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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밖에 몰랐는데…" 현승준 교사 순직 1주기 추모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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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자밖에 몰랐는데…" 현승준 교사 순직 1주기 추모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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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성 민원 등 시달린 제주중학교 현승준 교사 순직 1주년 추모제
    학생·교사 등 150여 명 참석…검은 물결 도로 가득 메워
    아내 "학생밖에 모르던 남편…업무 과중·악성 민원에 점점 무너져"
    교원단체, 도교육청 대응 비판…진상조사위 재구성 등 촉구
    경찰·감사원 허위 경위서 작성·제출 조사하지만…'하세월'

    22일 오후 7시 제주도교육청 앞 도로에서 열린 현승준 교사 순직 1주기 추모제. 이창준 기자22일 오후 7시 제주도교육청 앞 도로에서 열린 현승준 교사 순직 1주기 추모제. 이창준 기자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은 따로 지도하고 아이들의 내일을 함께 그려가려 애쓴 사람이었습니다."

    22일 오후 7시쯤 제주도교육청 앞 도로에서 열린 제주중학교 고(故) 현승준 교사 순직 1주기 추모제.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가랑비까지 내리며 추모의 무게를 더했다.

    검은 옷과 검은 리본을 착용한 학생과 교사, 도민 등 150여 명이 '교사 죽음 방치 말고 학교 지원 방안 마련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도로를 가득 메웠다.

    고인의 아내를 대신해 동료 교사들이 발언대에 올라 유가족 입장문을 읽어내려갔다. 장내 곳곳에서는 훌쩍이는 소리가 이어졌다.

    "남편은 늘 '교사의 역할은 결국 아이들을 바르게 이끄는 것'이라고 말했어요. 가정형편이 어려워 학원을 다니지 못하는 학생들을 방과 후 따로 지도하고, 늦은 밤 제자들의 문제풀이 질문에도 귀찮아한 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과중한 업무와 반복되는 악성 민원 속에서 남편은 점점 무너져갔다고 했다.

    "퇴근 후 저녁 시간은 물론 주말까지 이어진 집요한 전화와 조롱 섞인 문자, 반복되는 민원은 남편에게 극심한 불안과 고통을 안겼습니다. 학교와 교육청은 남편을 지켜주지 않았고 혼자 견디도록 뒀습니다. 머리가 너무 아프다고 어렵게 학교에 말했을 때 병가를 쓸 수 있게 해줬더라면, 민원에 누군가 함께 대응해줬더라면 지금도 남편은 가족 곁에 있었을 것입니다."

    현승준 교사 순직 1주기 추모제. 이창준 기자현승준 교사 순직 1주기 추모제. 이창준 기자허위 경위서 제출 등 제주도교육청의 대응을 비판하며 독립적인 진상조사위원회가 다시 구성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박두용 교사유가족협의회 대표는 "제주도교육청의 허위 경위서가 국회에 제출됐고, 유족이 동의했던 녹취록은 빠졌다"며 "한 교사의 죽음과 한 가정의 무너짐 끝에 사회가 매긴 책임의 무게는 공무원 행정 경고 한 줄이었다"고 지적했다.

    현승호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도 "허위 경위서가 언론에 문제가 되자 유가족은 김광수 교육감을 만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자리에서 돌아온 것은 '마른 낭에서 물 짜잰 햄쪄!'라는 잔인한 말과 유가족을 마치 도움을 구걸하거나 적선을 받으러 간 사람처럼 취급하는 모멸감"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그러면서 독립적인 진상조사위원회 재구성, 허위 경위서 작성 책임자 파면 및 형사고발, 교육청 차원의 법률 지원, 순직 교사 유족 예우 강화 등을 거듭 촉구했다.

    한편 이날 추모제는 약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됐으며 유가족과 전교조 제주지부 등 4개 교사·교원단체가 참여했다. 제주도교육청과 한 교원단체는 유가족의 반발로 참여하지 않았다. 제주도교육청이 교육청 마당 사용을 허용하지 않으면서 추모제가 도로 위에서 진행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현승준 교사 순직 1주기 추모제. 이창준 기자현승준 교사 순직 1주기 추모제. 이창준 기자현승준 교사는 지난해 5월 22일 새벽 자신이 근무하던 제주중학교 창고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유서에는 "학생 가족과의 갈등으로 힘들었다"는 취지의 내용 등이 담겼다.

    협박, 스토킹 등 혐의로 학생 가족에 대한 내사에 착수한 경찰은 지난해 12월 민원 제기가 고인에게 극심한 스트레스를 줬다는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민원 내용이 사회통념상 용인되는 범위라며 사건을 무혐의 종결했다.

    제주도교육청 진상조사반도 지난해 12월 민원에 대한 학교 대응에 문제가 있었고, 평소 고인의 업무 강도가 매우 높았으며, 병가 사용을 제한한 사실 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책임자 교장, 교감에 경징계를 요구하겠다고 해 제식구 감싸기 논란이 일었다.

    사학연금재단은 지난해 1월 고인의 사망을 산업재해로 인정했다. 유가족은 제주도교육청이 국회에 사실과 다른 경위서를 제출했다는 의혹 등에 대해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해 현재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또 지난 2월 교장과 교감을 직무유기와 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 혐의로 고소해 다시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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