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규택 화백.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한국 민화의 계승과 부흥을 이끈 '민화계의 대부' 송규태 화백이 별세했다. 향년 92세.
9일 유족에 따르면 고인은 전날인 8일 오전 5시께 경기 고양시 일산병원에서 세상을 떠났다. 빈소는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10일 오전 6시 40분이다.
1934년 경북 군위에서 태어난 고인은 고서화 보수 작업으로 이름을 알린 뒤, 궁중 회화와 민화 복원 분야에서 독보적인 경지를 구축했다. 특히 국립중앙박물관과 호암미술관 소장 작품의 수리·모사·복원 작업을 맡으며 전통 회화 보존의 중심 역할을 해왔다.
그의 이름을 널리 알린 계기는 1970년대 초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요청이었다. 외국 귀빈 선물용 민화를 제작하면서 호작도, 화조도 등 전통 민화의 가치를 재조명했고, 이후 호암미술관과 신라호텔 등에 민화 병풍이 설치되며 대중적 확산의 계기를 마련했다.
고인은 단절 위기에 놓였던 민화의 맥을 현대적으로 되살린 인물로 평가된다. 일제강점기와 전쟁을 거치며 사라졌던 민화 전통을 복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창작과 교육을 통해 새로운 흐름으로 확장시켰다.
1991년에는 정부 의뢰로 청와대 본관 내부 장식 작업에 참여해 세종실 벽면을 채운 '일월곤륜도(일월오봉도)'를 제작했다. 이 밖에도 춘추관과 백악실 등 주요 공간에 그의 작품이 걸리며 한국 전통 회화의 상징적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 기여했다.
대통령기록관 제공
2000년대 이후에는 평생교육원과 민화 연구소를 설립해 후학 양성에 힘썼다. 현재 수십만 명 규모로 성장한 민화 인구 형성에도 그의 영향이 컸다는 평가다.
이 같은 공로로 고인은 대한민국 민화전통문화재 제1호로 지정됐으며, 2017년 은관문화훈장을 받았다.
전통과 현대를 잇는 가교로서 한국 민화의 중흥기를 연 고인의 삶과 작업은, 오늘날 민화가 대중적 예술로 자리 잡는 데 결정적 토대가 됐다는 평가를 남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