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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컷오프 불복' 가처분 70건 돌파…'정치의 사법화'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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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사고

    [단독]'컷오프 불복' 가처분 70건 돌파…'정치의 사법화'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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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천 관련 가처분 41건 중 인용 3건에 그쳐
    가처분 사건 중 국민의힘 28건·민주 13건
    김영환 충북지사 등 3명 외 전부 기각…인용률 약 7%
    지난 지선에선 가처분 50건 안팎…인용률은 약 20%
    "강성지지층 중심 운영에 내부 불신 커져"
    "법원 개입 자제하고 정당 민주주의 강화해야"

    국민의힘 주호영 의원(국회부의장)이 지난 3월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당 공천관리위원회의 대구시장 경선 공천 배제(컷오프)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주 부의장은 이날 서울남부지법에 대구시장 후보 탈락에 대한 가처분 신청을 했다. 윤창원 기자국민의힘 주호영 의원(국회부의장)이 지난 3월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당 공천관리위원회의 대구시장 경선 공천 배제(컷오프)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주 부의장은 이날 서울남부지법에 대구시장 후보 탈락에 대한 가처분 신청을 했다. 윤창원 기자
    6·3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천 결과나 절차에 불복하는 취지의 가처분 신청이 잇따르고 있다. 현재까지 접수된 신청만 최소 70건이지만, 결정이 나온 사건 중 인용된 사례는 3건뿐으로 인용률이 약 7%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당내 갈등과 불신이 커지면서 정당 자율성에 따른 문제를 사법 절차로 해결하려는 '정치의 사법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서울남부지법에 따르면 6·3 지방선거 공천과 관련해 법원에 접수된 가처분 신청은 지난 8일 기준 최소 70건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에서 결정된 사건은 총 41건인데, 그중 인용된 건수는 3건에 불과했다.
     
    결과가 나온 41건 중 국민의힘에서 28건, 더불어민주당에서 13건을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대부분 공천관리위원회 '컷오프'(공천 배제)에 불복하는 취지로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고, 일부는 공천 절차에 문제를 제기하며 법원 판단을 구했다. 관련 사건은 모두 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권성수 수석부장판사)가 심리한 것으로 확인된다.
     
    인용된 3건은 국민의힘 김영환 충북지사, 당시 국민의힘 이혜영 부산 북구청장 예비후보·민주당 안병용 의정부시장 예비후보가 신청한 사건이다. 인용 결정 이후 김 지사는 재경선 과정에서 공천을 받아 충북지사 후보로 확정돼 재선에 도전하게 됐다. 이 예비후보와 안 예비후보는 공천에 재도전했지만 실패했다.
     
    이 외의 신청은 모두 줄줄이 기각되고 있다. 국민의힘 주호영 의원이 대구시장 경선 결과에 불복하며 낸 가처분 신청은 항고심까지 갔지만 기각됐다. 박일하 동작구청장, 최호권 영등포구청장, 조성명 강남구청장 등 현역 서울 구청장들이 낸 신청과 지역별 광역·기초의원이 낸 가처분 신청도 모두 기각됐다.
     
    그동안 법원은 공천과 징계 등 정당 내부 문제에 대한 지나친 개입이 정당 활동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고 보고 판단을 자제해 왔다고 한다.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차진아 교수는 "정당의 자율성을 해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사법부는 정당의 의사결정에 대한 판결을 가급적 자제했다"며 "정당의 결정에는 일단 승복해야 한다는 인식도 강했고, 정치적 사안을 법원에 가져가는 것도 부정적으로 보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법원이 2021년 12월 '정당 활동은 헌법의 테두리 안에서 보장되는 것이고, 비민주적인 운영을 막기 위한 법적 규제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당내 갈등에 대한 사법 심사도 본격적으로 이뤄지기 시작했다.
     
    실제로 해당 판결 이후 첫 선거였던 2022년 제8회 지선에서도 공천 관련 가처분 신청이 쏟아졌다. 당시 선거가 끝난 6월까지 서울남부지법에서 결정한 공천 관련 가처분 신청 사건은 50건 안팎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올해 접수는 벌써 70건 이상이다. 지난 3월 17일 김 충북지사의 올해 첫 가처분 신청을 기점으로 계산하면 현재까지 하루에 1건 이상 꼴이다. 아직 공천이 마무리되지 않은 자리도 있어 올해 가처분 신청 건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가처분 신청은 늘어났지만…'처참한 인용률'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로부터 컷오프(공천 배제) 통보를 받은 김영환 충북지사가 지난 3월 17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 항의 방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로부터 컷오프(공천 배제) 통보를 받은 김영환 충북지사가 지난 3월 17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 항의 방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더 큰 문제는 인용률이다. 서강대학교 현대정치연구소가 발간한 학술지 '현대정치연구 2022년 여름호'에 따르면, 2022년 지선 당시 가처분 인용 건수는 언론에 보도된 것만 최소 10건이다. 언론 보도 기준으로만 해도 인용률은 약 20%. 반면 올해는 아직 3건뿐으로, 결정된 사건 기준으로 인용률이 7.3%에 불과하다. 4년 사이 가처분 신청 건수는 더욱 늘어난 반면 인용률은 절반 이하로 낮아지는 모양새다. 가처분 신청을 무리하게 남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정치의 문제를 법리로 해결하려 하는 '정치의 사법화'가 심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차 교수는 "양당이 강성 지지층 중심으로 의사결정을 하다 보니 당 내부 불신도 커지고 있다"며 "결국 내부에서도 자정 능력이 없다고 판단하고 문제를 법원의 판단에 맡겨보자는 인식이 확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이재묵 교수는 "과거 '정치의 사법화'는 주로 정당 간 갈등에서 나타났지만, 최근에는 계파 간 갈등이 두드러지면서 당내 문제까지 법원으로 가져가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며 "정치 과정 자체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치 문제를 법원으로 가져오면 결과 역시 정치적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크고, 그 과정에서 사법부에 대한 불만도 커질 수 있다"며 "결국 악순환이 반복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법원은 법리에 따라 판단하되, 정당은 내부 민주주의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차 교수는 "법원이 공천 결과에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공천 절차가 당헌과 당규를 명백히 위반한 경우에만 한정해 (가처분 신청을) 인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정당은 기본적으로 당헌과 당규에 따라 운영되고 내부 소명 기구나 청원 창구 등을 통한 소통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궁극적으로는 정당 민주주의를 강화하고 공천 과정을 투명하게 만드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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