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민 기자서울 전 지역을 3중규제로 묶는 초강력 부동산 대책인 10.15 대책이 나온지 2달이 넘어가고 있지만 정작 강남불패 신화는 더욱 고착화 되는 분위기다. 10·15 대책 이후 서울 아파트 매매건수가 급감하는 가운데 강남지역은 꾸준히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가격에서는 오히려 신고가 행진이 이어지면서 10·15 대책 실효성에 대한 의문마저 제기되고 있다.
10·15 이후 현실화된 서울 아파트 거래 절벽
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방이 국토부 실거래가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10·15 부동산대책으로 서울 전역이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 토지거래허가구역 '3중 규제'로 묶인 이후인 11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2494건으로 집계됐다. 대출 규제를 받던 지난해 같은달(3558건)보다 29.9%(1064건) 줄어든 수치다.
이런 변화는 10.15 대책이 발효되기 직전 한 달(9월15일~10월15일)동안 아파트 매매건수와 비교하면 더욱 극명하게 나타난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이 기간 서울에서 이뤄진 아파트 매매계약은 11602건에 이른다. 11월 서울의 아파트 매매 계약건수가 10.15 부동산대책 발효 직전의 21.5% 정도로 급감한 것이다. 아파트 매매건수가 계절과 시기에 따라 편차가 심하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거래절벽'이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은 수준이다.
이런 거래 급감은 정부가 10.15 부동산대책에서 서울시 전역을 3중 규제(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토지거래허가구역)로 묶으면서 어느 정도 예상됐던 일이다. 주택담보대출이 대폭 줄어들고 전세대출마저 제한되면서 갭투자 자체가 쉽지 않게 됐다. 여기에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에 따라 지자체가 아파트 거래 자체를 직접적으로 틀어막을 수 있게 됐다.
10·15 대책 야기한 강남3구의 반전
임광현 국세청장, 윤창열 국무조정실장,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 이억원 금융위원회 위원장(왼쪽부터)이 '10.15 주택시장 안정화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제공하지만 범위를 10·15 부동산 대책을 야기한 강남3구와 한강밸트로 제한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강남 3구와 용산구의 아파트 매매 거래는 같은 기간 850건에서 1442건으로 69.6% 늘었다. 증가폭도 만만치 않다. 서초구는 128건에서 269건으로 110.1% 급증했고, 강남구와 송파구도 각각 88.3%, 59.4%씩 늘었다. 늘어난 거래가 급매물 소화의 성격을 띄는 것도 아니다. 이 기간동안 강남 아파트는 연일 신고가 경신 행진을 벌였다.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전용 132㎡는 10월 29일 60억5000만 원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기록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대치 르엘' 전용면적 84㎡는 지난달 39억5000만원에 매매되며 신고가를 썼다. 은마아파트 전용 84㎡ 또한 같은 달 43억10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한국부동산원이 매주 발표하는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 동향 자료에서도 강남3구는 10·15 대책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있다.
10·15 대책 직후인 10월20일자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과 12월8일자 데이터를 비교해보면 9월까지 폭등세를 보였던 송파구를 제외한 서초구(0.22%→0.23%), 강남구(0.25%→0.23%)는 큰 변화가 없다.
10·15 대책이 부추기는 강남집값… 강력규제의 역설
류영주 기자정부가 10·15 대책을 내놨을 당시부터 많은 부동산 전문가들이 지적했던 지점이기도 하다. 강력한 대출 규제로
갭투자와 레버리지 수요가 막히게 되면 현금 여력이 충분한 상위 자산가들이 원하는 매물의 거래가 더 활발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현금 동원력이 강한 최상위 자산가들이 선호하는 강남3구 아파트 매매가가 규제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는 가장 큰 이유다.
부동산 시장을 둘러싼 거시경제 지표에서 부동산 하락 요인을 찾기 힘들다는 점도 문제다. 향후 3~4년간 서울의 입주 물량이 2만 가구 안팎으로 '공급 가뭄'이 예정돼 있다. 여기에 확장 예산과 낮은 기준금리 등 통화량 증가 가능성도 높다.
이러다 보니 상급지로 분류되는 강남3구의 희소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강남 집주인들이 아파트 가격을 낮춰 부를 이유를 찾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강남이 이전부터 토지거래허가 규제 지역이어서 10·15 대책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아진 것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대표는 "금리 인하기조가 계속 유지되고 있고 유동성은 미국보다 증가 속도가 빠른데다 입주 물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전세 시장까지 불안하다. 아무런 집값 하락 요인을 찾기 힘든 상황에서 강남 집주인들이 집값을 낮춰 부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며 당분간 강남불패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