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경주 APEC 경제전시장. 정진원 기자| ▶ 글 싣는 순서 |
① 시장 공백 흔들리는 대구시정…핵심 현안 해 넘겨 ② 역대 최악의 산불로 타버린 경북…멀고도 험한 피해 회복의 길 ③ 우려 뒤집고 성공 개최한 '경주 APEC'…세계에 한국·경북 매력 알려 (계속) |
개최지 선정부터 준비 과정까지 쉽지 않았던 2025 경주 APEC 정상회의.
2024년 개최지 선정 당시엔 인천이 결과에 반발하면서 잡음이 있었고 올해 들어 개최가 임박해오자 준비가 미흡하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제2의 잼버리가 되는 것 아니냔 불안 속에 시작된 행사. 하지만 막상 뚜껑이 열리자 우려의 목소리는 환호의 목소리로 바뀌었다.
경주는 천년고도답게 편안하고 아름다운 특유의 도시 분위기로 국내외 정상과 경제계 주요 인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 연합뉴스행사 40여일 전 정상 만찬장이 국립경주박물관에서 라한호텔로 긴급 변경됐지만 준비에 차질은 없었다. 안전 사고나 준비 미흡 논란 없이 외교의 장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당초 부족하다던 각국 정상의 숙소도 정부와 경상북도의 조속한 추진과 점검 속에 부족함 없이 준비됐다. 그 과정에서 암 투병 중인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직접 현장에 상주하며 준비 상황을 세세히 챙겼다. 특히 천 개의 체크리스트를 마련해 모든 분야에서 놓치는 것이 없도록 했다.
경찰에서도 철저히 대비한 덕분에 안전 사고도 없었다. 반트럼프를 외치는 일부 세력의 집회가 있었지만 안전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진행됐다.
그 결과 각국 정상이 변화하는 인구 구조, AI 시대 등에 대해 깊은 논의를 나눴고 '경주 선언'이 탄생했다. 우리나라로서는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후 가장 큰 외교 이벤트인 한미, 한중, 한일 정상회담을 연이어 개최하며 정상 외교의 물꼬를 텄다.
경제 성과로는 정부가 아마존 등 7개 기업으로부터 90억 달러 투자를 유치했고 경북은 3조 8천억 원의 투자를 이끌어냈다. 경제전시관을 통해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우리나라 굴지의 기업이 일궈낸 혁신 기술을 세계에 알리기도 했다.
APEC 한복패션쇼. 정진원 기자각국 정상뿐 아니라 APEC을 위해 경주에 머물던 세계적인 인사들에게 한국의 문화적 매력도 한껏 뽐냈다.
불국사, 석굴암, 대릉원 등 경주의 대표 유적들이 신라 문화의 신비로움을 전했고 특히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진행된 신라금관 특별전은 감탄을 자아냈다. 국악과 K-POP, 한국패션쇼 등 각종 공연과 한식, 공예 등 각종 체험 소개도 세계인의 관심을 이끌었다.
국내·외적으로 경주가 많이 홍보되면서 APEC 종료 후 이미 관광객이 급증하는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경주 APEC 경제전시장. 경상북도 제공내년부터 경북도는 성공적으로 마친 APEC 개최지로서의 상징성을 살려 후속 효과를 내기에 집중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포스트 APEC 사업은 글로벌 문화 협력 플랫폼인 세계경주포럼이다. 경북도는 내년도 포럼을 공식 출범하고 기반을 구축한 뒤 창립총회를 개최한다. 이어 2027년부터 3년간 글로벌 문화 기업과 투자사가 참여하는 컨퍼런스와 결합해 포럼을 성장시킬 계획이다.
2029년과 2030년에는 포럼을 세계역사문화경제 정상회의로 격상해 각국 정상까지 참여도록 하고 이른바 문화 분야의 '다보스 포럼'이 되게 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아울러 경북도는 APEC 정상회의에서 채택한 'AI 이니셔티브' 후속 이행에 앞장서고 변화하는 인구 구조에 대응하기 위해 국립 인구정책 연구원 경북 설립을 건의하는 등 '경주 선언'의 취지를 받들기 위해 노력한다.
이번 회의에서 비록 남북 또는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되지는 못했지만, APEC의 정신인 평화를 존중하고 통일을 지향하는 의미를 담아 관련 사업도 모색할 방침이다.
그 과정에서 경북도가 넘어야 할 과제는 예산 확보와 공감대 확산이다.
내년도 국비 예산안에 경북도가 구상했던 일부 포스트 APEC 사업들이 많이 포함되지 못한 가운데 APEC의 열기가 꺼지기 전, 사업을 완료하는 것이 관건이다.
특히 가시적인 APEC 성과물이자 기념비적 사업인 APEC 문화전당 건립, APEC 퓨처스퀘어 조성이 내년도 예산안에 포함되지 못한 것이 가장 아쉬운 지점이다. 그나마 다행히 세계경주포럼에는 21억원, 신라왕경 디지털 재현과 체험콘텐츠 조성에는 90억원의 예산을 확보했다.
경북도는 포스트 APEC 사업의 예산 확보 필요성을 정부에 적극 강조했으나 일부가 수용되지 않았다고 아쉬워하며 지속적으로 추가 반영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