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노컷뉴스

노란봉투법 시대 개막…원하청 교섭 성공 조건은?

  • 0
  • 0
  • 폰트사이즈

노동

    노란봉투법 시대 개막…원하청 교섭 성공 조건은?

    • 0
    • 폰트사이즈

    노란봉투법, 노사 관계 새 시험대
    원하청 교섭 성공 모델 조기 탄생이 관건
    원하청 노조의 다양한 공동교섭 모델도 고려
    공공부문에서 모범 사례 나올 가능성도…일각선 포스코에 주목도
    노란봉투법 받아든 노사정의 선택은?

        
    이른바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가 10일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가면서 산업 현장의 노사관계가 새로운 시험대에 올랐다.

    이번 개정법은 과도한 손해배상 자제나, 노조 활동 영역에 대한 변화를 담고 있다. 특히 근로계약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하청 노동자의 근로조건에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지배력을 행사하는 원청을 사용자로 인정하고, 하청 노조의 교섭권을 보장하는 내용이 가장 큰 변화를 부를 것으로 보인다. 노사 교섭의 방식이 근본적으로 바뀌는, 새로운 장이 열리는 셈이다.
     

     노란봉투법, 끝 아닌 새로운 시작

    그런 만큼 법이 시행 되는 10일 노동계, 경영계, 정부는 모두 현장에서 실제 교섭이 어떻게 작동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제도가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한 성공 조건과 향후 전망에 관심이 쏠린다.

    첫 번째 성공 조건으로 노동조합의 치밀한 교섭 접근 전략이 꼽힌다. 법적 권한이 생겨도 원청이 순순히 교섭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은 희박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노조가 원청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사회적 정당성을 갖춘 절실한 의제부터 발굴하기 시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동문제연구소 오민규 연구실장은 CBS 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원청에 교섭을 요구할 권한이 생겼다고 해서 무작정 모든 것을 단번에 요구하기보다는, 누가 봐도 사회적 정당성을 갖추고 있는 가장 절실한 요소들부터 짚고 넘어가는 영리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무리한 임금 인상 요구보다는 원청의 책임이 명확한 '산업안전' 문제나 도급 계약서상에 책정된 '적정 인원 및 임금 설계'의 준수 여부를 파고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수많은 하청 노조가 개별적으로 교섭을 요구하기보다는 '공동 교섭' 체계를 구축하는 연대도 고려해볼 만하다.

    유사한 처지의 하청 노동자들이 뭉쳐 노동 안전이나 적정 인력 검증을 위한 공동의 프로토콜(규약)을 하나의 교섭장에서 요구한다면, 원청이 '교섭 비용 과다'라는 명분을 내세울 수 없다.

    특히 정부 예산을 바탕으로 운영되는 공공부문을 원청으로 둔 도급업체 노조들이 연대해 단일하게 '공공부문 적정임금' 교섭을 요구한다면, 이는 산별 교섭의 마중물이 될 수 있다. 첫술에 배부르려 하기보다 작지만 확실한 교섭 성공 경험을 축적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오 실장은 "처음부터 개별 하청 노조가 각자 교섭을 진행하려고 하면 엄두가 안 날 수밖에 없다"며 "비슷한 처지의 노동자들이 집중적인 쟁점 몇 가지를 단순화해 승리의 경험을 만들고, 뭉쳐서 공동 투쟁 시스템을 갖춘다면 수백 개 교섭을 해야 한다는 사측의 핑계도 지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목 쏠리는 포스코, 노란봉투법 첫 모범사례 될까

    험난한 법적 분쟁과 절차적 암초를 어떻게 극복하느냐도 관건이다.

    원청의 경우 누구도 원하청 교섭의 '첫 타자'가 되기를 원치 않는 상황에서 노동계의 대규모 교섭 요구가 빗발칠 전망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금속노조 등은 시행과 동시에 전방위적인 교섭 공문을 발송하고 오는 7월 총파업까지 예고했다.

    가장 주목받는 쟁점 사업장 중 하나가 다수의 하청업체를 거느린 포스코다. 포스코에는 양대 노총 소속 하청 노조가 모두 조직되어 있어 교섭 요구와 교섭 단위 분리 등 개정 노조법의 핵심 쟁점이 녹아있다.

    특히 한국노동조합총연맹 금속노련이 일찍부터 '포스코협력사공급사노조연대'를 꾸려 원하청 교섭을 준비해 온 만큼, 가장 먼저 쟁의조정이나 교섭 테이블을 열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는 포스코가 포항과 광양 등지에 방대한 하청 구조를 가진 대표적인 기간산업인 데다, 직간접적으로 정부의 입김이 작용할 수밖에 없는 기업 특성상 개정 노조법 안착을 위한 '첫 모범 사례'로 다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사측 버티기 전망…6~7월 노동위 '부노' 판단도 주목

    자료사진자료사진
    하지만 사측이 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하지 않거나 행정소송을 제기하며 버틸 가능성도 있다.

    전문가들은 실질적인 첫 시험대가 지방노동위원회를 거쳐 중앙노동위원회로 넘어가는 올해 6~7월경이 될 것으로 내다본다. 노조가 쟁의조정을 신청할 때 원청이 '교섭 거부'할 경우, 중노위가 부당노동행위로 판단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재계의 인식 전환과 '노노(勞勞) 갈등'의 극복도 성공 조건 중에 하나로 꼽힌다.

    주요 대기업들은 인사·노무·법무를 아우르는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비상 체제에 돌입했지만, 정부가 제시한 '구조적 통제'라는 사용자성 판단 기준이 여전히 모호하다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지난 8일 입장문을 내어 "노사관계 안정을 위해 원청과의 단체교섭에서 사용자성이 인정된 범위 밖의 무리한 요구를 내세우거나 이를 관철하기 위한 불법행위는 자제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자동차, 조선, 건설 등 다단계 하도급 구조가 고착화된 산업일수록 연중 내내 교섭과 쟁의에 시달릴 수 있다는 공포가 크다. 더욱이 하청 노조의 힘이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원청 정규직 노조의 몫이 줄어들까 우려하는 노노 갈등도 새로운 뇌관이다.

    이미 인천국제공항공사나 한전KPS 등에서 정규직 노조가 하청의 정규직화나 교섭에 공개적으로 반발한 사례가 이러한 갈등의 단면을 뚜렷하게 보여준다.

    노란봉투법 받은 노사정의 선택은?

    노란봉투법 시대의 개막이 소모적인 법정 다툼으로 끝날지, 새로운 노사 간 교섭 문화 정착의 계기가 될지는 결국 성공 사례가 얼마나 빠르게 나오느냐에 달렸다. 관가에 따르면, 법 시행 준비 단계에서 이미 몇몇 기업은 원하청 교섭의 물꼬가 열린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시행 초기 3개월의 집중점검 기간 동안 '단체교섭 판단지원 위원회'를 적극 가동한다. 법률 및 현장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를 통해 원청의 '구조적 통제' 여부 등 실제 교섭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불거질 주요 쟁점에 대한 명확한 유권해석과 판단 기준을 제시할 계획이다.  

    나아가 노동부는 일선 지방관서 전담반을 통해 쟁점 사업장을 선제적으로 지도하고, 노사 간 공감대가 형성된 곳에는 '전문가 상생교섭 컨설팅'을 제공해 원활한 대화를 돕는다. 아울러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선도적인 노사관계 모델을 발굴해 민간 부문으로의 확산을 유도하는 등 제도의 연착륙에 행정력을 집중할 예정이다.

    ※CBS노컷뉴스는 여러분의 제보로 함께 세상을 바꿉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 시각 주요뉴스


    실시간 랭킹 뉴스

    노컷영상

    노컷포토

    오늘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