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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나 돈 잘 번다" 경찰 농락한 사기꾼…6년차 검사에 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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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

    [단독]"나 돈 잘 번다" 경찰 농락한 사기꾼…6년차 검사에 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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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기 피의자, '거짓 증거'로 경찰 수사망 피해
    일부 거래 내역만 제출…전체 확보 안 한 경찰
    보완수사 나선 검찰…광범위한 계좌 추적 진행
    경찰이 놓친 '핵심 진술'도 확보…구속해 기소
    "보완수사권, 특권 아닌 진실 밝히기 위한 장치"

        40대 남성이 사기 범행을 저지른 뒤 거짓 증거를 제출해 경찰 수사망을 피한 사실이 드러났다. 경찰은 이 남성을 의심하지 못했고 결국 계좌 추적도 하지 않은 채 사건을 종결했다.

    그러나 검찰이 집요하게 보완수사를 벌인 끝에 남성의 주장이 허위라는 것이 밝혀졌고, 9년여 동안 이어진 사기 범행을 단죄할 수 있었다.

    '거짓 증거'로 경찰 수사에 혼선 준 사기 피의자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구지검 포항지청은 지난달 특정경제범죄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김모(43)씨를 구속기소했다.

    김씨는 2016~2017년 피해자 A씨에게 '내가 운영하는 식당에 투자하면 매달 수익금을 지급하고 원금을 보장하겠다'고 말한 뒤 약 1억2천만 원을 받아 편취한 혐의를 받는다.

    지난 2017~2018년에는 피해자 B씨로부터 같은 명목으로 2억 원을 뜯어낸 혐의가 있다. 지난해 4월에는 다른 피해자 C씨에게서 동업 자금 명목으로 5억2천만 원을 받아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초 피해자들은 경찰 문을 두드렸지만 원하는 답을 들을 수 없었다. 김씨는 사기 전과만 2범에 서울대학교 재적증명서를 위조해 처벌받은 이력이 있을 정도로 대범한 인물이었다.

    특히 김씨는 비슷한 사건으로 수사 선상에 올라 여러 차례 무혐의 판단을 받은 경험이 있었다. 경찰 수사망을 피하기 위한 노하우가 쌓였던 것이다.

    실제 김씨가 조사 과정에서 제출한 증거로 경찰 수사에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김씨는 자신의 계좌 입출금 내역을 임의제출했다. 김씨 명의의 모든 계좌가 아닌 일부였으며, 특정 거래 내역만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경찰은 이 자료 외에 다른 김씨의 계좌를 확보하지 않았다.

    또 김씨는 자신이 운영한 식당 매출이 기재된 세금 납부 내역을 경찰에 제시했다. 매달 수천만 원, 분기마다 수억 원의 매출을 거둔 것으로 보이는 내용이었다.
     
    경찰은 이를 토대로 "식당 영업을 제대로 했고 수익이 많이 발생해 피해자들에게 약속한 돈을 지급할 의사가 있었다"는 김씨 측 주장을 받아들여 사건을 불송치했다.

    피의자 말 믿은 경찰과 달리…전수조사 나선 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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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건을 넘겨 받은 검찰은 김씨를 향한 의심을 거두지 않았고 보완수사에 나섰다.

    우선 검찰은 김씨 명의 모든 계좌를 추적했다. 김씨가 운영한 모든 식당의 매출을 확인했고, 세금 및 공과금 납부 내역도 전부 들여다 봤다.

    그 결과 검찰은 김씨가 식당을 운영해 사실상 수익을 거두지 못한 점을 확인했다. 김씨는 이른바 '돌려막기' 방식으로 투자금을 받아 수익금 일부를 지급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김씨의 부모, 친형, 애인 등 주변 인물에 대한 계좌 추적도 진행했다. 이를 통해 김씨가 피해자들로부터 받은 투자금을 명품 구입에 쓰거나 고급 차량 리스 비용으로 매달 수백만원 가량을 사용한 정황을 포착했다.

    검찰은 김씨와 동업했던 인물들에 대한 광범위한 참고인 조사로 증거를 보강했다. 경찰은 과거 김씨가 동업자와의 분쟁으로 수사를 받았다가 무혐의로 종결된 사건 기록만을 보고 동업자에 대한 조사는 진행하지 않았다.

    하지만 검찰은 과거 사건과는 쟁점이 다르다고 판단해 조사에 나섰다. 그 덕분에 "동업 자금을 약속한 것보다 적게 지급해 식당 운영이 어려웠다" "수익이 거의 발생하지 않았고 김씨도 운영에 관심이 적었다"는 등의 결정적 진술을 확보할 수 있었다.

    김씨가 재판 과정에서 발뺌할 가능성을 미리 차단하기 위한 작업도 이뤄졌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피해자들에게 줄 돈이 있다"며 3억5천만 원의 현금 다발 사진을 제출했다.

    검찰은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김씨 휴대전화를 분석했다. 다른 사건으로 수감돼 있던 김씨가 자신의 모친과 접견하면서 "현금 사진이 꼭 필요하다"고 말한 녹취도 확보했다.

    결국 현금 다발은 김씨가 아닌 그의 형이 갖고 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 단계에서 진위 검증을 하지 않았다면 김씨가 재판 과정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증거라고 주장할 가능성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보완수사, 검사 특권 아닌 진실 밝히기 위한 장치"

    검찰은 김씨를 구속해 재판에 넘겼고 혐의별로 각각 징역 3년과 5년을 구형했다. 검찰의 보완수사가 없었다면 같은 피해가 반복됐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사건의 주임 검사였던 이로운(변호사시험7회) 검사의 역할이 컸다. 지난 2021년 임관한 그는 민생 범죄 사건에서 보완수사의 필요성을 강하게 느낀다고 했다.

    이 검사는 "보완수사권은 검사의 특권이 아닌, 진실을 밝히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며 "보완수사가 없을 때 비로소 그 공백이 드러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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