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경영자총협회 제공광주경제계의 지형이 바뀌고 있다. 전국적으로는 상공회의소가 경제단체의 '절대강자'로 군림해왔지만, 광주에서는 그 빈틈을 파고드는 세력이 있다. 바로 광주경영자총협회다. 양진석 회장 취임 이후 거침없는 성장세를 보이며 지역 경제계의 중심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회원사 3배 확대는 단순한 숫자 증가가 아니다. 2023년 300여 개였던 회원사가 불과 3년 만에 873개로 늘어난 것은 지역에서 그만큼 '존재감이 커졌다'는 방증이다. 타 지역 경총이 200~400개 회원사 규모에서 정체돼 있는 것과 비교하면, 광주경총의 확장력은 유독 두드러진다.
금요조찬포럼의 변화도 인상적이다. 90명 남짓이던 참석자는 150명을 넘기며 사실상 '지역 최고 네트워킹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AI·반도체·글로벌 산업 전략 등 시의성 있는 주제를 끊임없이 끌어오며 포럼의 품을 키웠다. 지역 CEO들이 "포럼이 경총의 브랜드가 됐다"고 말하는 이유다.
기업들의 '현실적 문제'를 정면 돌파한 것도 한몫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뒤 혼란을 겪는 중소기업을 위해 지원센터를 만들어 법률 자문부터 현장 안전관리까지 도맡았다. 이름만 걸어놓은 협회가 아니라, 기업의 리스크를 실제로 줄여주는 '실행형 협회'로 달라진 것이다.
지역 현안을 대하는 태도도 변했다. 미래차 국가산단, 달빛철도, 공항 통합 이전 등 광주 경제의 미래가 걸린 문제에서 목소리를 분명히 냈다. 대학들과 손잡고 청년 인재 양성을 추진하며 지역 인력난 해결에도 나섰다. 기업 이익만 대변하던 협회의 이미지를 벗고, 지역사회와 함께 숨 쉬는 조직으로 확장하고 있다.
특히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양진석 회장의 '확장형 리더십'이 있다. 조용한 회의실보다 현장을 택하고, 선언보다 실행을 중시한 리더십은 광주경총을 완전히 다른 조직으로 바꿔놓았다. 취임 이후 3년간 "경총이 지역 경제의 빈 구멍을 메우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의 가장 큰 성과는 조직 규모나 포럼의 인기보다도, 경총이 지역 경제 의제를 끌어가는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제, 전국 최초의 실험을 준비 중이다. 내년 1월 열리는 '노사민정 통합 신년인사회'. 노동계·경영계·시민사회·행정이 한자리에 모이는 신년 행사는 어떤 도시에서도 시도되지 않았다. 갈등이 일상이 된 한국 사회에서 '관계의 회복'을 경제단체가 앞장서 만든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지역 경제계 일각에서는 "광주경총이 상공회의소의 턱밑까지 따라왔다"는 평가도 나온다. 절대 규모는 여전히 상의가 크지만, '속도와 기세'만큼은 경총이 앞서가고 있다는 의미다. 경제단체 간 건전한 경쟁은 결국 지역 산업 생태계에 활력을 불어 넣는다.
광주경총의 비약적 성장은 한 조직의 성과로만 보기 어렵다. 정체된 지역경제의 틈새에서 새로운 활력을 찾으려는 기업들의 갈증이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다. 변화를 요구하는 시대의 목소리를 누가 먼저 듣고 움직였는지, 광주경총은 그 답을 행동으로 보여줬다.
이 흐름이 일시적 반짝임으로 끝날지, 지역 경제지형을 바꾸는 구조적 변화로 이어질지는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변화를 증명한 3년, 이제는 지속가능성을 증명할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