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에서 탄핵소추안이 기각되면서 직무에 복귀한 한덕수 국무총리가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에 입장을 밝히고 있다. 박종민 기자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이 기각되자 국민의힘은 '대야'(對野) 공세를 한층 강화하고 있다. 여당이 줄곧 강조해온 "야당의 줄탄핵으로 국정이 마비됐다"는 주장에 힘을 실을 수 있게 된 데다가, '탄핵 남발' 프레임이 지지층 결집은 물론 중도층까지 소구하는 등 확장성이 있어서다.
국민의힘은 한 총리의 대통령 권한대행 복귀를 기점으로 국정 안정과 민생을 강조하는 등 집권당의 면모도 부각하고 있다. 일각에선 윤석열 대통령 파면 이후까지 고려한 전략적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與 "탄핵 남발로 국정 마비" 프레임 강화…'계몽령' 정서 자극
24일 헌법재판소가 한 총리에 대한 탄핵을 기각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여당에선 '환영'의 목소리와 '야당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야당의 줄탄핵으로 국정이 마비됐다"는 주장이 헌재 판결을 통해 확인됐다고 봐서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탄핵을 남발하고 광장에서 투쟁하면서 헌법기관을 공격하는 등 선동정치를 끝없이 반복하는 이들에게 나라를 맡겨서는 안 되는 이유가 더욱더 분명해지고 있다"며 "이들의 머릿속에는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국민은 없다. 민주당의 아버지 이재명만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당은 이같은 '탄핵 남발' 프레임이 지지층은 물론 중도층에도 소구력이 높다고 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이후 오히려 지지율이 높아지는 것의 배경에 "민주당의 줄탄핵으로 어쩔 수 없이 계엄을 한 것"이라는 이른바 '계엄령 아닌 계몽령'의 정서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특히 여당 입장에선 이번 탄핵 선고에 의미를 두고 있다. 기존 탄핵들과는 달리, 12.3 내란 사태 관련 고위 공직자에 대한 헌재의 첫 번째 사법 판단이어서다. 이를 두고 여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윤 대통령 탄핵 심판도 기각 또는 각하 가능성이 높아진 것 아니냐는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반면 일각에선 오히려 '인용' 가능성이 더 높아진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판결에서 쟁점 중 하나였던 '내란죄 철회' 부분에 대한 판단이 부재한 점과 계엄 사태에 대한 판단도 구체적으로 나와있지 않기 때문이다.
與, 한덕수 복귀에 '당정' 강화…조기 대선 밑그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국회사진취재단
한 총리의 대통령 권한대행 복귀는 지도부 입장에선 숨통이 트이는 조처다. 지도부 입장에선 강성 지지층 눈치에 '조기 대선'을 입 밖으로 꺼내지도 못했지만, 내심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집권당 프리미엄은커녕 야당에 끌려만 다니는 처지였다.
한 총리가 탄핵된 후 바통을 이어받았던 최상목 경제부총리도 여권에선 급속도로 신임을 잃었다. 한 총리가 국회 추천 몫 헌법재판관 3명을 끝까지 임명하지 않으면서 탄핵된 것에 비해 최 부총리는 마음대로 2명을 임명해 버리면서다.
뒤늦게 최 부총리도 여당 요구대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는 등 입맛에 맞춰주려 노력했다. 그러나 이미 당내에선 "최 부총리는 믿을 수 없는 사람"이란 인식이 적지 않았다.
실제 여당 지도부는 이날 한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업무에 복귀하자 '국정 안정'과 '민생'에 대한 주문을 쏟아냈다. 최 부총리가 권한대행이던 시절엔 중단했던 '고위당정'도 부활시킨다는 계획이다. 이를 두고 조기 대선 준비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한 여당 관계자는 "혹여 윤 대통령이 파면되더라도 이제는 한 총리 권한대행 체제에서 조기 대선이 치러지는 것 아닌가"라며 "대선이 언제 열릴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그때까지는 당이 정부와 함께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