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제이켈리'. 넷플릭스 제공하루가 저물면 숨겨졌던 그림자가 다시 모습을 드러내고 곧 짙은 밤이 찾아온다. 이는 노년기를 가리킬 때 흔히 비유하는 '인생의 황혼기'와도 맞닿아 있다.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영화 '제이 켈리'도 황혼기에 접어든 유명 영화배우 제이 켈리(조지 클루니)의 내면 여정을 담았다. 제이는 매니저 론 수케닉(애덤 샌들러)과 함께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마주하며 잃어버린 정체성을 되찾아 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극 중 그는 전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배우지만, 피터 슈나이더(짐 브로드벤트) 앞에서는 오히려 자신의 정체성과 가족 문제를 솔직히 털어놓는다.
"내 기억은 온통 영화뿐이에요." -제이
"우리한테 영화는 그런 거야. 시간의 조각들." -피터촬영을 마치고 모처럼 휴식을 취하려던 제이. 그는 막내딸 데이지(그레이스 에드워즈)의 유럽 여행 소식과 오랜만에 만난 친구 티머시(빌리 크루덥)와의 갈등을 겪으며 돌연 유럽행을 결정한다. 갑작스러운 제이의 결정에 벤은 묻는다.
"무언가를 향해 달려가는 거야, 무언가로부터 도망치는 거야"제이는 잊고 지냈던 자신의 과거를 되짚으며 그동안 갇혀있던 자신의 세계에서 벗어나 진정한 모습을 찾아 나선다.
배우 세계 드러낸 롱테이크…전환 장면도 '눈길'
영화 '제이 켈리'. 넷플릭스 제공연출을 맡은 노아 바움백 감독은 영화 초반, 요절한 미국의 시인이자 소설가인 실비아 플라스의 문장인 "자기 자신이 된다는 것은 엄청난 책임이다. 차라리 다른 사람이 되거나 아무도 아닌 것이 훨씬 더 쉽다"를 인용하며 작품의 메시지를 분명하게 드러낸다.
이어지는 약 5분 간의 롱테이크 연출은 제이의 세계가 어떤 감정과 분위기를 자아내는지 고스란히 전달한다. 이 장면에서는 배우들의 대사 타이밍과 동선, 조명, 그림자 등이 정교하게 맞물리며 한 편의 연극 무대를 떠올리게 한다.
제이의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전환 장면들은 별도의 세트장을 제작해 구현했다고 한다. 전용기와 기차 안에서 과거로 돌아가는 제이의 모습은 끊지 않고 한 신으로 촬영돼 몰입을 돕는다. 곳곳 장면에서도 호흡을 길게 가져가며 영화 전체의 리듬을 유지했다.
영화 '제이 켈리'. 넷플릭스 제공특히 기차 안에서 자신의 이름을 반복해 되뇌는 장면, 터널 구조를 활용해 그림자를 확장시키거나 숲 속에서 홀로 방황하는 제이의 모습은 그의 외로움과 내면의 균열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여기에 오케스트라 음악은 제이가 느끼는 기쁨과 슬픔 등 복합적인 감정을 한층 풍부하게 만들었다.
바움백 감독은 작품 마지막 장면과 관련해 "수 년 전부터 생각했던 대사였다"며 "제가 느낀 울림을 관객에게도 그대로 줄 수 있는 그런 엔딩을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제이는 과연 '치즈 케이크'를 떠올릴지.
넷플릭스 영화 제이 켈리. 노아 바움백 연출. 조지 클루니·애덤 샌들러 출연. 133분.
한줄평: 영화 속의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