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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칼럼]'속옷 대통령'과 부끄러움

    윤석열 전 대통령 SNS 캡처 윤석열 전 대통령 SNS 캡처 
    12.3 비상계엄 자체도 충격적이었지만 많은 국민들은 그 이후 벌어진 전대미문의 엽기적인 일들에도 괴로워했다. 공권력을 무력화시키려고 한남동 관저를 난공불락의 요새로 만들었던 이른바 '한남산성'과 최근의 '속옷 저항'이 대표적이다.
     
    특검의 조사를 피하고자 전직 대통령이 속옷 차림으로 구치소 바닥에 누웠다는 소식이 외신을 타고 해외토픽에 오르자 국민들은 부끄러움도 느꼈을 것이다.

    왜 국민이 부끄러워해야 하나?

    CNN 보도화면 캡처CNN 보도화면 캡처
    부끄러울 치(恥)라는 한자는 부끄러워하는 감정(心)이 생기면 귀(耳)가 빨개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심장에서 느끼는 감정이 혈액을 타고 귀에 전달된 것으로, 겉과 속이 같은 사람일 때 나타난다. 즉 수치심은 긍정적인 심성인 셈이다.
     
    반면 피의자 윤석열은 한 때 검찰총장과 일국의 대통령을 역임한 사실도 잊은 듯 특검조사를 거부하기 위해 품위와 체면을 벗어던졌다. 특검팀이 체포영장 집행을 시도하자 속옷차림으로 바닥에 누웠고 특검이 나가자 곧바로 수의를 입은 행동은 분명 부끄러움과 거리가 있다.

    명예를 목숨처럼 여긴다면 벌어질 수 없는 일들의 연속이다. 윤 전 대통령의 온갖 해명은 국민들에게 핑계로 해석될 정도로 권위가 실추된 지 오래다.

    국민의힘에서조차 "국민들이 윤 전 대통령의 모습을 대단히 불편해할 것이다. 조속히 사법절차에 따르는 품격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국민들이 불편해 하는 모습도 서슴없이 보여주는 사람이 한때의 지도자였다는 사실에 국민이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았을까?
     

    피의자 조사는 원칙의 문제…체포영장 집행 이뤄져야

    사진공동취재단·황진환 기자사진공동취재단·황진환 기자
    전직 대통령을 강제로 끌어내는 일이 부담스럽겠지만 강제 인치가 필요한 이유는 분명하다. 공정과 상식에 입각해 법은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적용돼야 하기 때문이다. 일반 수감자들은 교도관의 지시에 불응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강제 구인이 불발되는 사례는 찾기 힘들다.
     
    형사소송법 244조의3 제1항 진술거부권을 근거로 강제 인치의 실효성이 없다는 시각도 있다. 전직 고위 검찰간부는 "물리력을 동원해서 끌고오더라도 어차피 진술을 거부하면 실익이 없다. 현재로선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건 원칙의 문제다. 모든 피의자에게는 '진술'을 거부할 권리가 주어졌을 뿐 '조사' 자체를 거부할 권리까지 주어진 것은 아니다. 조사거부권에 대해 현행법상 금지 규정이 없지만 교도관을 동원해 구속된 피의자를 조사실로 데려오는 행위가 정당하다는 판례는 있다.
     
    강하게 버틴다는 이유로, 혹은 진술거부권이 예상된다고 피의자를 조사실에 데려오는 것 자체를 포기한다면 앞으로 제2, 제3의 모방 사례에 대처할 방법이 없다. 또한 일단 조사하다보면 피의자의 표정이나 뜻하지 않은 반응을 통해 수사에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체포영장 시한이 오는 7일까지인 만큼 이번주 특검의 영장집행 시도가 추가로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평소 공정과 상식을 입에 달고 살지 않았나. 그에 걸맞게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마땅히 법에 정해진 절차를 지키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해야 할 일 하는게 진짜 용기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구속 피의자의 출석의무와 관련해 이번 기회에 형사소송법 개정을 통해 법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도 있다. 2013년 대법원 판례가 있긴 하지만 법률이 아니라서 법적인 안정성이 크게 미흡하기 때문이다.
     
    구치소에서의 특혜는 심각했던 것으로 드러난 만큼 즉시 바로잡아야 한다. 지난달 29일까지를 기준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은 구속 기간에 하루 평균 5.8시간 꼴로 면회했다고 한다. 특히 변호인 접견은 에어컨이 설치된 방에서 교도관 입회없이 이뤄진다. 시간과 횟수에 제한이 없는데, 근무시간을 넘긴 면회도 상당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수형자들은 꿈꿀 수 없는 가히 황제접견이 아닐 수 없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에게 물리력 행사를 포함해 체포영장 집행을 이미 예고한 바 있다. 이르면 월요일 영장집행이 재시도될 수 있다. 준엄해야 할 법집행이 느슨할 경우 피의자에게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는 만큼 번거롭더라도 해야 할 일을 하는 게 진짜 용기이고 공적인 일을 맡은 사람들의 책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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