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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참사 재발 않도록…항공안전청 설립·버드돔 구축 제안

제주항공참사 재발 않도록…항공안전청 설립·버드돔 구축 제안

국토부, 4월 항공안전 혁신대책 발표 앞두고 토론회 개최
"장비 운영할 전문인력 양성, 기관 간·현장 간 원활한 소통" 당부도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탑승객 181명을 태운 여객기가 착륙 중 활주로를 이탈해 사고가 발생한 29일 사고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수습작업을 벌이고 있다. 무안(전남)=황진환 기자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탑승객 181명을 태운 여객기가 착륙 중 활주로를 이탈해 사고가 발생한 29일 사고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수습작업을 벌이고 있다. 무안(전남)=황진환 기자
국토교통부가 제주항공 무안공항 참사를 계기로 다음 달 발표할 항공안전 혁신대책을 위원회를 꾸려 마련 중인 가운데, 21일 각계 목소리를 듣기 위해 열린 토론회 발표에서는 거버넌스 차원의 대안으로 '항공안전청' 설립이, 시설 개선 측면에서는 최신기술과 전문인력을 종합한 '버드돔' 구축 제안이 나왔다.

다만 패널 토론에서는 현장과 당국 간, 각 이해 당국 간 '소통' 부족으로 인해 실무에 적용하기 힘든 '탁상 대책'만 쏟아질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당부도 이어졌다.

국토부는 이날 한국교통연구원 주관, 한국공항공사·인천국제공항공사 후원으로 '항공안전 대토론회'를 개최했다. 국토부는 오는 4월 중순 항공안전 혁신대책을 발표할 예정인데, 이를 위해 민간 전문가 20여 명으로 구성된 항공안전 혁신위원회가 지난달 출범해 대책을 마련 중인 가운데 의견을 모으는 취지다.

21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개최된 항공안전 대토론회. 최서윤 기자21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개최된 항공안전 대토론회. 최서윤 기자
한서대학교 항공산업공학과 김연명 교수의 '항공안전 강화 방안' 발제 및 그에 이어진 토론에서는 별도의 '항공안전청 설립'이 주요 논의 주제가 됐다.

김 교수는 "ICAO(국제민간항공기구) 36개 이사국 중 32개국 등 해외 다수 국가가 항공안전을 전담할 별도의 조직을 두고 있다"며 "급성장 중인 항공산업 규모에 맞춰 항공안전 문제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항공안전청 설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실제 국내외 항공수요는 급성장 중이다. ICAO에 따르면 전세계 항공수요는 2050까지 연평균 3.6%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1억 2천만 명 수준의 공항 이용객은 10년 후 2억 명 이상으로 늘 전망이다.  

항공안전혁신위원장을 맡고 있는 채연석 전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위원장도 기조연설에서 "항공안전청을 설립해 강력한 관리감독체계를 구축하고 안전정책의 지속성과 일관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관련해 세종대학교 항공우주공학과 이경태 교수는 "국토부 산하 기관이 아닌 외청으로 항공안전 거버넌스 체계를 갖춰 인사와 예산 등의 권한을 독립적으로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고도 당부했다.

다만 이날 토론회에 유일한 실무자로 참석한 이충섭 한국민간항공조종사협회장(대한항공 선임기장)은 항공안전 거버넌스에 집중된 논의와 관련해 "현장 얘기는 얼마나 듣고 정책에 반영했나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 협회장은 항공혁신위원회에 '자문위원' 자격으로만 참여하고 있다.

그는 "항공산업은 굉장히 복잡하다. 일반 사람이 들어와서 1~2년 내 이해하지 못한다"면서 "항공 분야에서 정부 관계자들과 현장을 연결하는 유일한 제도가 '자율보고제도'인데, 미 델타항공의 경우 1년에 10만 개 넘는 보고가 나오는 반면 우리나라는 500건이 채 안 된다"고 했다. 다만 "조종사 단체채팅방에서는 수십만 건이 오간다"면서 "이런 현장의 목소리를 양성화 시킬 방법을 고민하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항공사와 항공 종사자를 관리 대상으로 인식할 게 아니라, 정책을 같이 만들어 나가는 참여자로서 프레임을 바꿀 때, 안전대책도 탁상공론에 그치지 않고 현장에 바로 적용 가능한 실효성을 보장할 수 있다는 취지다. 이 협회장은 "지금도 항공산업 거버넌스는 너무 복잡하고 교통본부, 지방청, 국토부 등 조직도 너무 많다"며 "단순화되고 일원화된 로드맵을 갖도록 제조 정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건설시스템공학과 송기한 교수 발표 자료 中 캡처.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건설시스템공학과 송기한 교수 발표 자료 中 캡처. 
무안공항 참사의 1차적 원인으로 지적된 조류충돌 예방을 중심으로 한 두 번째 발표(공항시설 정책을 통한 안전 강화 방안)에서는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건설시스템공학과 송기한 교수가 △레이더 및 AI(인공지능)를 활용한 원거리 사전 탐지 △드론을 통한 중거리 상시 모니터링 및 조류 대응 △근거리에서 공항 전담인력의 즉각적인 대응이 종합된 다층적 조류충돌 예방체계로 '버드 돔(Bird Dome)' 구축을 제안했다.
 
송 교수는 "실제 동물 울음소리를 듣고 독수리인지, 참새인지 혹은 몇 마리 있는지 등을 알아내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면서 "기술을 이용해 사전 탐지할 수 있는 부분들은 AI 기술을 도입하면 공항이 더욱 안전해질 걸로 믿는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한국형 조류탐지 레이더 모델을 마련해 다음 달 우선설치 공항을 선정해 연내 시범도입하고, 이를 시작으로 전국 모든 공항에 조류탐지 레이더를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관련해 경희대학교 생물학과 유정칠 교수는 "조류탐지 레이더 첨단장비의 경우 3가지 문제점이 있다"며 △지면에 있는 조류는 탐지하지 못하는 점 △레이더를 운용할 전문인력 확보도 중요한 점 △먼저 레이더를 도입한 일부 군공항에서는 몇 달만 운용하다 그쳤을 만큼 장기관리계획이 까다로운 점을 짚었다. 또 "드론의 경우 공항 내 조류 퇴치는 위험할 수 있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다만 중앙대학교 사회기반시스템공학부 조윤호 교수는 각종 시설물 설치만큼 중요한 통합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조 교수는 "국내에서 공항을 가장 많이 짓는 국방부와 국토교통부 간에도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며, "각 시설물마다 부서가 나뉘어 있으면 관리가 어렵다. 기반 시설을 통합 관리할 시설물 상태 평가 시스템을 고려해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토부는 이날 제기된 지적사항과 관련, 이번 대책 마련에 앞서 개선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날 토론회에 패널로 참석한 김홍락 공항정책관은 "국방부와의 소통과 관련해 협의체를 구성해 2주 전 착수했다"고 말했다.

다만 항공혁신 위원회의 구성에 대해 국토부는 현재 채 위원장 외에 각 위원 정보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지난해 사고 이후 항공안전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책상 위 대책에 그쳐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항공안전은 정부-항공사 등 플레이어-공항운영자 '삼위일체'로 맞물려 돌아가야 이뤄질 수 있다. 삼위일체 시스템이 잘 작동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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