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에서 인간관계는 개인의 정신 건강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다. 하지만 유독 특정 인물을 만나고 나면 묘하게 기분이 찝찝하거나 감정적 소모가 극심하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서울청정신건강의학과의원 이경준 대표원장은 CBS 경제연구실 유튜브 <의사결정>에 출연해 "세상에는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타인을 고통스럽게 만드는 관계의 패턴을 가진 사람들이 존재한다"며, 내 마음을 지키기 위해 반드시 식별해야 할 인격장애 유형들을 제시했다.
자존감 낮은 '특별한 존재', 나르시시스트의 실체
서울청정신건강의학과의원 이경준 원장 편 '의사결정' 유튜브 캡처
흔히 나르시시스트를 자존감이 높은 사람으로 오해하기 쉽지만, 이 원장은 그 핵심 기저에 '열등감'과 '무가치함'이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이들은 자신의 내면적 결함을 감추기 위해 합당한 근거 없이도 본인이 특별하고 유니크하다는 보상적 믿음을 강화하며 살아간다. 이 과정에서 모든 관계를 "나는 당연히 특별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전제하에 시작하기 때문에, 대화는 늘 자기중심적으로 귀결되고 상대에게 무리한 요구를 일삼는 패턴을 반복하게 된다.
특히 이들은 자신의 의견에 반대하거나 비판적인 시각을 마주할 때, 상식 밖의 강렬한 분노를 터뜨리는 특유의 '시그널'을 보낸다. 이 원장은 이들을 올바른 방향으로 개선시키려 하기보다는, 그 즉시 관계의 변화를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상대를 변화시키겠다는 의지 자체가 오히려 본인을 깊은 감정적 소모로 몰아넣는 '고통의 시작점'이 되기 때문이다. 나르시시스트는 타인의 칭찬과 대접을 생존의 필수 요소로 여기기 때문에, 이들의 본성을 바꾸려 애쓰기보다 명확한 심리적 경계를 설정하고 거리를 두는 것만이 유일하고 확실한 자기보호 수단이다.
최고에서 최악으로, 극단적 관계의 경계성 성격장애
서울청정신건강의학과의원 이경준 원장 편 '의사결정' 유튜브 캡처나르시시스트보다 더 경계해야 할 유형으로 이 원장은 '경계성 인격장애'를 꼽았다. 이들은 자아 정체감이 완전히 무너져 있어 스스로를 정의하지 못하며, 타인을 평가할 때도 중간 지대인 '회색 지대'가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최고(Good)' 아니면 '최악(Bad)'이라는 두 가지 잣대만으로 사람을 대하기 때문에, 관계가 순식간에 이상화와 평가절하를 오가는 극단적인 양상을 띤다.
이 원장은 진료실에서의 사례를 통해 타인을 대하는 이들의 극단적인 양면성을 설명했다. 치료 초기에는 의사를 세상에 없던 구원자인 양 치켜세우며 전적으로 의지하는 '이상화' 단계를 보이지만, 본인이 감당하기 힘든 조언을 듣는 순간 태도는 180도 돌변한다. 최고라고 했던 의사를 순식간에 '세상에서 가장 나쁜 악당'으로 재정의하며, 병원 기물을 파손할 정도의 통제되지 않는 분노를 쏟아내는 식이다. 이러한 '분노 발작'은 상대에 대한 감각이 극단적으로 분리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으로, 관계를 맺는 상대방은 언제든 세상에서 가장 나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 속에서 피폐해질 수밖에 없다.
"저 사람이 나를 해칠 거야", 의심이 지배하는 편집성 성격장애
서울청정신건강의학과의원 이경준 원장 편 '의사결정' 유튜브 캡처주의해야 할 또 다른 유형은 타인의 의도를 끊임없이 악의적으로 해석하는 '편집성 인격장애'다. 이들은 일상적인 자극조차 자신을 해치거나 불편하게 하려는 의도라고 확신하며 평생을 의심 속에 살아간다. 예를 들어 옆 사람이 우연히 물건을 떨어뜨린 것조차 '나를 방해하려는 공격 행위'로 규정하는 식이다. 이 원장은 "타인의 악의적 행동이라는 의심을 어떤 상황에서도 반복하는 것이 이들의 핵심 성향"이라고 짚었다.
이러한 편집성 성향은 종종 사회적 고립을 넘어 법적 분쟁으로 번지기도 한다. 자신에 대한 공격과 악의적 의도가 기본적인 배경으로 깔려 있기 때문에, 중립적인 상황에서도 타인을 공격자로 인식해 '고소'와 '고발'을 남발하는 패턴을 보인다. 이 원장은 뉴스에서 흔히 접하는 '고소왕'들의 사례가 이와 무관하지 않다며, 근거 없는 의심이 평생에 걸쳐 반복되는 대상과의 관계는 매우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상대를 고치려는 노력을 멈춰야 내 마음이 산다
서울청정신건강의학과의원 이경준 원장 편 '의사결정' 유튜브 캡처이경준 원장은 "세상에는 이런 패턴으로 타인을 대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존재한다는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도 대인관계의 고통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상대를 '나쁜 사람'이라 비난하며 그 성격을 고쳐보려 애쓰기보다, '저 사람은 저런 인격적 구조를 가진 부류'라고 객관적으로 인식할 때 비로소 휘둘리지 않을 대처의 힘이 생긴다는 조언이다. 타인의 고정된 패턴을 바꾸려 드는 무모한 시도를 멈추고, 관계적 고통이 반복될 때마다 상대의 성향을 차분히 복기하며 관계의 거리와 형태를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야말로 내 마음을 지키는 가장 확실하고 유일한 '한 줄 처방전'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