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천NCC 3공장 일대. 유대용 기자정부가 요구한 석유화학 사업 재편안 제출 기한이 코앞으로 다가오는 가운데 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 입주기업들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여수산단 나프타 분해시설(NCC) 감축의 핵심인 여천NCC가 사업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합작사 간 미묘한 입장 차는 여전한 상황이어서 구체적인 윤곽은 연말쯤에야 나올 것으로 보인다.
DL케미칼은 15일 여천NCC와의 원료 공급 계약 체결과 석유화학 산업 재편 관련 크래커(기초유분 생산설비) 감축 방향, 여천NCC 구조혁신 방향성에 대해 자료를 발표했다.
이 자료에는 석유화학 업황 악화로 부도 위기를 겪은 여천NCC의 공동 대주주로서 책임을 확대하겠다는 입장이 담겼다.
특히 여천NCC의 구조재편 방안으로 원가 보전 비중 확대와 90만t 규모의 NCC 셧다운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기존에 셧다운(가동 중단)이 논의되던 47만t 규모의 3공장 대신 각 90만t 규모인 1·2공장 중 한 곳을 가동 중단하는 방안까지 제시한 것으로, 더 큰 규모의 공급량 조절이 필요하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DL케미칼은 앞서 여천NCC 공동 대주주인 한화솔루션과 47만t 규모의 NCC인 3공장 감축 및 폐쇄를 추진하는데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번 발표를 통해 기존의 합의 기준을 넘어서는 수준의 강한 안전장치와 공동 책임 구조를 강조했다.
당초 원료공급 계약을 완료하면 자율구조안을 담은 사업 재편안을 도출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DL케미칼과 한화솔루션 간 온도차가 감지되면서 의사 결정이 다소 늦어지는 모습이다.
특수고무 등 스페셜티 제품 비중이 높은 DL케미칼과 달리 한화솔루션은 범용제품 생산 비중이 높아 여천NCC에 수직계열화된 에틸렌 공급망이 상대적으로 더 아쉬울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여수지역 산업계 관계자는 "DL케미칼과 한화솔루션 간 그룹사 차원의 판단이 갈리면서 의사 결정에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보인다"며 "양측은 지난 8월 여천NCC에 대한 긴급 지원을 두고도 날선 공방전을 벌였다. DL케미칼 측의 이번 발표에 한화솔루션이 어떤 기조로 대응하는지에 따라 사업 재편안의 가닥이 잡힐 것 같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