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 윤창원 기자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를 둘러싼 의혹들이 경찰 수사로 번질 조짐이다. 김 원내대표는 그간 전직 보좌진의 의혹 제기를 악의적인 공세로 치부했지만, 각종 논란이 고소·고발로 이어지면서 입지가 급속도로 좁아진 모양새다.
봇물 터지듯 쏟아지는 의혹들에 김 원내대표의 거취론도 수면 위로 본격 부상하고 있다. 조만간 김 원내대표의 입장 표명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당내에서는 그의 책임 있는 결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 원내대표와 가족들을 상대로 한 고소·고발은 주말인 28일에도 이어졌다. 경찰은 김 원내대표 배우자의 업무추진비 사적 유용 의혹을 수사해 달라는 내용의 고발장을 이날 접수했다. 같은날 보수 시민단체는 김 원내대표가 국정감사 질의를 대가로 특정 업체로부터 후원금을 수수한 의혹을 문제 삼으면서 형사 고발 방침을 내놨다.
이뿐만이 아니다. 대한항공으로부터 호텔 숙박권을 수수하고 의전 특혜를 요구했다는 의혹도 수사로 전환될 분위기다. 앞서 전직 보좌직원들 역시 김 원내대표가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게재한 텔레그램 대화방의 불법 취득을 주장하면서 통신비밀보호법과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김 원내대표를 고소했다.
고소·고발이 잇따르면서 당내 여론도 급격하게 악화되는 모양새다. 민주당 공식 유튜브 채널인 '델리민주' 게시물에는 28일 기준으로 '김병기 사퇴 안 하면 민주당에 표 안 준다', '아직도 원내대표는 사퇴 안 하나' 등 김 원내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는 댓글들이 줄줄이 달리고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지지층도 이미 등을 돌린 상태"라고 전했다.
곱지 않은 시선은 당 내부도 마찬가지다. 김 원내대표를 겨냥한 의혹 제기 초반만 하더라도 쉬쉬하던 의원들이 이제는 공개적으로 나서 김 원내대표의 책임 있는 결단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발언도 그렇다. 정 대표는 지난 26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원내대표는 당원과 의원들이 뽑은 선출직으로 실로 막중한 자리고, 저도 이 사태를 매우 심각하게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같은날 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CPBC라디오 '김준일의 뉴스공감'에 출연해 "저 같으면 처신에 대해 굉장히 깊게 고민했을 것 같다"며 "당에 대한 어떤 부담 이런 부분을 안 드리는 방법과 방향으로 고민하겠다"고 거들었다.
김 원내대표는 주말 내내 공개 일정 없이 묵묵부답을 이어갔다. 각종 논란에 강경하게 대응하던 기존과 달리 언론의 의혹 보도에 별다른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 정치권에서는 당초 김 원내대표가 정면 돌파하려는 의지가 강했지만, 며칠새 상황이 예상보다 더욱 악화하면서 자신의 거취를 두고 장고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상당수다.
김 원내대표는 오는 30일 이번 사태를 둘러싼 자신의 입장을 내놓을 예정이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오는 30일 원내대표께서 입장을 표명하며 국민에 대한 사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