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경기도의 한 대형 베이커리카페. 사업자등록상 업종은 제과점이지만, 실제 매장 운영은 커피와 음료 판매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케이크는 완제품을 소량 매입해 진열하는 수준이었고, 제과 시설은 카운터 옆 소형 냉장고가 전부였다. 국세청은 이 사례를 사실상 커피전문점을 베이커리카페로 위장 운영한 사례로 보고 개별 확인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최근 서울·경기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이처럼 대형 부지를 갖춘 베이커리카페가 빠르게 늘고 있다. 외형상으로는 베이커리카페지만, 실제로는 커피전문점에 가까운 형태로 운영되는 곳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현상의 배경에는 상속세 절세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는 가업상속공제 제도가 있다. 베이커리카페는 제과점업으로 분류돼 가업상속공제 적용 대상에 포함되는 반면, 커피전문점은 공제 대상 업종에서 제외된다. 이 차이를 이용하면 상속세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점이 고액 자산가들 사이에서 알려졌다는 설명이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5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대형 카페와 기업형 베이커리 등이 편법 상속과 증여에 활용되고 있다면서 이에 대한 대비책을 질문하기도 했다. 이에 국세청은 25일 자산 규모가 큰 수도권 대형 베이커리카페에 대해 실태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커피전문점인지 베이커리카페인지 확인. 국세청 제공예를 들어 서울 근교에 있는 300억원 상당의 토지를 외동 자녀에게 그대로 상속할 경우 상속세만 136억원 이상을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해당 토지에 대형 베이커리카페를 개업해 10년 이상 운영한 뒤 상속하고, 자녀가 이를 5년간 유지하면 가업상속공제가 적용돼 300억원 전액이 공제된다.
이 경우 상속세 부담은 사실상 '0원'이 된다. 이 같은 구조가 알려지면서 고액 자산가들 사이에서 대형 베이커리카페가 상속세 절세 수단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는 게 국세청 설명이다.
베이커리카페 부수토지 내 주택 소재하여 부수토지의 사업용자산 여부 확인. 국세청 제공문제는 일부 사업자들이 이를 악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세청이 제시한 또 다른 사례를 보면, 베이커리카페로 운영되는 사업장의 넓은 부수토지 안에 사업주가 거주하는 전원주택이 함께 들어선 경우도 확인됐다.
건물 면적에 비해 부수토지가 과도하게 넓은데도, 토지 전체를 사업용 자산으로 신고해 가업상속공제 대상에 포함했는지 여부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다른 사업을 영위하는 고령의 父가 베이커리카페의 실제 사업주인지 확인. 국세청 제공실제 운영 주체를 둘러싼 문제도 조사 대상이다. 오랜 기간 다른 사업을 영위해온 고령의 부모가 명의상 베이커리카페 사업주로 등록돼 있고, 자녀는 개업 직전 회사를 그만둔 뒤 소득이 없는 상태인 사례도 포착됐다.
국세청은 이 같은 경우 부모가 실제로 베이커리카페를 경영하고 있는지, 또는 상속을 염두에 둔 형식적 운영인지 여부를 확인할 방침이다.
가족법인 베이커리카페의 대표이사인 고령의 母가 법인을 실제 경영하는지 확인. 국세청 제공법인 형태로 운영되는 베이커리카페 역시 점검 대상이다. 사업 이력이 거의 없는 고령의 부모가 가족법인의 대표이사로 등기돼 있고, 자녀들과 공동대표 체제를 갖춘 경우 실제 경영 주체가 누구인지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가업상속공제나 가업승계 증여세 특례를 적용받기 위해 대표이사 명의만 형식적으로 유지한 것은 아닌지 여부를 들여다본다는 설명이다.
이에 국세청은 자산 규모가 큰 수도권 대형 베이커리카페를 중심으로 운영 실태를 점검하는 조사에 나섰다. 이번 조사는 세금 추징을 전제로 한 세무조사가 아니라, 가업상속공제 제도가 부동산 상속이나 절세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우려를 감안한 선제적 현황 파악 차원에서 이뤄진다.
국세청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가업상속공제 신청 단계에서 사전·사후 검증을 강화하고, 업종 유지와 고용 요건 등 사후관리 이행 여부도 보다 엄격히 점검할 계획이다. 조사 과정에서 자금 출처 불분명이나 탈세 혐의가 확인될 경우에는 별도의 세무조사로 전환해 엄정 대응할 방침이다.
임광현 국세청장은 "가업상속공제가편법 상속·증여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공제 요건에 대한 사전·사후 검증을 강화하고 제도개선 등을 추진하겠다"며 "창업자금 증여, 자금출처 부족 등 탈세혐의가 확인되는 경우에는 별도 계획에 따라 엄정하게 세무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