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4월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헌법재판관 미임명 혐의 관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윤석열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정진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보궐 선거에 등판하며 '윤 어게인'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그는 옛 지역구(충남 공주시부여군청양군)에 출마하면서
"인간적 절윤(絶尹)까지 강요 말라"고 했다. 동시에 본인은 불법 계엄과 무관하다고 항변하며 '보수 재건'을 명분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국민의힘 안에서조차 이로 인한 '내란 프레임'이 지방선거 전체 판세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내란특검이 기소한 '사법리스크'에 더해, 박덕흠 공천관리위원장과 사돈지간인 점 또한 이해충돌 소지가 다분하다는 지적이다.
'내리 4선' 경쟁력 높지만…자타공인 '원조 친윤'
사실 정진석 전 실장의 출마 카드는 당내에서 계속 언급됐던 시나리오다.
특히 충남에서 정 전 실장이 갖는 무게감이 크게 작용했다. 정 전 실장은 지난 2000년 16대 총선 때 이 지역(충남 공주·연기)을 발판으로 국회 입성한 후, 해당 지역구에서 내리 4차례 당선됐다.
지역 기반이 탄탄한 중진인 만큼 당선 가능성만 놓고 보면 "당내 대항마가 없다"(당 관계자)는 평가다. 정 전 실장과 세 번 붙어 간신히 당선된 더불어민주당 박수현 의원이 충남도지사 출마로 지역구를 비우게 되자, 정 전 실장이 자연스럽게 호명된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출마 및 공천 전망은 갈렸다.
민주당이 여전히 '내란 심판'을 선거 구호로 미는 가운데 '핵심 친윤'을 전면에 내세울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이 강했던 탓이다.
실제로 정 전 실장은 윤 전 대통령이 2021년 대선 주자로 처음 나섰을 때부터 지지한 '원조 친윤'이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친윤 인사 '일색'으로 당을 재편했다는 비판도 받는다.
무엇보다 12·3 불법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실장이었다. 재직 시 헌법재판관 미임명 및 계엄 후 대통령실의 증거 인멸을 지시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 중이다. 그런 그가 지난달 30일 "국회에 들어가 의회주의를, 우리 진영을 바로 세우겠다"며 재보선 공천 접수를 알렸다. 이목은 당 공관위에 쏠렸다.
사법리스크에 공관위 '특수관계'…당내서도 '컷오프' 목소리
국민의힘 박덕흠 중앙당 공천관리위원장이 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이날 심사한 6ㆍ3 재보선 지역구 후보 공천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1일 관련 회의를 연 공관위는 정 전 실장의 공천 결정을 일단 유보했다.
직접적 이유는 정 전 실장의 사법리스크. 당헌·당규상 '법 위반(직권남용 등) 혐의로 기소된 자는 기소와 동시에 당내 각종 경선의 피선거권 및 공모에 대한 응모자격이 정지된다'는 윤리위 규정(제22조)이 문제가 됐다.
박덕흠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윤리위 절차가 진행 중이라 (공천 결정을) 보류하기로 했다"고 했다. 윤리위가 정 전 실장의 응모 자격을 결정해야, 공관위도 이에 맞춰 면접 여부를 정할 수 있다는 취지다. 정 전 실장은 실제 이날 당사에서 진행된 면접에 불참했다. 윤리위에 복당을 위한 소명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진다.
공관위는 윤리위 결정에 따라 추가 면접을 거쳐 7일까지 충남 공주 공천을 발표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런데
당내에선 정작 정 전 실장이 경선 후보가 될 경우를 우려하는 기류가 읽힌다. '도로 윤어게인' 이미지가 더해질 경우, 최근 여야 격차가 좁혀진 '여론 상승세'가 되레 꺾일 수도 있다는 것. 김태흠 충남지사 등도 이같은 염려를 지도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정 전 실장이 후보가 되는 순간, '백약이 무효'다. '윤 어게인 당(黨)'으로 회귀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다른 당 인사도 "본선 경쟁력이 가장 높은 인사가 정 전 실장인 건 맞다"면서도 "계엄 이후 지역 정서가 어떨지는 당에서도 고려를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공관위원장과의 특수관계도 조명받고 있다. 정 전 실장은 박 위원장의 장남을 사위로 맞은 '사돈'이다.
설령 윤리위가 정 전 실장 기소를 '정치 탄압'으로 결론 낸다 해도, 박 위원장의 공천 심사 자체가 제척사유에 해당된다는 지적이다. 박 위원장은 면접 등에서 빠지겠단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전해진다.
연합뉴스당 일각에서 '선제적 컷오프' 주장까지 흘러나오는 배경이다. 당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정 전 실장이 계엄을 사전에 알았건 몰랐건, '윤석열의 비서실장'이었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이번 선거는 넘기는 것이 순리"라고 말했다.
과거 '윤석열 리스크'가 본격화된 트리거가 윤 전 대통령의 2022년 재보선 공천 개입 의혹(명태균 게이트)이었다는 점을 들어, 당의 '결단'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