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키 제공미국은 왜 전쟁을 멈추지 못하는가.
책 '미국은 왜 전쟁을 멈추지 못하는가'는 이 질문을 '군산복합체'의 구조로 풀어낸다. 국방부 예산 9000억 달러, 군사 관련 지출 1조 5000억 달러, 전 세계 무기 시장 점유율 43% 등 숫자 자체가 이미 '전쟁 기계'의 규모를 말한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9·11 이후 20년 동안 록히드 마틴, RTX(구 레이시온), 보잉, 제너럴 다이내믹스, 노스럽 그러먼 등 '빅5' 방산업체가 국방부 계약으로 2조 1000억 달러를 챙겼다고 짚는다.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 비용은 8조 달러로 추산된다. 국방비는 교육·환경·노동 등 주요 연방 재량 지출을 합친 것보다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책은 전쟁 지속의 동력이 '안보'만이 아니라고 말한다. 의회와 로비, 관료와 기업을 잇는 '회전문', 돈을 받는 싱크탱크, 군에 협조하는 엔터테인먼트 산업까지 연결된 네트워크가 전쟁을 '정상 상태'로 만든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방산업체들은 2024년 로비에 1억 4800만 달러를 쓰고 900명 넘는 로비스트를 고용했다.
미국의 군사력은 해외 주둔망으로도 확장된다. 책은 미국이 80개국 750곳에 기지를 두고 17만 명 이상을 상시 주둔시키며, 전 세계 분쟁 다수에서 미국산 무기가 사용되는 현실을 사례로 든다. 전장에선 미국산 무기가 양측에서 동시에 쓰이는 장면도 벌어진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팔란티어·스페이스X·안두릴 같은 신흥 방위기술 기업이 AI·무인체계 등을 앞세워 전통 방산업체와 주도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분석도 담겼다. 저자들은 차세대 무기 개발에 향후 수십 년간 '2조 달러' 규모 투입 가능성을 거론하며, 전쟁 산업이 '다음 성장 동력'으로 이동 중이라고 본다.
책은 미국을 단죄하기보다, 미국 안보정책이 어떤 이해관계의 합으로 굴러가는지 드러내는 데 초점을 맞춘다. 동맹국 한국에도 이는 남의 일이 아니다. 방산 수출 확대, 동맹 조정, 억제 전략의 선택이 결국 이 거대한 '전쟁 기계'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윌리엄 D. 하텅·벤 프리먼 지음 | 백우진 옮김 | 부키 | 42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