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양 제공한때 시가총액 10조 원을 넘보며 국내 증시에서 '이차전지 대장주'로 군림했던 향토기업 금양이 무리한 사업 확장과 부실 공시의 여파를 이기지 못하고 결국 상장폐지됐다. 부산시와 부산상공회의소는 긴급지원센터를 꾸려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뻥튀기된 장밋빛 환상, 무너진 '밧데리 신화'
1978년 설립 이후 발포제 등 정밀화학 제품을 만들던 평범한 향토기업 금양이 주목받기 시작한 건 2020년대 들어서다. 미래 먹거리로 이차전지 사업을 점찍고, 이른바 '밧데리 아저씨'로 불린 홍보이사의 공격적인 마케팅이 맞물리면서 주가는 폭등했다. 2023년 7월, 금양의 주가는 19만 4천원까지 치솟으며 시총 10조원 돌파를 눈앞에 뒀다.
하지만 환상은 오래가지 못했다. 내실보다 외형 확장에 치중한 투자가 화근이었다. 금양은 몽골과 콩고 광산 개발에 뛰어들고 부산에 대규모 배터리 공장을 짓는 등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했다. 결정타는 '신뢰의 붕괴'였다. 금양은 애초 수천억 원대로 발표했던 몽골 광산의 매출 추정치를 1년 만에 66억원으로 대폭 깎아내렸다. 시장에서는 "전망을 의도적으로 뻥튀기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설상가상으로 전기차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하는 '캐즘(Chasm)' 한파까지 들이닥쳤다. 자금난을 타개하려던 4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마저 주주들의 반발로 무산되면서 회사는 회생 불능 상태에 빠졌다. 결국 회계법인마저 "존속 능력이 의심된다"며 감사의견을 거절했고, 금양의 주가는 거래정지 직전 9900원까지 폭락했다. 최고점 대비 무려 94.9%가 증발한 것이다.
재정 파탄 드러낸 성적표
지난 3월 발표된 금양의 재무제표는 처참함했다. 단순한 주가 폭락을 넘어 회사의 기초체력이 완전히 고갈됐음을 보여준다. 금양의 외부 감사인인 신한회계법인은 2026년 3월 공시를 통해 "금양은 2025년 12월 31일로 종료되는 보고 기간에 418억 3600만 원의 영업손실과 535억 8700만 원의 당기순손실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2025년 12월 31일 현재 1년 내에 갚아야 하는 유동부채가 현금화 가능한 유동자산을 6112억 4300만 원이나 초과하고 있어, 회사의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 능력에 중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며 2년 연속으로 감사의견을 거절했다.
금양 측은 상장폐지 결정에 불복해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낼 것으로 보이지만, 증권가에서는 회생 가능성을 희박하게 보고 있다.
흔들리는 지역 경제…부산시 '비상체제' 가동
금양의 몰락로 본사가 위치한 부산 지역 경제계는 그야말로 '폭풍전야'다. 미래 신산업을 선도할 줄 알았던 지역 대기업이 쓰러지면서 그 파장이 고스란히 지역 사회로 번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차전지 특구 지정을 추진하며 금양을 전폭 지원했던 부산시도 난감한 처지다. 시는 긴급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부산시·상공회의소는 공동 '원스톱 긴급지원센터'을 꾸린다. 구체적으로 △상장폐지 확정 즉시 관련 협력업체와 퇴직·재직 직원의 피해 사례 접수, △자금난에 착공한 협력업체들을 위한 긴급운전자금 지원 및 만기 연장 조치, △규제 완화 전담팀을 고용 유지 및 재취업 지원 체제로 전환 등에 나선다.
금양에 1348억원을 빌려준 부산은행은 2천억원 규모의 담보를 잡고 있고, 400억원이 넘는 충당금을 쌓아뒀지만,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