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 지귀연 부장판사가 19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2·3 비상계엄 관련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1심 판결 선고 주문을 낭독하고 있다. 연합뉴스12·3 내란 사태의 주범으로 재판에 넘겨진 윤석열 전 대통령이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윤 전 대통령이 군을 국회에 투입한 행위가 내란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윤 전 대통령이 장기 집권의 목적보다는 국회와의 갈등으로 인해 비상계엄을 선포하게 됐고, 물리력 행사는 최대한 자제하려 했다는 등의 이유로 사형을 선고하진 않았다.
법원 "국회로 軍 보낸 尹…국헌 문란 목적의 폭동"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19일 내란 우두머리 등 혐의로 기소된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징역 30년을,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은 징역 18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이후 한 일련의 행위가 형법상 국헌 문란을 목적으로 한 폭동, 즉 내란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특히 재판부는 12·3 내란 사건의 핵심을 '국회로 군 병력을 보낸 것'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재판부는 "국회로 군대를 보내 국회의사당을 봉쇄하고 국회의장, 여당과 야당의 대표 등 주요 인사를 체포함으로써 국회의 활동을 저지하거나 마비시켜 국회가 상당 기간 그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만들려는 목적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은 군을 투입하면서 언제 철수시킬 것인지에 대한 계획을 전혀 정하지 않았다"며 "국회 활동을 저지하거나 마비시키려는 기간이 상당 기간임을 예정하고 있었다고 본다"고 부연했다.
또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점거하고 서버 반출을 시도하는 등의 행위 역시 폭동에 해당하는 것으로 봤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전역, 그렇지 않더라도 국회와 선관위 등이 위치한 서울과 수도권 등의 평온을 해할 정도의 위력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국가 위기로 계엄 선포" 尹 주장 받아들이지 않은 법원
재판부는 "국회에 의한 국가 위기 상황을 타개할 목적으로 한 비상계엄 선포는 내란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윤 전 대통령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행위 자체만으로는 내란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게 재판부 설명이다. 아울러 비상계엄을 선포할 만한 요건을 갖췄는지에 대한 대통령의 판단은 존중돼야 하며 사법 심사의 영역이 될 수 없다고 했다.
다만 재판부는 비상계엄을 선포해 국회나 행정, 사법의 본질적 기능을 침해한다면 내란죄가 성립한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 측 주장은) 어떤 일을 행한 동기나 이유, 명분과 그 목적을 혼동해 하는 주장으로 보인다"며 "성경을 읽는다는 이유로 촛불을 훔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세계 각국의 역사와 사례 등을 인용하며 대통령에 의한 '친위 쿠데타' 역시 내란죄로 처벌이 가능하다고 했다. 과거 로마 시대 국가와 황제를 동일시하는 경향이 나타났고 중세 시대에는 왕이나 군주가 내란죄를 저지를 수 없다는 인식이 형성됐지만, 잉글랜드의 왕 찰스 1세가 군대를 이끌고 의사당에 난입해 반역죄 등으로 사형을 선고받았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행정부의 수반과 행정부를 견제하는 의회는 자칫 갈등과 긴장 관계에 놓이기 쉽다"라며 "이 경우 군에 대한 통수권을 가지는 행정부 수반은 언제든지 군을 동원해 의회의 기능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게 해 행정부의 정책 추진을 밀고 나가려는 강한 유혹에 빠지기 쉽다"고 했다.
그러면서 "윤 전 대통령은 내란 우두머리죄, 김 전 장관은 내란 중요임무종사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은 아주 치밀하게 계획으로 세운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물리력 행사를 최대한 자제시키려 했던 사정도 보인다. 대부분 계획이 실패로 돌아갔고, 장기간 공무원으로 봉직해 왔으며 65세의 비교적 고령"이라며 특검이 구형한 사형이 아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김 전 장관에 대해서도 비슷한 이유로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계엄 비선' 노상원과 경찰 지휘부도 중형 선고
19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12·3 비상계엄 관련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내란 우두머리 혐의 1심 선고공판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노 전 사령관에 관해서도 "김 전 장관과 비상계엄에 대해 상당히 구체적으로 논의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국헌 문란의 목적과 인식을 공유하면서 폭동 행위에 가담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를 인정했다.
경찰을 동원해 국회를 봉쇄한 혐의를 받는 조지호 전 경찰청장과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관여한 것은 아니"라면서도 "국회 활동을 저지하거나 마비시키려는 목적을 갖고 있다는 인식을 공유했다고 보기에 충분하다"며 각각 징역 12년과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이들 범행에 가담한 목현태 전 국회경비대장에 관해서는 "억울한 사정이 없는지 여러 차례 논의해봤다"라며 "국회 사무처 관계자로부터 명시적 항의를 받았고, 미필적으로나마 자신의 행위가 국회 활동을 저지하는 행동이 될 수 있다는 사정을 알았던 것을 부인하기는 어렵다"며 징역 3년을 선고했다.
다만 노 전 사령관과 함께 부정선거 의혹 수사 등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김용군 전 제3야전군사령부 헌병대장과 윤승영 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수사기획조정관은 증거 부족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원 "尹, 12·3 이틀 전 계엄 결심"…'수사권 논란'은 종지부
윤석열 전 대통령이 19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 우두머리 혐의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해 있다. 연합뉴스한편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장기 독재를 목적으로 2023년 10월쯤부터 비상계엄을 계획했다"는 조은석 특별검사팀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기로 처음 결심하게 된 시점은 2024년 12월 1일 무렵이라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재판부는 "국회가 무리한 탄핵 소추 시도, 일방적인 예산안 삭감 시도 등 대통령과 정부 활동을 사실상 무력화하고 있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라며 "점차 이러한 생각에 지나치게 집착해 적어도 2024년 12월 1일 무렵에 무력을 동원해 국회를 제압해야겠다고 결심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특검이 근거로 제시한 노 전 사령관 수첩에 관해서는 "작성 시기를 정확히 알 수 없고 일부 내용은 실제 이뤄진 사실과 불일치한다"며 "내용 등이 조악한 데다가 보관하고 있던 장소 등에 비춰 보더라도 중요한 사항이 담겨져 있다고 보기에 무리가 있다"고 했다.
이 밖에 12·3 내란 수사 과정에서 이어진 수사 적법성 논란에 대한 판단도 나왔다.
재판부는 내란 사건에 대한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권이 인정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내란죄는 현행법상 검찰과 공수처가 수사를 개시할 수 없는 범죄지만, 수사가 가능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와 '직접 관련성'이 인정된다는 이유다.
'현직 대통령은 헌법상 불소추 특권이 있으므로 수사 대상이 돼선 안 된다'는 주장에 관해서는 "대통령 직책의 원활한 수행을 보장하는 데 그 취지가 있다"며 "이와 관련이 없는 수사까지 모두 제한하려는 취지는 아니"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