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에 의료진들이 이동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정부가 지역·필수·공공의료 강화를 위해 의사 인력 확보 체계를 손질하면서, 의과대학 입학 단계부터 새로운 진로 구조가 도입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일 지역의사제 도입과 운영 근거를 담은 '지역의사의 양성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미래 인력 충원 '복무형' 지역의사…당장은 '계약형'으로
지역의사제는 지역 간 의료 인력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제도로, '복무형'과 '계약형'으로 구성된다.
복무형 지역의사는 의대 신입생 중 일정 비율을 선발전형으로 뽑아 국가와 지자체가 학비 등을 지원하고, 졸업 후 의료취약지역에서 10년간 의무복무한다. 의무복무를 조건으로 면허가 발급되며, 이를 위반하면 시정명령·면허정지·면허취소까지 가능하도록 규정돼 있다.
계약형 지역의사제는 기존 전문의 중 특정 지역에서 5~10년 종사하기로 정부·지자체와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이다. 장학금이나 주거 지원 등을 제공해 의사들이 지역에 근무하도록 하는 제도로, '인센티브'를 통해 의사들이 스스로 지역에 머물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다. 지난 7월 시범사업을 시작했으며 현재 81명이 활동하고 있다.
정부는 복무형 지역의사제가 실제로 인력을 배출하는 데 약 10년이 걸리는 만큼, 이미 시행 중인 계약형 지역의사제를 통해 당장의 인력 공백을 메우겠다는 계획이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지난 1일 기자간담회에서 "지역의사제는 10년 뒤를 내다보는 인력 양성 제도, 계약형은 당장의 인력 부족을 메우는 제도"라며 "두 제도가 징검다리처럼 유기적으로 이어진 구조"라고 설명했다.
지역의사제 설명. 보건복지부 제공의무복무 기간 산입 기준도 세분화됐다. 복무지역 외 수련은 인정되지 않으며, 복무지역 내 필수과목 수련은 전부, 기타과목 및 인턴 수련은 절반만 인정된다. 군 복무는 의무복무 기간에 포함되지 않는다. 의무복무 지역과 기관은 지역 의료수요에 따라 지정되며, 필요하면 복지부 장관이 근무 가능 기관을 제한할 수도 있다.
정부는 지역의사 정착을 위해 단계별 지원책도 마련했다. 복무 중에는 주거지원, 직무교육, 경력개발, 해외연수 등을 제공하고, 복무 완료 후에는 지역 의료기관 우선 채용이나 의료기관 개설 지원 등 경력 지속을 위한 장치를 둘 예정이다. 지역의사지원센터도 설치해 경력개발과 교육 지원을 전담하게 된다.
또 다른 의사 충원 방안 '공공의대 1곳 설립'
연합뉴스정부는 또 다른 의사 인력 확보 방안으로 공공의대(공공의료사관학교) 설립도 추진 중이다. 공공의대 1곳을 신설해 향후 공공의료기관에서 일할 의사를 양성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공공의료' 개념 정립과 제도 설계가 진행 중인 만큼, 세부 운영 방식과 설립 시기는 확정되지 않았다. 복지부 관계자는 "공공의대는 일정 기간 공공병원 등에서 복무할 의사를 양성하는 기관"이라며 "복무 기간과 정원 규모 등은 더 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공공의대가 도입되면 정부가 부족한 필수의료 분야를 보다 직접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승준 한양의대 교수(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보건의료위원)는 "지역의사제 학생이 전문의를 취득하지 않겠다고 하면 필수의료 인력 확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며 "공공의료사관학교처럼 국가가 관리하는 인력 시스템에서는 지역과 전문과목까지 지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의사 선발전형은 의료인력 수급추계위원회 논의를 거쳐 2028학년도부터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수급 추계를 바탕으로 필요한 의사 인력을 산정하고, 지역별 의료 수요에 맞춰 정원을 조정할 계획이다. 다만 공공의대 정원은 기존 의대 정원 밖에서 별도로 충원할 수 있다.
대한의사협회 김성근 대변인은 "지역의사제 시행 시기가 예상보다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복무형 지역의사보다 계약형 지역의사에 대한 논의가 더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