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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이 흔들린다…한국 대전환의 갈림길 [책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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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학술

    부동산이 흔들린다…한국 대전환의 갈림길 [책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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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동산 책 읽기 ②]
    인구 감소·가계 부채·도시 재편 다가온다
    다섯 권의 책이 가리키는 한국 부동산의 미래


    한국에서 부동산은 늘 가격의 문제로 시작한다. 몇 억이 올랐는지, 거래가 살아났는지, 규제가 완화됐는지 같은 질문들이다. 그러나 다섯 권의 책을 나란히 펼쳐놓고 읽다 보면, 시선은 자연스럽게 가격을 벗어난다. 문제는 숫자가 아니라 구조에 있다는 점이 또렷해진다.

    시라카와 마사아키 전 일본은행 총재는 저서 '일본의 30년 경험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에서 디플레이션을 원인이 아니라 결과라고 설명한다. 자산 가격이 경제의 기초 여건보다 먼저 달리기 시작했고, 통화 정책은 충격을 완화할 수는 있어도 구조를 바꾸지는 못했다는 회고다.

    그는 통화정책이 "시간을 벌어줄 수는 있지만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한다"고 밝혔다. 가격이 아니라 구조를 봐야 한다는 뜻이다.

    이 문장은 오늘의 한국에도 낯설지 않다. 집값이 오르내리는 사이, 인구는 줄어들고 있다. 생산가능인구는 감소세로 돌아섰고, 일부 지방 도시는 소멸을 걱정한다. 그런데도 가계 자산의 상당 부분은 여전히 부동산에 묶여 있다. 가격의 등락은 빠르게 체감되지만, 인구와 도시 구조의 변화는 훨씬 느리게 진행된다.

    앨런 말라흐는 '축소되는 세계'에서 "성장은 도시의 기본 전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한다. 늘어날 것을 가정해 설계된 도시는 줄어드는 사회에서 다른 계산법을 필요로 한다는 의미다.

    일본이 겪었던 긴 조정의 시간은 단순한 경기 침체가 아니라, 도시의 규모와 기능을 다시 정렬하는 과정이었다. 한국의 지방 도시들이 맞닥뜨린 현실—학교 통폐합, 상권 침체, 빈집 증가—도 그 맥락에서 읽힌다.


    마이크 버드는 '부동산은 어떻게 권력이 되었나'에서 토지를 "신용을 창출하는 장치"로 규정한다. 집은 거주 공간을 넘어 담보가 되고, 담보는 다시 대출을 낳는다. 그는 상승기에는 모두가 부자가 된 듯 보이지만 하락기에는 신용의 축소가 뒤따른다고 지적한다.

    한국 사회가 부동산에 유난히 민감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집은 단순한 자산이 아니라 가계의 안전망이기 때문이다.

    대런 아세모글루와 제임스 A. 로빈슨은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에서 제도가 번영의 조건을 만든다고 설명한다. 포용적 제도가 작동할 때 경제는 지속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후속작 '좁은 회랑'에서는 국가의 힘과 사회의 힘이 균형을 이룰 때 제도가 오래 유지된다고 덧붙인다.

    부동산 문제 역시 제도의 문제라는 해석이 가능해지는 대목이다. 자산 구조가 특정 집단에 유리하게 굳어질 경우, 사회적 긴장은 피하기 어렵다.

    이 다섯 권은 서로 다른 주제를 다루지만 한 지점에서 만난다. 부동산은 가격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라는 것. 집값은 오를 수도 있고 내릴 수도 있다. 그러나 인구 감소와 지역 격차, 가계 부채와 금융 구조는 더 오래 남는다. 부동산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노동·교육·출산·이동의 선택지도 달라진다.

    그래서 부동산은 더 이상 개인의 투자 전략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것은 도시의 설계와 인구의 이동, 국가의 신용 구조와 맞닿아 있다. 망국병이라는 표현이 반복되는 이유도 단순한 과장이 아니다. 집값의 상승과 하락이 세대 간 격차를 키우고, 출산과 이동의 결정을 바꾸며, 지방의 존립을 가르는 문제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다섯 권의 책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같은 질문을 던진다. 자산 가격의 흐름에만 반응할 것인가, 아니면 그 가격을 떠받치고 있는 구조를 다시 볼 것인가.


    통화정책은 시간을 벌어줄 수 있지만 구조를 바꾸지는 못한다는 시라카와의 회고, 성장이 더 이상 도시의 기본값이 아닐 수 있다는 말라흐의 지적, 부동산이 신용을 만들어내는 장치가 되었다는 버드의 분석, 제도가 방향을 만든다는 아세모글루와 로빈슨의 설명은 그 질문을 각기 다른 각도에서 반복한다.

    집값 그래프는 하루에도 몇 번씩 움직인다. 그러나 인구는 그렇게 빨리 늘지 않고, 줄어든 도시는 하루아침에 회복되지 않는다. 가격은 시장이 결정하지만, 구조는 사회가 만든다. 지금 한국이 마주한 부동산 문제는 결국 그 구조를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의 문제에 가깝다.

    ■일본의 30년 경험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 (시라카와 마사아키 지음  | 부키)
    ■축소되는 세계 (앨런 말라흐 지음 | 사이)
    ■부동산은 어떻게 권력이 되었나 (마이크 버드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대런 아세모글루·제임스 A. 로빈슨 지음 | 시공사)
    ■좁은 회랑 (대런 아세모글루·제임스 A. 로빈슨 지음 | 시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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