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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칼럼]기업의 흥망은 한순간…쿠팡도 예외 아니다

    박대준 쿠팡 대표이사. 윤창원 기자박대준 쿠팡 대표이사. 윤창원 기자
    "경쟁자가 없는 CPNG(쿠팡)의 시장 내 지위와 한국 고객들이 데이터 유출 문제에 덜 민감해 보이는 점을 감안할 때 잠재적인 고객 손실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한다"
     
    "올해 SK텔레콤, KT, 롯데카드, GS리테일 등 여러 데이터 유출 사건이 발생해 한국 소비자의 민감도는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 쿠팡이 무료 쿠폰 등 잠재적 보상 조치를 제공할 가능성도 이러한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
     
    쿠팡이 '보관중인 고객 3730만명의 정보가 유출됐다'고 실토한 뒤 국내에서 비판여론이 쇄도하는 가운데 나온 미국 JP모건 증권분석가가 내놓은 보고서 내용이다. 올해 내내 여러 기업에서 개인정보유출이 잇따라 발생했고 여기에 둔감해진 한국소비자들이 그다지 크게 반발할 것 같지 않다는 의미로 읽힌다.
     
    좀 더 정확히는 쿠팡을 이용하는 대부분 고객의 정보가 털렸지만 쿠팡 이용자들이 이 때문에 쿠팡을 떠나지 않을 것 같다는 분석이다. 내 개인정보가 유출되든 말든 이용이 편리하니까 그냥 쿠팡서비스를 이용할 것이란 분석 이면에는 한국의 개인정보 보호시스템에 대한 냉정한 평가와 그들의 시각이 엿보인다.
     
    한국인의 한 명으로서 한국을 얕잡아 보는데 대한 불쾌감이 앞서지만 자연스럽게 이런 내용의 분석이 나온 이유로 관심이 쏠린다.
     
    박종민 기자박종민 기자
    활성 고객수가 2400여만명이나 되니 비경제활동인구를 제외하면 상당수 국민들이 쿠팡이용자이므로 경쟁자가 없는 시장내 지위란 말이 틀린 것만은 아니다. 하지만 이보다는 최근 잇따른 정보유출사고에 대처하는 우리사회의 안이한 태도와 물렁한 대응이 JP모건 분석의 근거가 됐음을 부인할 수 없다.
     
    올해 SK텔레콤에 역사상 최대인 134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함으로써 업계에 경종을 울렸지만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약방의 감초처럼 거론됐던 징벌적과징금(과징금)제는 여전히 징벌적이지 않다. 기업이 문을 닫을 정도로 강력해야 한다. 정보유출도 다른 재난과 마찬가지로 예방이 최선의 방책이다. 그러나. 잇따르는 사고를 근절하려면 강력한 제재로 일벌백계해야 한다.

    수많은 유출사고를 보고도 실제 법 집행은 물렁한 수준에 그치고 있으니 개인정보 취급자인 기업들은 대통령이나 정부당국자들이 내뱉는 '징벌적 손해배상의 책임을 물리겠다'는 말을 대수롭지 않게 들어넘기는 것이다.

    박대준 쿠팡 대표이사(왼쪽)와 브랫 매티스 쿠팡 최고 정보 보호 책임자(CISO)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박대준 쿠팡 대표이사(왼쪽)와 브랫 매티스 쿠팡 최고 정보 보호 책임자(CISO)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쿠팡의 경우는 피해 축소 은폐 의혹, 보안관제시스템 관리 소홀, 정보유출에 대한 소극적인 고객 통지, 책임 회피성 대응, 사고 직후 주요 임원들의 주식 처분 논란 등 문제의 파장이 너무 크고 사후대응은 엉망이었다.

    2차 피해에 대한 제보가 잇따르고 국민적 공분이 하늘을 찌르지만 적극적인 사고수습의지를 찾아보기 어렵다. 회사 창업자인 김범석씨는 고용사장에게 사고대응을 맡겨둔 채 여전히 모습을 감추고 있고 피해자에 대한 조치도 차일피일이다. 사고 후 쿠팡이 보여주는 대응방식만 보면 마치 소나기는 피하자고 보자는 것 아닌지 의심이 든다.

    미국 증권시장으로 상장하긴 했지만 수입의 대부분을 한국시장에서 만들어내는 회사가 해야할 행동은 아니다.

    최근 쿠팡 내부에서 나오는 잡음을 보면 이 회사가 과연 선한 가치 창출을 위한 회사인 지, 돈만 벌면 된다는 얕은 생각이 판치는 회사인 지 분간이 가지 않는다. 악성 임금체불과 물류센터 사망사고, 거래기업에 대한 과도한 수수료 논란, 판매장려금 요구 등 거래상 지위남용 논란은 정보유출이 오히려 작게 느껴질 정도다.

    이 정도면 쿠팡이 한국에 있어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 의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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