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노동인력 수급을 위해 가장 많이 이용하는 방법이 바로 파견전문업체다. 비교적 임금이 싸고 언제든지 불필요한 인원을 줄이거나 늘릴 수 있는데다 노동조합을 신경 쓸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 파견업체들이 구직자들로부터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50%가 넘는 수수료를 떼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구직''이라는 목마름 뒤에 숨겨진 고용 수수료의 실태를 알아본다. [편집자 주]
6년 전 42살 늦깎이 나이로 결혼한 김대진(48. 가명) 씨는 퀵서비스 기사다. 아침 9시부터 저녁까지 두 바퀴에 의지해 도로를 내달리지만 버는 돈은 그리 많지 않다. 업체가 ''오더''(배달) 한 건당 23%의 수수료를 떼어가기 때문이다.
15년 전 퀵을 시작할 때만 해도 벌이가 괜찮았다. 업주들은 오토바이를 사주면서까지 기사를 불러 모았다.
"지금은 항의도 못해요. 안 좋은 소리 하면 PDA에 ''락(잠금)''을 걸어서 오더를 못 보게 하죠. 싫으면 나가라는 거에요. 제가 아니어도 할 사람 많으니까." 김 씨가 업체에 내는 돈은 이뿐만이 아니다.
아침에 PDA를 켜고 출근 인증을 하면 자동으로 천 원이 빠져나간다. 일명 출근비다. 반대로 결근해도 1000원이 깎인다. 매달 내는 60만 원의 무전기 값도 몸이 아파 일을 나가지 못하면 되돌려받을 수 없다.
수수료가 오르면 오를수록 기사들은 점점 사지로 내몰렸다. 조금이라도 더 벌기 위해 더 빨리 달렸다. 10분 더 빨리 가기 위해 자동차 전용도로를 탔던 동료 중 몇몇은 사고로 목숨을 잃기도 했다.
일부 노동자들이 월급의 절반에 가까운 돈을 수수료로 떼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업체 측에 수수료를 지급하고 있었다.
수수료를 받고 일자리를 소개해 주는 직업소개소는 지난 1993년 1980개, 고용 인구 2만 명이던 수준에서 2008년에는 8600개, 28만 명 수준으로 늘어났다.
7일 한국 비정규직노동센터 조사에 따르면 건설 노동자와 식당 도우미, 간병인, 퀵서비스 기사, 일러스트레이터 등 업체로부터 일을 소개받는 노동자들은 최소 20%에서 최대 60%까지 수수료를 지급하고 있었다.
건설노동자 김 모(28) 씨의 경우, 일당 6만5000원 중 직업소개소와 현장 팀장이 각각 수수료를 챙겨 월급 190만 원 중 110만 원만 받고 일을 그만두어야 했다.
가사도우미와 간병인은 수수료 대신 ''월회비''라는 변종 형태의 수수료를 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따르면 가사도우미가 업체로부터 일자리를 얻기 위해서는 평균 3만5000원의 회비를 내야 한다. 간병인의 경우는 6만 원에서 6만5000원의 회비를 낸다.
2010년 고용노동부 고시에 따르면 직업 소개의 경우 구직자로부터 임금의 4% 한도 내에서 수수료를 받도록 했다. 근로소득 4800만 원 이상인 상위 25%의 사람에게만 수수료를 자율로 정해놓고 있다.
그러나 이는 현실에서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었다.
퀵서비스 노동조합 양용민(46) 위원장은 "대다수는 수수료가 23%지만 40%까지 떼는 업주들도 있다"며 "업주들이 기사들 목에 빨대를 꽂아 빨아먹고 있는 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