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채권법(수쿠크 법)이 정치권의 새로운 쟁점으로 비화되고 있다.
기독교계가 적극 반대하는 이 법안을 두고 민주당이 제동을 걸고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찬반이 엇갈리면서 정부가 당초 목표했던 2월 임시국회의 통과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 "제2의 템플스테이"= 2월 임시 국회를 앞두고 이슬람 채권법이 통과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자 민주당이 먼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나섰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간사를 맡은 민주당 이용섭 의원은 16일 자신의 트위터에 글을 올려 "이슬람 채권 비과세 문제를 기재위 세법 소위원회로 넘겨 재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전병헌 정책위의장도 17일 고위정책회의에서 "수쿠크법은 무분별한 외자 유치를 규제하려는 정부 정책에도 역행하는 것"이라면서 "특정 종교에 대한 과세 특례는 형평성 차원에서도 맞지 않는다"며 반대했다.
민주당은 정부가 이슬람 채권법을 서둘러 통과시키려는 이유가 UAE 원전 수주에 필요한 대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한나라당에서는 찬반이 엇갈린다.
기재위 소속 한나라당 의원들 상당수는 찬성하는 입장이지만 이혜훈 의원 등은 이슬람권에 대한 특혜법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민주당 기재위 소속 모 의원은 "한나라당 의원들도 교계 눈치를 보고 있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법안 통과 의지가 워낙 강하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지난해 말 기재위가 이 법안을 처리하려고 할 당시 교계의 한 고위인사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절대 법안이 통과돼선 안된다''고 반대했지만 이 대통령은 ''이 법안은 꼭 통과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하지만 교계와 인연이 깊은 이상득 의원도 법안에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대통령의 뜻과는 달리 이상득 의원은 당시 한나라당 기재위 소속 의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교계의 반대를 우려해 법안이 통과돼선 안된다며 협조를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가뜩이나 템플스테이 예산 삭감 문제로 불심을 잃은 마당에 이번 일로 기독교계 마저 등을 돌린다면 정치적 치명타를 입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통과 의지가 아무리 강해도 한나라당 의원들은 교계 눈치를 살필 수 밖에 없어 논의 과정에 진통이 예상된다.
◈ 외자 다변화 vs 특혜 우려= 기획재정부가 이슬람 채권 지원방안을 추진한 것은 지난 2009년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내 기업의 오일머니 도입을 지원하고, 미국·유럽 일변도의 외자대조달 창구를 다변화하자는 취지에서였다.
이슬람 채권은 이자 대신에 특정 사업 수익을 배당금을 받는 독특한 형식을 취하고 있어 해외 다른 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리하다.
''샤리아''로 불리는 이슬람 율법이 이자 수수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정 종교의 세제 혜택에 대해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기독교계에서는 수쿠크 발행과 운용이 이슬람 신자들로 구성된 ''샤리아 위원회''의 통제를 받는 것을 지적하며 "이슬람 세력이 사회 곳곳에 진출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적극 반대하고 있다.
교계에서는 "기부금의 출처가 불분명해 알 카에다 등 과격 테러세력에 흘러들어갈 가능성도 있다"고 문제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