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이씨얼리얼 옥션이어스 홈페이지 캡처'이우환 화백 그림' 진품 여부를 두고 국내 미술품 감정계 양대 축이 법정에서 맞붙는다. 김건희씨 청탁 의혹이 제기된 김상민 전 부장검사 항소심 재판에서다.
김건희 특검팀(민중기 특별검사)과 변호인 측이 각각 다른 감정 결과를 근거로 내세우면서, '진품이냐 위작이냐'를 둘러싼 공방은 단순한 사실 다툼을 넘어 감정기관의 신뢰성 싸움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15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오는 17일 서울고법 형사6-2부(박정제 민달기 김종우 고법판사)는 김 전 부장검사의 청탁금지법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사건의 항소심 공판을 열고 해당 그림의 진위 여부를 둘러싼 감정기관의 의견을 직접 듣는다.
김 전 검사는 김씨에게 그림을 전달하고 공천을 청탁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사건의 핵심은 김 전 부장검사가 김씨에게 전달했다는 이우환 화백 작품이 실제 진품인지 여부다. 청탁금지법은 100만 원이 넘는 금품을 제공할 경우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만큼, 그림의 진품성과 가액이 사건 성립의 전제가 된다.
특검은 지난해 8~9월 감정 의뢰에서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가 두 차례 모두 '진품' 판단을 내린 점을 핵심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해당 작품이 실제 이우환 화백의 작품이라는 전제 아래, 1억 4천만 원 상당의 고가 미술품 제공에 해당한다는 논리다.
특히 특검은 작품의 서명과 안료, 표현 기법 등이 작가의 기존 작품과 일치하고 감정기관이 이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진품 결론을 내렸다는 점에서 감정 결과의 신뢰성이 확보됐다고 보고 있다.
김상민 전 부장검사. 연합뉴스반면 한국화랑협회는 같은 작품을 '위작'으로 판단했다. 동일 작품을 두고 정반대 결론이 나온 셈이다.
화랑협회 측은 고배율 현미경 분석 과정에서 위작에서만 발견되는 '유리 조각 성분'이 검출됐다는 입장이다. 특히 이우환 화백 작품에서는 해당 성분이 사용된 사례가 확인된 적 없다는 점에서, 이번 그림이 작가의 작업 방식과도 배치된다는 주장이다. 또 안료 색상과 캔버스 구조 역시 기존 위작 사례와 유사하다는 점을 근거로 위작 판단의 신빙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 같은 충돌은 국내 미술품 감정 체계의 변화와도 맞닿아 있다. 원래는 화랑협회가 중심이었지만 이후 감정기관이 따로 생기면서 한때 통합됐다가, 최근 다시 화랑협회와 감정연구센터가 각자 감정을 하는 구조가 됐다. 현재 두 기관은 사실상 경쟁 관계다.
김 전 검사 측은 특히 감정연구센터의 감정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서명이나 안료의 유사성 등을 근거로 진품 판단을 내렸지만, 이를 뒷받침할 구체적인 수치나 성분 분석 자료 없이 '안목 감정'에 의존했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감정의 전제가 된 작품 이력, 이른바 프로비넌스(Provenance·출처)도 쟁점이다. 특검은 해당 그림이 대만에서 국내로 반입됐다고 주장하지만, 김 전 검사 측은 관세청 조회 결과 관련 통관 내역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맞서고 있다.
실제로 김 전 검사 측은 미술품 수입신고 및 통관 기록 확인을 신청했고, 관세청은 "통관 내역이 확인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결과를 법원에 제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변호인 측은 이러한 점을 들어, 객관적 취득 경위가 입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진 감정 결과 역시 신뢰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해당 작품에 대해 '감정 불가' 판단을 내린 점도 변수다. 국가기관조차 결론을 내리지 못한 사안을 감정기관이 상반된 판단을 내리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김 전 검사의 변호인인 현동엽 변호사는 "그림이 위작일 경우 미술품으로서의 객관적 가치 자체가 인정되기 어렵다"며 "청탁금지법 적용 기준인 '100만 원 초과 금품' 요건도 충족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오는 17일 공판에서 양측 감정기관을 불러 직접 설명을 듣는다. 감정 결과를 넘어 '누구의 감정을 믿을 것인가'를 가르는 법정 판단이 내려질 전망이다.
앞서 1심은 김 전 부장검사가 김건희씨 측에 시가 1억4천만 원 상당의 이우환 화백 그림을 건네고 총선 공천 등을 청탁한 혐의(청탁금지법 위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하고, 국회의원 선거 출마를 준비하며 선거 차량 비용을 대납받은 혐의에 대해서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