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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끼리 쓰지 마" 중증장애인 울리는 부산한마음스포츠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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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성끼리 쓰지 마" 중증장애인 울리는 부산한마음스포츠센터

    '동성 보호자 동반, 가족 샤워실 사용 금지' 규정
    하반신 마비 여성 장애인이 여성 활동보조사와 사용 못 해
    센터 "다수 장애인 위한 규정…공용 샤워실 보강해 배려"
    타 지자체 유사 체육 시설엔 관련 규정 없어

    부산 한마음스포츠센터 전경. 부산 해운대구 제공부산 한마음스포츠센터 전경. 부산 해운대구 제공
    부산의 한 공공 체육시설에서 '가족 샤워실'에 중증 장애인이 동성 보호자가 함께 들어가지 못하도록 규정해 논란이 일고 있다. 센터 측은 '다수를 위한 결정'이라고 해명하지만, 인접한 다른 지역 시설에선 이런 규정이 없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반신마비 장애가 있는 70대 여성 이모씨는 최근 십 년 넘게 다닌 부산 한마음스포츠센터 수영 강습을 그만두기로 했다. 센터에서 "앞으로 여성 활동 보조사와 함께 가족 샤워실을 이용할 수 없다"고 안내했기 때문이다.

    가족 샤워실은 가족이나 활동 보조사 등이 이용자와 함께 들어가 씻을 수 있는 독립 공간이다. 이씨는 지금까지 장애인을 위한 안전시설이 잘 갖춰져 있는 가족 샤워실을 활동 보조사와 함께 이용해 왔다.

    센터 측 결정에 이씨는 어쩔 수 없이 안전시설이 거의 없는 공용 샤워실에서 씻어야 했다. 그러다 간이 의자에 올려둔 다리가 바닥으로 떨어지며 인대가 파열되는 부상을 입었다. 더 크게 다칠 수 있다는 생각에 겁이 난 이씨는 결국 이곳 대신 경남 양산에 있는 다른 수영장을 이용하기로 했다.

    이씨는 "혼자 다리를 움직일 수 없어 활동 보조사 도움이 꼭 필요하고, 소변줄을 뺐다가 다시 꽂기도 해야 하는데 공용 샤워실은 너무 수치스럽고 보조 시설이 부족해 걱정도 됐다"며 "지금까지 문제없이 가족 샤워실을 이용해 왔는데 갑자기 이용을 막아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기사와 직접적 연관 없음. 연합뉴스기사와 직접적 연관 없음. 연합뉴스센터 측은 지난해 10월 자문위원회를 통해 '가족 샤워실 동성 보호자 동반 이용 제한' 규정을 만들었다. 동성 보호자를 동반한 장애인이 가족 샤워실을 이용하면, 일반 샤워실을 함께 이용할 수 없는 이성 보호자를 동반한 이용객이 더 오래 기다려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부산한마음스포츠센터 관계자는 "가족 샤워실을 동성·이성 보호자 모두 사용하게 하면 이용자가 늘어 이성 보호자를 동반한 장애인이 오래 기다리는 불편을 겪게 된다"며 "다수의 장애인 회원이 불편을 겪게 되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이용을 제한할 수밖에 없으며, 규정을 신설하기 전에도 꾸준히 이렇게 안내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용 샤워실 이용이 불편한 중증 장애인을 위해 침대형 의자와 커튼, 천장형 샤워기를 설치하는 등 최대한 배려했다"고 강조했다.

    센터 측 배려에도 여전히 불편이 해소되지 않은 중증 장애인들은 결국 이런 규정이 없는 다른 지자체 시설로 옮겨가고 있다.

    이들은 주로 양산시시설관리공단이 운영하는 경남 양산 '반다비체육센터'를 선택한다. 이곳은 보호자 성별과 무관하게 가족 샤워실을 이용할 수 있다. 해당 시설은 장애인 회원 수가 한마음스포츠센터보다 오히려 더 많은 실정인데도, 동성끼리 가족 샤워실을 이용하지 말라는 규정이나 안내는 없다고 이용객들은 말한다.
     
    한편 부산시설공단 산하 부산한마음스포츠센터는 2002년 부산 아시아·태평양 장애인경기대회를 계기로 생겨났다. 장애인 복지 증진과 건강 생활을 위한 장애인 체육센터를 만들 목적으로 출발했다. 이후 비장애인도 이용할 수 있는 종합 체육시설로 꾸려 문을 열었지만, 장애인 편의 시설을 여럿 갖추고 재활 수영 등 강습을 진행해 장애인 회원 800여 명이 프로그램을 수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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