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제주공항 화물청사 야외에 방치된 우유. 독자 제공수년간 제주로 항공 운송되는 과정에서 상온에 노출된 채 유통이 이뤄진 대기업 신선우유 불법유통 사건. 공익 신고자가 이 사건을 해당 기업에 고발하는 과정에서 신고자의 이름과 전화번호, 직업이 무분별하게 제3자에게 유출된 정황이 드러났다. 신고자는 "보복성 행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공익신고 이후…이름·전화번호·직업 유출
17일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신고자 A씨는 초여름인 2024년 6월 5일 오전 11시 30분쯤 제주국제공항 화물청사 야외 시멘트 바닥에 모 대기업에서 생산한 저온살균우유가 담긴 종이상자들이 방치된 것을 목격했다. 같은 날 오후 2시쯤 A씨는 해당 기업 대표 전화번호로 이 내용을 신고했다.
축산물위생관리법상 저온살균우유와 같은 냉장 제품은 상온에 조금이라도 노출되면 쉽게 상할 수 있어서 '0~10'도에서 보존과 유통이 이뤄져야 하는데 무더운 날씨 속에 장시간 방치돼서다.
이후 해당 기업이 신고 내용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A씨의 '이름과 휴대전화 번호'가 고객지원센터, SCM(물류관리) 부서, 제주지점 담당자에게 전달됐다. 민원이 해결되지 않자 1차 유통을 담당한 계열사 담당자와 재 위탁을 받은 도내 물류업체 관계자에게까지 A씨의 개인정보가 전달됐다.
이 과정에서 도내 물류업체 관계자가 주변에 A씨의 직업을 파악했다. A씨의 이름과 휴대전화 번호, 직업을 전해들은 SCM 담당자가 제주에 사는 가족에게 A씨의 이름과 직업을 얘기하며 친분관계가 있는 사람인지 물어보기도 했다. 첫 신고일인 6월 5일부터 17일까지 보름간 벌어진 일이다.
대기업 자체 조사 결과 내용. 독자 제공해당 기업 윤리경영팀은 자체 조사 결과를 통해 '일부 신고 처리 과정에서 제보자 동의 없이 개인정보가 제3자에게 제공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소지가 있다. 다만 악의 또는 의도적인 게 아닌 추가 질의에 대한 상세한 답변을 위해 해당 업무 책임자에게 정보 제공을 하게 된 사항'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SCM 담당자가 제보자에 대한 뒷조사를 지시한 바가 없음을 확인했다. 제보자의 직업 정보는 도내 물류업체 관계자의 자의적인 판단과 행동으로 알게 된 사항'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극심한 정신적 고통 시달려" 경찰 고소
A씨는 지난해 10월 이 사건에 대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소해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 이전까지 제주에서 도소매점을 운영하며 제주공항 화물청사에서 판매 물건을 직접 가져오던 A씨는 개인정보유출 사건으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고민 끝에 이번 고소를 결심하게 됐다.
A씨는 "사건이 불거진 직후 해당 기업 SCM 담당자를 만났을 때 '자신의 매형이 여러 차례 저와 거래를 했다'고 하는 등 심리적으로 압박했다. 특수한 거래 관계를 안 것을 보면 도내 다수의 사람에게 저의 개인정보를 무차별적으로 유출해 가며 연결고리를 찾아낸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제주공항 화물청사 다른 물류소장들에게까지 저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보여주며 적극적으로 탐문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련의 행위는 공익 제보자라는 이유로 불이익을 주고 입막음하려 한 보복성 행위다. 저의 명예와 인격권을 침해하고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줬다"고 호소했다.
제주동부경찰서. 고상현 기자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사건 외에 해당 기업의 저온살균우유 불법유통 사항도 도자치경찰단 수사를 통해 적발됐다. 수사 결과 2019년 2월부터 2024년 6월까지 5년간 1765차례 저온살균우유와 요거트 등 유가공품 145종이 규정온도(0~10도) 준수를 위반한 채 도내 운송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렇게 도 자치경찰단에서 특정한 불법운송 물량만 1369톤이다. 1L우유 갑 기준으로 환산하면 132만6550개에 달한다. 상할 가능성이 있는 우유가 도내 대형마트 등지로 유통된 것이다.
제주도 자치경찰단은 축산물위생관리법 위반 혐의로 우유 운송을 담당한 해당 대기업 계열사인 모 물류회사와 그 관계자, 재 위탁을 받은 도내 물류업체와 그 관계자 등 4명을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하지만 검찰은 지난해 12월 도내 물류업체와 그 관계자 등 2명만 불구속 기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