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중부사령부 X 영상 캡처호르무즈 해협에 등장한 이란의 기뢰(機雷)가 미국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미국·이스라엘의 초기 공습으로 이란 수도 테헤란은 물론 방공망과 미사일 발사대, 핵무기 개발 공장 등 주요 군사 시설이 절처히 파괴됐지만, 호르무즈 해협은 아직 건재하다.
이란 전쟁을 주도하는
미 중부사령부는 추가 공습과 드론 공격 등으로 이란 해군 전력 대부분을 파괴했다고 밝혔지만, 가성비를 앞세우는 '기뢰' 부설에는 당황하는 모습이다.
해류 타고 떠다니는 부유형 기뢰 '공포 그 자체'
미국 CNN 방송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선언한 이란이 '바다 지뢰'로 불리는 기뢰를 부설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CBS 방송도 미군 정보 당국을 인용해 이란이 중국과 러시아산을 포함해 최대 6천개의 기뢰를 보유하고 있으며, 수십 개의 기뢰를 최근 호르무즈 해협에 부설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전했다. 전투함과 잠수함은 물론 유조선과 같은 일반 선박이 접근하면 자동으로 폭발하는 기뢰는 설치 자체만으로 상대편에 공포를 심어주기에 충분하다.
기뢰는 형태에 따라 소형 함정에 2~3개씩 싣고 다니며 쉽게 부설할 수 있는 반면, 이를 파악하고 제거하는 소해 작업에는 수십일이 걸릴 수도 있어 매우 까다로운 무기로 분류된다.
이란이 보유한 기뢰는 계류형, 침저형, 부유형 등이 있는데, 지난 2019년 공개된 최신형 계류 기뢰는 수심 100m에도 설치할 수 있어 이를 제거하는 소해 작업 자체가 쉽지 않다.
침저형 기뢰는 해저에 가라앉아 있다가 음향과 자기장 등에 반응해 스스로 폭발하는 형태다.
부유형 기뢰는 소형이지만 말 그대로 해류를 타고 제멋대로 떠다니기 때문에 공포의 대상이다.
기뢰를 '가성비 극강'의 무기로 부르는 또다른 이유는 재래식 무기 체제지만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개당 1500달러(한화 약 217만 원)에 불과하지만 해역 전체를 움츠러들게 만드는 대표적 '비대칭 전력'이다.
기뢰를 제거하는 비용은 기뢰 설치 비용에 10배에 달하고, 수중 깊은 곳에 부설되는 계류형이나 아무 곳이나 떠다니는 부유형 기뢰 제거에 걸리는 시간은 측정조차 불가능하다.
호르무즈 해협. 연합뉴스극강의 비대칭 전력 기뢰 한 개에 미국은 초비상
심리적 타격은 더 크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은 가장 폭이 좁은 곳이 3.2Km 정도에 불과해 기뢰가 1개만 부설되도 대형 선박 운항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란 전쟁으로 국제유가 변동성이 커지면서 전세계 물가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이란 입장에서는 미국을 압박할 효과적인 카드인 셈이다.
이란 혁명수비대가 "미국과 그 동맹들을 위해 단 1리터의 원유도 호르무즈 해협을 빠져나가지 않게 하겠다", "세계는 유가가 200달러까지 치솟을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엄포를 놓는 것도 심리적 압박이 효과가 크다는 판단 때문이다.
연합뉴스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기뢰 부설 직후 미국의 조바심은 곧바로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은 기뢰를 즉각 제거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전례 없는 군사 공격에 직면할 것"이라고 강하게 경고했다.
전세계 석유 물동량의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 국제유가 급등을 불가피하고, 결국 미국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가뜩이나 이란 전쟁에 대한 미국내 지지율이 30%도 안되는 상황에서 물가 상승까지 겹치면, 올해 11월 중간선거에 악재로 작용하게 된다.
미 중부사령부 역시 11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미군은 이란 해군 부대가 작전 중인 모든 항만시설을 즉시 피할 것을 이란 내 민간인들에게 촉구한다"고 대피령을 내렸다.
이란 혁명수비대의 기뢰 부설 자체를 틀어막고, 이미 설치된 기뢰 소해 작업에 전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