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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처법 1호' 삼표 회장 무죄…"소극적 판결" 면죄부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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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처법 1호' 삼표 회장 무죄…"소극적 판결" 면죄부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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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M으로 불린 정 회장, 보고·지시 인정됐지만 '경영책임자'는 아니라고 판단
    노동계 "법 취지 몰각"…실질적 경영책임자 개념 형해화 지적
    검찰 항소 촉구 속 "부정적 선례 남길라" 우려 확산
    양형기준 여전히 공백…중처법 집행유예율 80% 상회 현실도 조명

    삼표그룹 정도원 회장. 연합뉴스삼표그룹 정도원 회장. 연합뉴스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 시행 이틀 만에 발생해 '1호 사고'로 기록된 삼표산업 양주 채석장 붕괴 사고 1심에서 그룹 총수인 정도원 회장에게 무죄가 선고된 가운데, 노동계와 법조계는 이번 판결이 입법 취지를 근본적으로 훼손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법원은 정 회장이 그룹 내에서 보고를 받고 지시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법상 '경영책임자'로는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사실상 기업 오너에게 면죄부를 준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꼬리 자르기'식 판결이라는 지적과 함께, 검찰의 즉각적인 항소와 실효성 있는 양형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12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의정부지법 형사3단독 이영은 판사는 지난 10일 중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정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이종신 전 삼표산업 대표이사도 중처법 위반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았다.

    반면 현장 안전을 담당했던 삼표산업 골재안전팀장과 현장소장 등 실무자들에게는 각각 금고형 및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결국 3명의 목숨을 앗아간 참사에서 '진짜 사장'으로 지목된 인물들은 법망을 빠져나가고, 책임은 현장 실무자들에게만 전가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삼표 레미콘공장. 연합뉴스㈜삼표 레미콘공장. 연합뉴스
    판결문을 살펴보면, 법원의 판단이 소극적 법리에 매몰됐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재판부는 정 회장이 그룹 내에서 'TM(Top Management)'으로 불리며 각종 보고를 받고 지시를 내린 사실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정 회장)이 각 부문별 정례 보고 등에 참석하고, 때로는 대표자나 임원으로부터 직접 보고를 받거나 지시를 내린 사실은 인정된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런 사정만으로는 정 회장이 중처법상 '경영책임자', 즉 사업을 대표하고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경영책임자를 원칙적으로 '대표이사'로 보고, 대표이사가 형식적 존재에 불과하다는 점이 입증되지 않는 한 '오너'를 처벌하기는 어렵다는 취지의 논리를 폈다.
     
    이 같은 판결에 대해 노동계와 법조계는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성명을 통해 "삼표산업은 ㈜삼표가 지분 98.25%를 보유하고 있고, 그 ㈜삼표의 지분은 정도원 회장 일가가 장악하고 있다"며 "경영 전반을 보고받고 지시하는 위치에 있었다는 점이 사실로 인정되었음에도 실질적 경영 개입을 무시한 것은 법이 겨냥한 '실질적 경영책임자' 개념을 형해화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국노총 역시 "대기업의 복잡한 지배구조 속에서 최고 의사결정권자의 책임을 좁게 해석할 경우, 기업이 책임을 회피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우려했다.

    이번 사건의 고발 대리인을 맡았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노동위원회 위원장 신하나 변호사는 이번 판결의 논리적 모순을 지적했다.

    신 변호사는 "형식상 대표이사는 권한이 없어 내용을 몰랐다며 무죄를 선고하고, 실질적 의사결정권자인 회장에게는 구체적 증명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며 "그렇다면 삼표는 책임지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회사인가"라고 반문했다.

    특히 신 변호사는 "채석장 붕괴 위험을 알면서도 작업을 강행하거나 중단하는 결정은 막대한 비용이 수반되는 사안으로, 월급 사장이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 없는 사안"이라며 법원이 기업 경영의 현실을 외면한 소극적 판단을 내렸다고 꼬집었다.

    이번 판결은 향후 다른 중처법 재판의 방향을 가를 수 있다는 점에서, 검찰의 항소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법원이 오너의 '구체적 지시'가 입증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다는 선례를 남길 경우, 기업 오너들이 안전 관련 보고 체계에서 스스로를 배제하는 방식으로 책임을 회피할 가능성이 높다. 신 변호사는 "이런 판결이 누적되면 중처법은 사실상 무력화될 수밖에 없다"며 검찰이 항소를 통해 법리를 다시 다퉈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판결에서 실무자들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된 점을 두고 '양형기준'의 부재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중대재해 사건은 일반 형사사건에 비해 무죄율이 높고, 유죄가 인정되더라도 집행유예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법의 억지력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실제 국회 입법조사처 분석에 따르면 중처법 위반 사건의 집행유예 비율은 80%를 넘는다.

    정부는 지난해 9월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의 일환으로 중처법 양형기준을 신설하고 산업안전보건법 양형기준을 상향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 체감되는 변화는 더디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대법원 양형위원회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양형기준 신설을 논의 중이며, 양형위 임기인 2027년까지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동부 측은 양형기준 신설 논의에 적극 참여해 의견을 개진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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