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세종청사 내 기후에너지환경부 청사. 연합뉴스기후에너지환경부가 차세대 분산형 전력망 구축을 본격화한다. 기후부는 20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산업계와 학계가 참석한 가운데 분산형 전력망 포럼을 열고 관련 MOU(양해각서)를 체결하는 한편, 추진계획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새 정부가 추진하는 에너지전환에서 전력망 개편은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현재 전력시스템은 2001년 전력산업 구조개편 당시 도입된 대형발전기 위주로 송전망을 통한 계통 운영이 중요했다면, 에너지전환 시기엔 태양광 등이 위치한 배전망 중요성이 커졌다. 또 전력을 수용가에 보내는 단방향 망에서 발전과 수요자원이 공존하는 복합적 계통으로 배전망 성격도 전환됐다.
이에 기후부는 △지역단위 배전망 혁신 △분산 전력망에 적합한 시장제도 개편 △해외 진출에 대비한 산업 생태계 구축을 추진 방향으로 계획했다.
ESS 확충해 유연성↑…마이크로그리드 구축
에너지저장장치(ESS). 연합뉴스우선 태양광 접속대기가 심각한 배전망에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유연성 자원을 대폭 보급해 태양광 추가접속을 유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올해 20개를 시작으로 2030년까지 총 85개의 ESS를 구축하면, 약 485MW의 태양광 추가 접속이 가능할 전망이다. 햇빛소득 마을 활성화를 위한 소규모 ESS 보급도 병행한다.
배전망에 접속된 농공단지, 대학가 등 중소형 부하에 ESS 등을 보급해 수요를 평탄화하는 '마이크로그리드(MG, 소규모 자립형 전력망)'도 구축한다. 마이크로그리드가 구축되면 배전망 전력부하 저감을 통해 태양광 추가접속 등 배전망 활용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경직적 접속제도 유연화도 추진된다. 정격용량 중심의 수동적인 배전망 접속관리 제도에서 탈피해, 출력제어 조건부 재생에너지 접속 허용용량을 배전선로당 16MW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한국전력의 역할도 변화한다. 배전망에 유연성 자원이 대폭 확대되고 태양광이 추가 접속되는 만큼, 계통안정화를 위해 배전망 '관리자'에서 '운영자'(DSO, Distribution System Operator)로 변모한다. 차세대 배전망 운영시스템(ADMS, Advanced Distribution Management System)을 이용해 태양광 발전량을 사전에 예측하고, 추가접속 태양광으로 인한 과부하가 예상되면 ESS 충전을 지시하는 등 동적제어를 실시하게 된다.
또 별도의 보상체계인 '전력망 비증설대안(NWAs, Non-Wire-Alternatives)' 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 배전망에 ESS가 구축되면 태양광 추가접속이 가능해져 망 건설을 대체할 수 있는 만큼, 망 공사비에 상응하는 금액을 ESS 사업자에게 보상해 주는 방식이다. 올해 상반기부터 제주에서 시범 운영되며, 하반기까지 육지 확대를 추진한다.
재생e 입찰제도 제주서 실험 후 확대…K그리드 창업 밸리 조성
전력수요 입찰제도를 통해 재생에너지 잉여발전으로 가격이 떨어지면 난방 자원화(P2H), 전기차 충전(V2G) 등 다양한 수요로 이전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식으로 시장제도를 개편한다. 최소출력 보장을 위한 발전원을 제외한 나머지 발전원은 가격입찰도 추진한다. 이 같은 개편을 제주에서 우선 시작한 뒤,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기후부는 미국, 영국, 유럽연합(EU) 등 주요국도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전력망 개편을 추진하고 있어, 전 세계 전력망 투자가 2030년 372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에너지공대, 광주과기원, 전남대, 전력 공기업, 민간 기업 등이 힘을 합쳐 '케이-그리드(K-GRID) 인재·창업 밸리'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기술 실증단지도 마련한다. 인공지능 기반 다중 마이크로그리드 자율운영 플랫폼 등 핵심기술 발굴을 위한 연구개발(R&D)도 추진한다.
기후부는 이날 포럼에서 이 같은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에너지공단·한전·전력거래소와 '차세대 분산형 전력망 구축지원사업' MOU를, 서울대·전남대·에너지공대·광주과기원과 '차세대 분산형 전력망 인력양성' MOU를 각각 체결했다고 전했다.
차세대 분산형 전력망의 배전망 ESS 및 마이크로그리드 구축 등을 위한 사업자는 공모를 통해 선정하게 되며, 1분기 공고 후 2분기에 사업자가 선정될 예정이다. 마이크로그리드 분야에선 일진전기와 에스에너지, ESS는 삼성SDI와 SK온, VPP(가상발전소, 분산전원을 클라우드 기반의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마치 하나의 발전소처럼 운영하는 시스템) 분야에선 인코어드, 브이피피랩 등이 관심을 갖고 참석했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탄소중립은 지구와 미래세대를 위해 남길 수 있는 최소한의 책임이며, 탄소중립 실현의 열쇠는 결국 에너지전환에 있다"면서 "차세대 분산형 전력망은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맞춤형 전력망으로서, 속도감 있는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업계, 학계, 유관기관이 힘을 합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