8차 변론기일이 진행된 지난달 13일 헌재가 직권으로 부른 유일한 증인인 조성현 수도방위사령부 1경비단장이 출석했다. 가장 먼저 정형식 재판관이 "수방사령관으로부터 국회 본청 내부로 진입해서 국회의원들을 외부로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은 적이 있나"라고 물었고, 조 단장은 "그렇게 임무를 부여받았고 여러 가지 과정을 통해서 임무는 변경됐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정 재판관은 "정확한 워딩이 '본청 안으로 들어가라, 국회의원을 끌어내라' 이렇게 했단 말인가"라고 물었고 조 단장은 "그렇다. 내부로 들어가서 의원들을 끌어내라(였다)"고 말했다. 정 재판관은 "증인의 해석이 들어가 있는 게 아니고 수방사령관의 지시사항인가"라고 재차 물었고 조 단장은 "그렇다"고 했다.
김형두 재판관도 "이따가 국회의원과 특전사가 출입문으로 나오니까 그 인원들이 안전하게 나갈 수 있게 민간인들 사이에서 통로를 만드는 것을 지원해라는 지시를 했나"라고 물었고 조 단장은 "(이진우)사령관으로부터 재고된 명령을 받고 그걸 준비할 수 있도록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진우 사령관이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는 언제쯤 했나"라는 질문에는 "제가 기억하는 건 (작년 12월 4일 밤 0시)40분 정도인 거 같은데 시간을 특정할 수 없어 (0시)30분에서 새벽 1시 사이라고 말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또 김 재판관은 "나중에라도 국회의원들을 외부로 끌어내라는 지시가 누구한테서 나온 것인지 대해서 들은 적이 있나"라고 물었고 조 단장은 "사령관의 지시로 인지하고 있다. 누구라고 언급한 사항은 없었다"고 답변했다.
한편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16명 중 헌법재판관들의 질문을 받지 못한 증인은 3명이었다. 부정선거 의혹 관련 검증을 위해 출석한 백종욱 전 국정원 3차장, 김용빈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과 야당의 예산 폭거가 비상계엄 선포의 원인 중 하나였다고 진술한 박춘섭 대통령실 경제수석이었다. 김형두 재판관은 이들 3명을 제외한 모든 증인에게 질문했으며 이미선 재판관은 김 전 장관에게만 질문했다. 정정미·김복형·정계선·조한창 재판관은 단 하나의 질문도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