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일본과 원정 평가전 당시 한국 야구 대표팀의 기념 촬영 모습. 연합뉴스 KBO 리그에서 역대 최고의 흥행을 거둔 한국 야구가 올해 국가 대항전에서 명예 회복에 나선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3회 연속 조별 리그 탈락의 아픔을 씻겠다는 각오다.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대표팀은 오는 3월 제6회 WBC에 출전한다. 3월 5일부터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C조 조별 리그를 치른다. 일본, 대만, 호주, 체코와 묶인 C조에서 한국은 조 2위 안에 들어야 미국에서 열리는 8강 토너먼트에 진출한다.
한국 야구의 자존심을 되찾아야 하는 중요한 대회다. 2013년과 2017년, 2023년 WBC에서 한국은 모두 조별 리그에서 탈락하며 본선에 오르지 못했다.
지난 2006년 한국 야구는 WBC 초대 대회에서 일본, 미국을 연파하는 돌풍을 일으켰다. 2번이나 이겼던 일본을 4강에서 또 만나야 했던 난해한 대진으로 대표팀은 결승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4강 신화로 군 미필 선수들이 병역 혜택을 받았다.
2009년 2회 대회에서 한국 야구는 다시 존재감을 뽐냈다. 일본과 결승에서 연장 끝에 우승컵을 내줬지만 2008년 베이징올림픽 9전 전승 금메달의 기세를 이어 준우승 쾌거를 이뤘다.
2006년 WBC 당시 일본을 꺾고 기뻐하는 한국 대표팀 선수들. 노컷뉴스 특히 KBO 리그가 폭발적인 인기를 누린 가운데 열리는 대회다. KBO 리그는 2024년 사상 최초로 1000만(1088만7705명) 관중 시대를 연 데 이어 지난해는 1100만은 물론 1200만 관중도 넘었다. 정규 리그 720경기 1231만2519명의 팬들이 야구장에 몰렸다.
인기만큼 실력도 입증해야 하는 한국 야구다. WBC뿐만 아니라 한국 야구는 지난 2021년 도쿄올림픽에서 4위에 머물며 노 메달 수모를 겪었다. 이번 WBC에서도 부진하면 자칫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비판을 받아야 할 말이 없다.
대표팀은 신구 조화를 이뤄 결전에 나설 예정이다. 류지현 대표팀 감독은 지난해 일본과 원정 평가전을 통해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 투수들의 필요성을 언급했고, 이달 사이판 1차 캠프 명단에 류현진(한화), 노경은(SSG) 등을 포함시켰다. 구자욱(삼성), 박해민(LG) 등 타선의 중심을 이끌 고참들과 김도영(KIA), 원태인(삼성), 문동주, 정우주(이상 한화), 곽빈(두산), 안현민(kt) 등 젊은 선수들이 패기를 보탠다.
WBC는 MLB가 주관하는 만큼 선수들이 맹활약을 펼치면 그만큼 미국 진출의 길이 수월해질 수 있다. MLB 각 구단 스카우트들이 주목하는 대회라 젊은 선수들에게는 동기 부여가 될 수 있다.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당시 한일전 당시 모습. 연합뉴스 해외파들의 합류 가능성도 적잖다. 이정후(샌프란시스코), 김하성(애틀랜타), 김혜성(LA 다저스), 송성문(샌디에이고) 등 메이저 리그(MLB)에서 뛰는 선수들은 이달 중 출전 여부가 확정된다. 여기에 라일리 오브라이언(세인트루이스), 저마이 존스(디트로이트), 미치 화이트(SSG) 등 한국계 선수들도 가세할 수 있다.
하지만 명예 회복을 위한 길이 순탄치는 않을 전망이다. '디펜딩 챔피언' 일본은 영원한 라이벌이라고 하기가 이제는 어려울 정도로 우위에 있는 데다 이번 대회도 최강 전력이 예상된다. 종주국 미국도 자존심을 찾기 위해 역대 최고의 전력을 구축한 상황이다.
일본은 지난달 현재 세계 야구 최고의 선수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를 비롯해 기쿠치 유세이(LA 에인절스), 마쓰이 유키(샌디에이고)와 이토 히로미(니혼햄), 오타 다이세이(요미우리) 등의 WBC 출전을 발표했다. 다저스 에이스이자 지난해 월드 시리즈 MVP 야마모토 요시노부, 스가노 도모유키(볼티모어) 등도 합류할 전망이다.
미국도 지난 2023년 WBC 결승에서 일본에 당한 패배를 설욕하기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다. 애런 저지(뉴욕 양키스), 칼 롤리(시애틀), 카일 슈워버(필라델피아) 등 거포에 태릭 스쿠벌(디트로이트), 폴 스킨스(피츠버그) 등 최고의 에이스들이 총출동한다.
미국 대표팀 주포 애런 저지. 연합뉴스
외국의 주요 베팅 사이트에서는 미국의 우승을 가장 높게 볼 정도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윌리엄힐은 미국의 우승 배당률을 11/8로 책정했고, 벳365는 2.2 대 1, 드래프트킹은 +140으로 예상했다. 윌리엄힐은 1달러를 미국 우승에 걸면 2.38달러를 받게 된다.
우승 후보 2위는 일본으로 전망됐다. 일본은 윌리엄힐 11/4, 벳365 4.4대1, 드래프트킹 +300의 배당률을 보이고 있다. 빅 리거들이 즐비한 도미니카공화국, 푸에르토리코, 베네수엘라, 멕시코가 3~6위로 예상됐다.
한국은 20개 출전 국가 중 7~8위로 예상됐다. 윌리엄힐(25/1)과 드래프트킹(+3500)에서 단독 7위, 벳365에서는 41 대 1로 캐나다와 함께 공동 7위 전력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역대 WBC에서는 일본이 3회 우승으로 가장 많고, 미국과 도미니카공화국이 2017년, 2013년 정상에 오른 바 있다. 과연 역대 최고의 흥행을 누린 한국 야구가 17년 만의 본선 토너먼트 진출과 4강, 결승 진출을 재현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