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윤철(왼쪽 두 번째)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2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 점검회의 관련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 참석해 기자단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재정경제부 제공정부가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물가·금융 등 전방위 압박을 차단하기 위해 유류세 인하 확대 등 긴급 대응에 나섰다. 중동 전쟁 장기화와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국제유가가 한 달 새 40% 이상 오르며 물가와 환율, 공급망까지 동시에 흔들리는 상황이다.
정부는 26일 오전 10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비상경제점검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이 담긴 '중동전쟁에 따른 비상경제 대응 방안'을 발표했다.
'중동전쟁 4주' 유가 41% 급등…"시차 두고 더 오른다"
재정경제부 등에 따르면 국제유가(브렌트유)는 지난달 27일 배럴당 72.5달러에서 지난 25일 99.2달러로 41% 상승했다. 이달 17일에는 103.4달러까지 치솟기도 했다.
국제유가 급등은 국내 가격에도 타격을 줬다. 휘발유는 지난달 27일 리터당 1693원에서 이달 12일 1899원까지 상승했고, 경유도 같은 기간 1597원에서 1919원까지 올랐다.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 지난 25일 각각 1819원, 1815원으로 소폭 낮아졌지만, 국제유가 상승분이 반영되지 않은 상태라는 점에서 추가 상승 압력이 남아 있다.
금융시장 역시 불안 흐름을 보이고 있다. 코스피는 같은 기간동안 6244에서 5642로 9.6% 하락했고, 원·달러 환율은 1440원에서 1500원으로 4% 상승했다.
국채금리(3년물)도 3.041%에서 3.558%로 52bp 오르며 자금조달 비용 부담이 확대되고 있다. 유가 충격이 물가와 금리, 환율로 동시에 확산하는 모습이다.
실물경제 충격도 본격화되고 있다. 나프타 가격은 2월 말 대비 67% 급등했으며, 중동 의존도가 70% 이상인 구조상 수급 불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요소 역시 주요 생산국 차질로 공급 불확실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로 인해 수출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운송 차질과 물류비 부담 증가 사례가 늘고 있다.
"유가부터 막는다"…유류세 인하·최고가격제로 대응 강화
정부는 우선 에너지 가격과 물가 안정에 정책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유류세 인하 폭을 확대해 휘발유는 리터당 65원, 경유는 87원 추가 인하하고, 적용기간도 기존 4월에서 5월 31일까지 연장한다. 이번 조치는 3월 27일부터 시행되며, 공포일 이전 반출·수입분에도 소급 적용해 세액 환급·공제를 실시한다.
석유제품 최고가격제도 유지하면서 선박용 경유까지 적용 범위를 넓혔다. 지난 13일 0시부터 시행한 석유제품 최고가격제는 이날 오후 2차 지정이 이뤄질 예정이다. 지난 13일부터 적용된 리터당 최고액은 보통 휘발유 1724원, 자동차용 경유 1713원, 실내 등유 1320원이다.
화물차와 버스에 대한 유가연동보조금 지급 비율도 다음 달까지 50%에서 70%로 한시적으로 상향해 경유 가격 상승 부담을 완화한다. 알뜰주유소를 대상으로 정유사와 안정적 물량 공급을 위한 협력 체계 구축 및 가격 변동폭 전수조사(총 1318개소)도 실시할 계획이다.
UAE 원유 2400만 배럴 등 대체수입선 확보와 일본 에너지기업과 맺은 LNG 스와프 등 카타르산 LNG 대체 물량 확보 등 에너지 수급 관리도 강화한다. 공공부문 승용차 5부제와 관련해 민간 참여를 독려하고 공공·대기업 시차 출퇴근과 같은 에너지 절약 노력도 병행한다.
물가·공급망·민생·금융까지 전방위 '동시 대응'
정부는 유가 대응과 함께 물가를 비롯해 공급망, 민생, 금융 등 전반으로 대응 범위를 확대했다.
우선 중동전쟁 영향 우려가 있는 공산품·가공식품 전반 및 택배이용료 등 20개 품목을 특별관리품목으로 추가지정해 집중관리한다. 집중 관리 대상은 기존 23개에서 43개로 확대된다.
민생물가TF에 '중동전쟁 물가대응팀'을 신설해 점검을 추진한다. 여기에 쌀, 계란, 고등어 등 농축수산물 수급안정 노력과 함께 가격상승 품목을 중심으로 150억 원을 투입해 할인 지원에도 나선다.
정부는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지난 25일 경제부총리를 본부장으로 하는 관계기관 합동 위기대책본부를 신설해 가동 중이다.
지난 23일 위기품목으로 지정한 나프타는 수급 상황에 따라 수출 통제와 내수 전환을 추진하고, 요소는 매점매석 금지와 수입선 다변화를 병행한다. 비철금속은 추가 비축과 긴급 방출 체계를 가동한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비상경제점검회의 이후 브리핑에서 "나프타는 수출 통제 등 긴급 수급 조정 조치를 27일 0시부터 시행하고 요소와 요소수도 27일 0시부터 매점매석 금지를 시행한다"며 "불법·부당행위 단속, 요소 수입 확대 등도 적극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취약부문 지원도 강화한다. 정책금융 공급 규모는 20조 3천억 원에서 24조 3천억 원으로 4억 원 확대했다. 수출기업 물류비 지원 한도도 최대 6천만 원으로 늘어난다. 소상공인과 농어민, 운송업계에 대한 연료비 및 운영자금 지원도 병행된다.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5조 원 규모 채권시장 긴급 바이백과 100조 원 이상의 시장안정 프로그램이 가동되며, 외환시장 24시간 모니터링도 지속된다.
구 부총리는 "중동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어렵게 살린 경제 회복의 불씨가 자칫 흔들릴 수 있다"며 "특히 서민, 소상공인, 중소기업, 농어민, 청년 등 취약계층과 지방에 더욱 큰 타격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는 경제 전시 상황이라는 엄중한 인식하에 최악의 상황까지 염두에 두고 비상 대응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