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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일반

    서울 상가에 봉투 1장 뿌렸더니, 18톤 쓰레기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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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각·매립되던 폐비닐의 소생…서울시 아이디어에 매장들 먼저 움직였다

    서울 중구 태평로의 김가네 김밥집 앞에 폐비닐이 가득담긴 비닐봉투 2개가 놓여있다. 권민철 기자서울 중구 태평로의 김가네 김밥집 앞에 폐비닐이 가득담긴 비닐봉투 2개가 놓여있다. 권민철 기자
    지난 11일 오후 서울 태평로. 점심시간이 지나 텅 빈 '김가네' 김밥집 앞에는 비닐 쓰레기로 가득찬 반투명 대봉투 2개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서울시가 프랜차이즈 업계와 손잡고 추진 중인 '폐비닐 100% 자원화' 정책이 현장에서 어떻게 자리 잡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김밥집에서 일하는 점원 A씨는 "하루에 두 봉지씩 매일 5시까지 밖에 내놓으면 구청에서 수거해 간다"며 "예전에도 따로 버리긴 했지만, 이제는 '정확히 해야겠다'는 책임감이 더 생겼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지난 10월 김가네·롯데리아·버거킹·배스킨라빈스·땅스부대찌개 등 5개 프랜차이즈와 협약을 맺고 폐비닐 전용봉투를 통한 완전 분리·회수 체계를 가동중이다.
     

    "상가라고 안 할 이유가 없죠"

    베스킨라빈슨31 매장 안쪽의 쓰레기 분리수거함. 오른쪽 사각형 수거함이 이달 새로 설치된 폐비닐 전용 수거함이다. 권민철 기자베스킨라빈슨31 매장 안쪽의 쓰레기 분리수거함. 오른쪽 사각형 수거함이 이달 새로 설치된 폐비닐 전용 수거함이다. 권민철 기자
    이번엔 건너편 베스킨라빈스31 아이스크림 매장. 지점장 벨라씨는 기자가 묻기도 전에 "이제 비닐도 당연히 분리합니다"라며 냉동 보관용 폐비닐, 포장용 폐비닐이 따로 담긴 대용량 쓰레기통을 보여줬다.
     
    "그동안 종이·플라스틱까지만 분리했는데, 이달부터 비닐도 따로 모으기 시작했어요. 사실 집에서는 다 하는데 상가에서 안 하는 건 문제잖아요. 다른 점원 다섯 명도 새로 생겨난 일이지만 생각보다 별 거부감을 보이지 않았어요."
     
    현장에서 만난 직원들은 하나같이 "당연한 일"이라는 반응이었다. 비닐류를 한데 모아 전용봉투에 담는 단순한 행위 하나로 종량제봉투에 섞여 소각·매립되던 비닐을 자원으로 회생시키기 때문이다.
     

    왜 '전용봉투'인가… 서울시의 해법

    서울시는 폐비닐이 재활용 가능한 자원임에도 상당량이 종량제봉투에 뒤섞여 버려지는 문제에 주목했다.
     
    실제로 서울에서 발생하는 종량제폐기물 가운데 비닐류 비중은 13%에 달하지만 대부분 소각되거나 매립돼왔다. 그동안 비닐은 재활용 품목에서 빠져왔기 때문이다.
     
    그러다 폐비닐의 자원화 기법이 생겨 뒤늦게 재활용 필요성이 생겨났지만 종이와 플라스틱 중심의 습관적 분리수거체계는 쉽게 바뀌지 않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시는 폐비닐을 모으는 전용비닐봉투를 배포해서 수거하는 방안을 도입했다. 지난해 8월부터 5개월간 이 전용봉투 916만 장을 제작해, 26만 개 매장에 배포했다.
     
    이같은 시범사업 결과 이전보다 재활용 선별량은 6.3% 증가하고, 종량제폐기물은 하루 18톤 줄어드는 놀라운 효과가 나타났다.
     서울시가 보급중인 폐비닐 수거 전용 봉투. 권민철 기자서울시가 보급중인 폐비닐 수거 전용 봉투. 권민철 기자

    2025년, 더 촘촘해지는 자원순환 도시

    서울시는 올해 모든 상가 61만 곳으로 전용봉투 보급을 확대했다. 전용봉투는 전량 재생원료 50% 이상을 사용한 반투명 30L 규격으로 통일했다. 종량제봉투 판매망을 활용해 전용봉투를 끼워 배포하는 방식으로 시민 편의도 크게 높였다.
     
    또한 비닐 분리배출 의무화를 위한 조례 개정, 과태료 부과 등 단속 체계 강화, 상가·시장 중심의 홍보·계도 활동도 확대한다.
     
    전용봉투를 든 김밥집 직원들, 폐비닐 수거함에 폐비닐을 담는 아이스크림 매장 직원들의 작은 행위가 서울이라는 도시 전체의 자원 순환 구조를 바꾸고 있다.
     
    서울시는 이번 민관협력 모델을 "폐비닐 없는 서울을 향한 새로운 표준"으로 삼겠다는 목표다.
     
    서울시 관계자는 "프랜차이즈에서 시작된 이 변화가 소상공인과 시민 일상 속으로 확산되면 서울은 전국 최초의 폐비닐 완전 자원화 도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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