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여제는 무슨 생각을 할까' 21일 서울 청담동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2024-2025 V리그 여자부 포스트 시즌 미디어 데이에서 흥국생명 김연경이 아본단자 감독의 출사표를 들으며 상념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도드람 2024-2025 V리그' 포스트 시즌(PS) 미디어 데이가 열린 21일 서울 호텔 리베라 청담. 이번 봄 배구의 최대 관심사는 올 시즌 뒤 현역 은퇴를 선언한 '배구 여제' 김연경(37·흥국생명)이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할 수 있을지다.
각 사령탑은 이날 PS에 나서는 출사표를 마치 영화 포스터처럼 표현했는데 흥국생명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은 'LAST DANCE!(라스트 댄스)'라는 문구를 적었다.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은퇴)처럼 우승으로 선수 은퇴를 마무리하자는 의미다.
아본단자 감독은 "명확한 의미"라면서 "김연경이 은퇴하고 이 멤버로 얼마나 팀이 유지될지 몰라 이기자는 의미에서 라스트 댄스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김연경은 이미 시즌 중 올 시즌 뒤 현역을 마무리할 의사를 밝혔고, 각 팀의 마지막 원정 경기에서 특별한 선물을 받는 은퇴 투어가 진행됐다.
김연경의 의지는 확고하다. '왜 우리가 우승할 수밖에 없는가'라는 질문에 김연경은 "이유는 없고 우승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짧게 말했다.
지난 2005-06시즌 김연경은 V리그 데뷔와 함께 정규 리그와 챔피언 결정전 최우수 선수(MVP)에 오르며 우승을 맛봤다. 다음 시즌 역시 똑같이 정상의 기쁨을 누렸다. 다음 시즌 준우승으로 숨을 골랐으나 김연경은 2008-09시즌 다시 챔프전 정상과 MVP를 탈환했다.
하지만 이후 김연경은 챔프전과 인연이 없었다. 08-09시즌 이후 일본, 튀르키예, 중국 등 해외 리그에서 세계 정상급 선수로 활약한 면도 있었다. 그러나 흥국생명에 복귀한 2020-21시즌 정규 리그 1위와 MVP에 오른 김연경은 챔프전 우승컵을 GS칼텍스에 내줘야 했다. 같은 팀 이재영-이다영 '쌍둥이 자매'의 학교 폭력 의혹과 불화 등으로 팀이 어수선했던 까닭이었다.
한 시즌을 중국에서 보낸 김연경은 2022-23시즌 다시 V리그에서 정규 1위와 MVP를 거머쥐었다. 켓벨을 앞세운 한국도로공사에 우승컵을 뺏겼다. 지난 시즌에는 2위로 챔프전에 올랐지만 절친 양효진을 앞세운 현대건설에 무릎을 꿇었다.
21일 서울 청담동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2024-2025 V리그 여자부 포스트 시즌 미디어 데이에서 참석팀 대표 선수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흥국생명 김연경, 현대건설 이다현, 정관장 염혜선. 연합뉴스16년 만의 우승을 노리는 올 시즌은 다르다. 김연경 외에도 투트쿠, 피치, 정윤주 외에도 세터 이고은 등 탄탄한 전력을 갖췄다. 일찌감치 정규 1위를 확정한 흥국생명은 챔프전 우승 후보 0순위로 꼽힌다.
김연경도 MVP보다 일단 팀 우승이 먼저다. 김연경은 "개인적인 MVP는 생각 안 하고 있고 워낙 많이 받았다"면서 "팀 우승을 했으면 좋겠고 여기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잘 하면 MVP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여운은 남겼지만 최근 3번이나 준우승에 그친 만큼 결기가 남다르다.
상대할 팀들에 부상 변수가 발생한 것도 흥국생명으로서는 호재다. 현대건설은 아시아 쿼터 위파위가 왼 무릎 인대 파열로 빠졌고, 정관장도 주포 부키리치와 미들 블로커 박은진이 부상을 당해 플레이오프(PO)에 뛸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김연경은 "두 팀이 PO 3차전까지 5세트를 꽉꽉 채워서 오면 좋겠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2위 현대건설과 3위 정관장의 PO 승자는 오는 31일부터 흥국생명과 5전 3승제 챔프전을 펼친다.
김연경은 "컵대회 때 부진해서 정규 시즌 전 우리를 우승 후보로 많이 뽑지 않더라"면서 "지금은 기대를 많이 하는 상황이고 어느 때보다 팀 분위기 좋고 선수들이 잘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올 시즌에는 통합 우승으로 마무리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이를 앙다물었다. 김연경이 펼칠 라스트 댄스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