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받는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 연합뉴스해양수산부는 전재수 장관이 낙마하자 차관 대행 체제를 가동하고 각종 업무 차질을 최소화하기 위한 수습에 나섰다. 전 장관이 진두지휘하던 HMM 부산 이전과 동남권투자공사 설립 계획 등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반응이 나오는 가운데 지역에서는 장관 공백과 상관없이 해양수도권 조성 정책이 흔들리지 않도록 대통령이 직접 나서줄 것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진다.
◇해양수산부 김성범 차관 대행 체제 가동…장관이 주도하던 사업들 '차질'은 불가피할 듯
이사 중인 해양수산부 부산 본관. 송호재 기자
12일 취재를 종합하면 해양수산부는 전날 이재명 대통령이 전재수 해수부 장관의 사의를 수용한 뒤 김성범 차관 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인사권자인 대통령이 수장에 대한 사직서를 수리하면서 차관이 당연직으로 장관 업무를 대행하고 있다.
김 차관은 곧바로 긴급 간부 회의를 열고 장관 사퇴 이후 대책과 내년도 업무 보고 계획 등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장관 사퇴 시 별도의 인사 발령 없이 차관 대행 체제를 가동한다. 차관 주재 회의도 열렸다"고 전했다.
부산청사 이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수장 공백 사태를 맞은 만큼, 이사와 업무 정상화 등 기존 계획에 차질이 없도록 빠른 수습과 대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해수부는 오는 22일까지 이사를 마무리하고 23일쯤 개청식을 열 계획이었다. 물리적인 부산 이사가 시작됐고, 업무 정상화 등 부산시대를 열기 위한 계획도 이미 수립된 만큼 개청식도 예정대로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반응이다.
이런 발 빠른 움직임에도, 전 전 장관이 주도했던 각종 후속 대책은 동력이 크게 약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해수부는 본부 이전을 시작으로 세종에 있는 산하 공공기관도 모두 부산으로 집적화한다는 방침이었다. 하지만 구체적인 이전 계획이나 부산 이전 직원에 대한 지원 방안 등은 확정하지 않은 상태로 알려져 새 장관이 임명되고 실제 이전을 실행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HMM 본사 부산 이전에도 더 짚은 안개가 끼었다. 전 전 장관은 정부의 공약이자 국정과제인 HMM 본사 이전을 위해 직접 HMM 노조 관계자 면담하고 구체적인 이전과 지원 계획을 설계하는 등 전면에서 뛰었다. 노조 등 내부적인 반발이 더욱 심화하는 데다 직접 설득 작업에 직접 나섰던 장관까지 낙마한 만큼 해운 산업 집적화의 핵심인 HMM 이전에도 난항이 우려된다.
동남권투자공사 설립 역시 단기적으로는 동력이 약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 전 장관이 재임 기간 동남권투자공사의 설립 필요성을 전면에서 설명하며 '은행'을 설립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반론을 펼치는 등 정부 정책 추진의 선봉에서 활약했기 때문이다. 동남권투자공사 설립이 정부안으로 확정된 만큼 사업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설립을 위한 정치적·행정적 절차가 늦어지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전 전 장관도 이런 점을 의식한 듯 직원들을 향한 이임사에서 "저로 인해 해수부의 성과와 실적이 흔들려선 안 된다. 자부심을 가지고 해양수도권 육성을 반드시 완수해달라"는 당부를 남겼다.
◇시민단체 "해양수도 육성, 장관이 아닌 정부의 국정과제…대통령이 나서야"
해양수도부산발전협의회는 12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해양수도권 육성 사업이 차질 없이 실현되도록 이재명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 송호재 기자부산을 해양수도로 육성하는 선봉에 섰던 부산 출신 관료가 낙마하자 지역에서도 상당한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다만 지금까지 해온 해양수도권 조성 사업이 해수부 장관 개인의 목표가 아닌 이재명 대통령의 약속이자 국정 과제였던 만큼 대통령이 사태 수습에 직접 나서줄 것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해양수도부산발전협의회 등 지역 시민사회단체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장관이 내년 1월 해수부 산하 공공기관과 HMM 이전 등 세부 계획을 발표하겠다고 약속한 상태인데, 이런 일정이 정상적으로 진행될지 의문을 가지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현실을 수용하고 우려와 염려를 불식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해양수산부 기능 강화', '해수부 관련 공공기관 이전', 'HMM 등 해운기업 이전', '동남권투자공사 설립과 역할 확대', '부산해사법원 위상 강호' 등 주요 과제는 대통령의 공약에서 비롯된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차기 장관을 조속히 임명해 공백을 최소화하고 새 장관 부임까지 정책이 정상적으로 실행될 수 있도록 대통령실, 국무총리실 등 범정부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며 이재명 대통령의 적극적인 개입과 사업 추진을 촉구했다.
향후 해수부 임시청사 개청식에 대해서도 "예정대로 성대한 환영·기념행사로 치러야 한다. 기존에 알려진 대로 대통령도 참석해 시민과 함께할 것을 청한다"며 "시민사회 차원에서 내년 해수부 부산시대를 맞이한 범시민 환영대회를 여는 등 부산에 안착할 수 있도록 시민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