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연합뉴스싱가포르 최고의 대학 연구소장이 북한이 경제 개혁과 대외 개방에 나설 경우 싱가포르가 실무 중심의 지원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한·싱가포르 전략적 협력 확대와 함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서 싱가포르 역할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람펑얼 싱가포르국립대 동아시아연구소 코리아센터장은 2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일간지 연합조보 기고문에서 지난 달 김정은 위원장이 조선노동당 제9차 대표자회에서 인민 생활 수준 향상을 다짐한 사실을 들어 "북한이 경제 개혁과 대외 개방을 자율적으로 추진할 경우 싱가포르는 무역·투자 국제법 및 국제기구 운영 교육 등 실무 중심의 지원을 제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정치적 압박보다 경제·제도 역량 강화를 통한 점진적 변화 유도가 현실적인 접근이라는 시각이다.
그는 특히 "관련 당사국의 의지만 있다면 싱가포르가 향후 공식 정상회의나 비공식 협의체를 다시 주최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지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싱가포르가 북한과 공식적이고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 왔고, 2018년 북미 정상회담을 개최한 경험이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인도주의 지원과 민간 교육 프로그램 등 기존 양국간 협력 경험도 향후 역할 확대의 기반이 될 수 있다고도 평가했다.
람 센터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싱가포르 국빈 방문을 계기로 양국 협력이 한층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국제 질서가 '힘이 곧 정의'인 체제로 빠르고 위험하게 전환되고 있는 오늘날, 양국 관계가 상호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며 한층 더 높은 단계로 도약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금은 강대국 간 패권 경쟁이 심화되고 국제법·국가 주권 규범 및 규칙 기반 자유무역 체제가 심각하게 훼손되는 불안정한 세계"라며 "생존하고 발전하기 위해 양자·다자 차원에서 뜻을 같이하는 국가들과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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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 협력 방향으로는 경제·디지털·외교·문화 분야의 양자 협력 심화와 함께 동남아시아 지역 통합, 한반도 평화·안정 기여를 제시했다.
람 센터장은 "양국은 과거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향후 50년의 새로운 도약을 모색해야 한다"며 "아세안 주도의 동아시아 다자주의와 한반도 평화·발전을 위한 가치를 함께 창출해야 한다"고 했다.
싱가포르는 2027년 아세안 순회 의장국, 2027~2030년 한국-아세안 대화 조정국을 맡을 예정으로, 향후 양자·다자 협력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람 센터장은 양국 경제 협력 기반도 강조했다. 싱가포르는 한국이 동남아에서 처음으로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이며, 현재 아세안 내 주요 교역·투자 파트너다. 디지털경제협정, 친환경 해운 회랑 구축, AI·사이버보안 협력 등 신산업 분야 협력도 확대되고 있다.
그는 "양국은 손을 맞잡고 담대하고 자신 있게 미래를 향해 나아갈 것"이라며 "아세안 통합과 동아시아 다자주의, 한반도의 평화·안정·번영을 함께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