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안 타고 내일 들어가서 잠을 잘 수 있게 된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겠네요"
시뻘건 불이 능선을 타고 번지는 무주군 부남면 대소리의 한 야산. 불은 꺼질 기미가 보이지 않은 채 바람을 타고 조금씩 주변을 태우고 있었다.
수십 대의 소방차가 분주하게 드나들고, 장비를 갖춘 소방대원들이 주택 안과 밖으로 쉴새 없이 물을 분사하고 있었다.
산불을 피해 부남면사무소 다목적강당에 모인 주민들은 의자에 앉아 "무서워 죽겠어", "불 언제 꺼진데요"라고 말하는 등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다.
지난 26일 오후 9시 28분쯤 무주군 부남면 대소리의 한 야산에서 발생한 화재로 무주군 대티마을과 유동마을 등 인근 4개 마을 주민 50여 명이 인근 대티마을회관과 부남면사무소 다목적 강당 등으로 대피했다.
무주군 대티마을 주민 백모(71)씨는 "9시 뉴스 끝나고 자려고 누웠는데 남편이 불났으니 빨리 나오라고 소리를 질렀다"며 "가방만 하나 들고 뛰쳐나왔다"고 말했다.
무주군 대소마을에 거주하는 주민 A씨는 "일 끝나고 왔더니 불이 나 있더라"며 "우리 집 근처까지 불이 내려와서 호스로 물 뿌리다가 소방대원이 와줘서 그제서야 대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가족들이 집 안에 있었는데 고함을 지르고 문을 막 두드려서 데리고 나왔다"고 덧붙였다.
지난 26일 오후 9시 28분쯤 무주군 부남면 대소리의 한 야산에서 발생한 화재로 무주군 대티마을과 유동마을 등 인근 4개 마을 주민 50여 명이 인근 대티마을회관과 부남면사무소 다목적 강당 등으로 대피했다. 심동훈 수습기자현장에는 마을 어르신들을 걱정해 한달음에 찾아온 그 가족과 이웃들도 있었다. 무주군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하는 B씨는 "불이 너무 크게 났다. 비가 와야 꺼진다"며 "어르신들 걱정돼서 뭐라도 도우려고 나왔다"고 말했다.
불편을 토로한 이도 있었다. 대티마을 주민 C씨는 "척추에 수술을 해서 눕지를 못해서 얼른 집에 가서 자고 싶다"고 말했다. 다목적 강당에 모인 주민 중 일부도 "허리 아프고 불편해서 여기서 못 잔다"고 말하기도 했다.
산림과 소방당국은 이날 오후 10시 10분을 기점으로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장비 30대와 인력 156명을 긴급 투입해 현재까지 진화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27일 오전 4시 기준 대티마을회관에는 11명과 부남면사무소 강당에는 50여 명이 대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